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Oct 07. 2023

*<피아노의 숲> 봤어?? (2023.10.07.토)*

* <피아노의 숲봤어?? (2023.10.07.) *     


 - 피아노의 숲 봤어??     


  얼마 전 A, B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음악과 미술은 예술 과목으로 따로 분류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음악 시간에는 ‘노래나 부르면 되지’라는 말에 발끈했던 적이 있어요~

 -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 내가 맡은 수업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시험 기간 중에 C 강사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수업과 평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의 강의를 들으며 내 귀에 들어온 몇 가지가 있었다.     


 - 이 아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 내가 가르친 것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서 어떻게 발현될 것인가?

 -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

 - 이 과제는 흥미로운가?

 - 이 과제는 학생의 인생과 배움에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 이 과제를 통해 학생이 배우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특히 생각에 잠기게 한 문구는 이것이었다.     


 - 나는 어떤 학교를 꿈꾸는가?

 - 나는 어떤 수업을 꿈꾸는가?     


  강의가 끝난 뒤 D가 물었다.     


 - 그래서, 어떤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어??

 -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보고 음악 언어를 이해하며 어쩌고저쩌고~~    

 

  E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전에는 10개를 가르치러 들어갔다가 15개를 가르치고 나왔는데 이제는, 10개 중에서 5개를 가르치기도 어려운 것 같아. 아이들이 힘들어해. 욕심을 덜어내야 해….

 - 그러니깐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대입, 특히 의대에 가기 위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이 시대에 학교 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 걸까….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예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거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을 치르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교사는, 고등학교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국·영·수의 주요 과목이나 수능 과목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 하는 걸까…. 아니, 주요 과목 선생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 피아노 건반이 가벼우면 터치가 힘들어요. 무거워야 하는데 또 너무 무거운 피아노를 치면 손가락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어요. 

 -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아….

 - 이런 내용의 만화가 있었는데….

 - <피아노의 숲> 봤어??

 - 아뇨…. 뭔가요??

 - 애니메이션인데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어쩌고저쩌고….     


  F와의 대화 중에 나온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을 보게 되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피아노….’라는 단어에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지만, ‘버려진 피아노’라는 단어에 혹하여서 보게 되었다. 한 편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에피소드 24개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타난 일본인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단한 식견을, 이 <피아노의 숲>이라는 작품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통해 천재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이치노세 카이와 전문 음악인 집안에서 피아니스트로 길러진 아마미야 슈헤이의 이야기로, 이야기 전체에서 쇼팽의 피아노곡이 울려 퍼지는, 멋진, 대단한, 뛰어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 연주 장면과 음악이 너무도 잘 어우러진다.      


  라이벌일 수도 있는 두 남자아이가 서로를 응원하며 격려하는 내용도 무척 좋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하던 피아니스트였으나 사고로 피아노를 그만두고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삶을 소비하던 아지노 소우스케가 이미 전문가로 만들어진 아마미야보다 거칠지만, 빛을 내는 카이를 발견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아지노는 카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 약속해다오. 너밖에 연주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세상에 울리게 한다고….     


  또 쇼팽 콩쿠르에서 최종 우승한 카이를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독백한다.     


 - 난 누구에게 감사하면 좋을까? 

 - 카이와 만난 것에, 카이의 빛을 눈치챘던 것에, 힘을 다해 시간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에, 그 유일무이한 빛을 세상에 보낼 수 있었던 것에, 지금 살아서, 살아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에, 카이에게!     


  컬러였던 아지노의 삶이 사고로 흑백으로 변했지만, 카이의 발견으로 인해 컬러로 바뀌게 된 모습, 또 흑백이었던 카이의 삶이 아지노와의 만남으로 인해 아름답고 찬란한 컬러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모습을 보며, 나의 삶을 컬러로 바뀌게 해 줄 카이, 또 내가 발견해서 놀라운 컬러의 세계로 인도해 주어야 할 카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 나는 어떤 학교를 꿈꾸는가?

 - 나는 어떤 수업을 꿈꾸는가?     


  그 아이의 빛을 눈치채고 그만이 낼 수 있는 유일한 빛을 세상에 선보이게끔 그를 위해 시간을 쏟아붓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초심의 삶을 다시금 꿈꾸어 보며….     


************     


***언젠가 3학년에 다녀온 뒤 G에게 말했다.     


 - 나는 아이들의 1학년 때 모습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애를 쓰고 마음을 쏟았는데, 무언가 많이 아쉬워요. 담임이었으면 안 그랬을 텐데….

 - 담임과는 다르지….    

 

  H가 주고 간 사탕 하나에 마음이 뭉클하고 기억하는 나인데 말이다.     


#피아노의_숲  #애니메이션  #음악  #예술_과목  #수업  #평가  #어떤_학교를_꿈꾸는가  #어떤_수업을_꿈꾸는가  #주요_과목  #피아노  #건반  #이치노세_카이  #아마미야_슈헤이  #아지노_쇼우스케  #담임  #교육



작가의 이전글 *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지!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