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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an 13. 2024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2024.01.13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 (2024.01.13.) *     


 -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     


   A 선생님의 차를 타고 출장을 가던 길이었다. 내가 말했다.     


 - A~, 음악 틀어주세요~    

 

   나의 부탁에 A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었다. 이어서 말했다.     


 - B 선생님 차를 탔는데 가요가 나오더라고요. 대부분은 CCM이 나오는데, 신선했어요.     


   언젠가 C의 차를 탔을 때, 시동을 켜자마자 어떤 CCM이 나왔다. 내가 말했다.     


 - 와…. 음악 좋은데요….

 - 다른 음악을 틀었어야 했는데….

 - 왜요…. 좋아요.     


   ‘다른 음악을 틀었어야….’라는 말을 하는 C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시동을 켰을 때 평상시에 듣던 음악이 그대로 나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이지, 어떤 음악이냐에 따라 C에 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걸 C는 몰랐었던 것 같다.     


   유명한 지휘자 D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나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이라고 말할 것이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한 번씩은 경험했을 법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힘이 얼마나 크면, 종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일까…. 작고 작은 존재인 인간이 의지하고 붙들고 싶은 것이 종교라고 할 때, 음악도 그중의 하나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의 힘은 막강한 것이니,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함부로 음악을 만들지 말기를…. 음악으로 사람들을 농락하지 말기를…. 음악이란 이름으로 불쌍한 인간들의 삶을 가지고 놀지 말기를…. 제발….     


   그런데 가끔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 ‘묵직한 침묵’이 필요한 때가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있거나 글을 써야 할 때거나…. 내가 하는 일에 음악이 방해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 음악이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니….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침묵은 나를 힘들게 한다. ‘묵직한 ‘침묵’을 즐기면 좋으련만, 나는 아직 ‘침묵’이 어렵다. 조용한 상태보다 ‘음악’이 있어야 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머리가 멈추지만, 소리, 음악이 들리면 머리가 돌아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그때부터 대화가 부드럽게 진행된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다.     


   E가 음악을 틀어주며 말했다.     


 - 이 음악 어떤가요??

 - 흠…. 저는 이런 목소리가 좋더라고요….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 여자인데도 매력적이네요….     


   악기건 목소리이건 확실히 높은 소리보다 낮은 소리, 굵은 소리가 좋다. 제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높은 음역으로 노래하는 여자 목소리…. 제일 선호하는 악기는 첼로…. 아, 첼로…. 첼로의 낮고 굵은 소리가 너무도 좋다. 그 악기 소리가 내 심장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정말 첼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눈 떠서 잠자기 전까지 내가 듣는 음악은 CCM, 성가, 가요, 크로스오버 그리고 클래식 등 엄청 다양한데 그 형형색색의 음악을 들으면서 늘 생각한다.    

 

 - 정말 음악은 종류와 상관없이 오묘해.

 - 음악을 이해하고 다룬다는 것은 축복이야.

 - 음악이 없는 세상이 아마, 지옥이 아닐까….

 - 음악을 만들 줄 아는 작곡가는, 신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 이런 음악을 전공했다는 건, 대단한 책임감을 부여받은 것일 거야….   

  

   오늘, 오랜만에 F에게 연락이 왔다.     


 - 선생님! 저, G 중학교에 임용되었습니다! 오늘 발표가 되었어요!     


   음악 선생님을 하고 싶다며 음악을 시작했으니 H 대학교에 진학했어야 했지만, 같이 합격한 S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뒤 다시 국내 교육대학원에서 교사로의 꿈을 키우던 F가 드디어 음악 선생님이 된 것이다. 내가 말했다.     


 -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I가 나에게 물었다.     


 - 우리 학교에서 제일 좋은 게 무엇인가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 활동에 대해 마음껏 서포트해주었던 것! 

 - 제가 이 학교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죠….     


   얼마 전 J에게 말했다.     


 - 음악 선생님으로 남고 싶어요….

 - 방학 동안 충전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무엇으로 충전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그림을 보는 것과 무엇이든 듣는 것, 그리고….     


   언젠가 K가 말했다.     


 -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     


   비단 K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에 대해 신비감,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틀리지 않는 판단이다. 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일이 아니라는 것과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약간은 특별하고 이상하고 별난 점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 둔다. 왜냐하면, 음악이란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일반인과 같은 정서나 생각을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일반인들과 다른 것이 맞다. 만약,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음악인으로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하….*^_^*….     


   인간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 음악의 종류와 상관없이 일주일 내내, 또 주말 내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나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특별함, 신비함, 강렬함, 독특함을 사랑한다.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를….     


   특별한, 신비한, 강렬한, 독특한 그리고 위대한 힘을 가진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     


*** L이 좋아할 것 같은, 함께 듣고 싶었던 음악 하나를 여기에 올려보며 L을 생각해 본다….    

 

   뭐 하고 있어,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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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8SFqHgv4Ds?si=MzOW9HEq7Rd7ef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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