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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Sep 30. 2023

*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지! *

*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지! (2023.09.30.토) *

()과 사()를 구분해야지! (2023.09.30.) *     


 -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바스>의 등장인물은 콘트라바스, 콘트라베이스, 또는 더블베이스라고 불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딱 1명이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중 가장 저음의 소리를 내는 콘트라바스를 좋아해서 평생 연주하게 된 것이 아닌, 어찌어찌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악기를 연주하게 된 주인공 A의 자조적인 독백으로 채워지는 모노드라마다. 채 8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A는 프랑스의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신분을 가진,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으면 절대 잘리지 않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지만, 그 안정성 때문에 절망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존재감이 가장 약한 악기 연주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자부심을 느끼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멋있는 척 그만둘 수도 없는 본인의 직업에 대해 80페이지 내내 불평과 푸념을 한다. 짝사랑하는 메조소프라노 성악가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고 그녀가 만나는 화려한 직업의 사람들에 대해 온갖 비판을 하며 초라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A의 모습은 불쌍하게 보이기도 한다.     


  콘트라바스를 연주하는 8명의 연주자도 인생의 여러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지금의 콘트라바스를 연주하고 있다면서, 지휘자나 작곡자 또는 제1 바이올린과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워한다. 하지만 A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는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 일을 하게 되었고, 왜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 굳이 물을 필요는 없겠죠.


  오케스트라 전체로 보아서는 베이스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없고, 특히 솔로로서는 어떤 특정한 역할을 하기에 무언가 매우 부족해 보이는 콘트라바스 악기…. 어쩌면 거대한 사회 속에서의 우리 각자의 (작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    

 

 - 자기 일을 발견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토머스 칼라일)     


  만 7세의 늦은 나이에 피아노에 입문하여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졌다가 그만둘 뻔한 음악의 길을 잡아주고 나의 음악적인 재능을 알려주었던 피아노 학원 원장 선생님, 음악 활동을 이끌어 주었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작곡으로의 새로운 길을 안내했던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나를 S대로 이끌어 주었던 작곡 선생님 등, 인생에서 놀라운 멘토들과의 연속적인 만남이 있었고, 다시금 음악교육으로, 선생님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면서 교과서 작업을 통해 출판의 세계를 알게 되고 지금의 글을 쓰는 일까지 오게 된 나의 삶을 돌아보면, 직업이란, 일이란 결국 ‘만남’을 통해서 이끌어지고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현재 ‘나의 일’은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면서, 교회 피아노 반주자이면서, ‘토요 작가’이다. 이 중에 물론 본업은 선생님이지만, 일요일의 반주자와 토요일의 작가 또한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일이다.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또 나의 재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재능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일들이다.     


 -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지!     


  언젠가 B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이렇게 답(항)변했다.     


 - 저는 공과 사를 구별 못 하고 할 줄도 몰라요!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나에게 잘 못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규정짓는 내가,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할 줄 알겠는가!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일에 넣거나, 공적인 감정을 사적인 일에 넣거나 하는 것이 나의 습성인 것을! 사적으로 좋은 감정이어야 공적인 일에서도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이 나인 것을! 사적으로 힘든 관계면 공적인 일은 그냥 잘라내 버리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B는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자기 일을 발견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토머스 칼라일)     


  ‘자기 일’ 즉, ‘나의 일’을 또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고민이 많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나에게 맡겨진 일을 ‘잘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것이 공적인 일이건, 사적인 일이건, 누구나 양쪽 감정이 섞여지는 것 아닐까 싶다.     


  어떤 선택을 해야, ‘자기 일’ 즉, ‘나의 일’이 되는 걸까….     


  아니, 무슨 선택을 하건, ‘자기 일’ ‘나의 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누가 명쾌하게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     


*** 진로에 따른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C 선생님이 만든 매뉴얼.     


  글로 나열한 것보다 이렇게 그림으로 만든 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좋았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이런 순서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내 모습에 따라 Yes면 A로, No면 B로 선택하면 된다는 인생 안내서가 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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