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Jan 21. 2024

*3년 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2024.01.20.)

* 3년 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 (2024.01.20.토) *

* 3년 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 (2024.01.20.) *     


 - 우리는 3년 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


   2023학년도를 마감하는 방학식 날이었던 2주 전의 금요일. 마지막 채플을 드리는 날이기도 해서 서둘러 비전홀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다 자리에 앉아있어야 했던, 지각으로 체크되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내 앞으로 꽤 많은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며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도 문제였지만, 복장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추워서 입은 패딩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교복은커녕 학교 체육복도 아닌 사복 추리닝 바지와 무엇보다도 슬리퍼를 질질 끄는 차림이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슬리퍼를 신을 수 없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 얘들아, 마지막 채플인데, 복장이 이게 뭐니? 옷이라도 제대로 입어야지!   

  

   지나가던 A가 말했다.     


 - 사랑해요, 선생님~

 - (아이들) 하하하~~     


   나는 완전히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나는 아니거든!!!     


   2월에 있는 졸업식을 제외하면, 학교생활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매주 있었던 채플 중 마지막 채플이었는데, 그토록 가벼운 복장과 발걸음으로 어슬렁거리며 비전홀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30명도 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고 무척 슬펐다, 아이들의 그 모습을 보며 아마 1분은 서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맡았던 1학년 부장으로 대했던 아이들이었기에 특히 더 예뻐했고 온갖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으며 기도를 많이많이 쌓았던 아이들이었기에 더 서글펐다. 이날의 충격에 대해 B와 이야기했다.     


 - 우리는 3년 동안 무얼 가르친 걸까요….

 - 교육의 의미를 무엇에 두어야 할까요….

 - 교복 제대로 입기만 가르쳐도 성공일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 너무 크게 해석하는 거 아닌가요??     


   그 이야기에 나는 이렇게 강하게 답변할 듯하다.     


 - 아뇨! 제대로 배웠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 적어도,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내 글에 자주 언급이 되었지만, 학교에서 교사로서 하는 고민은 늘 이것이다.     


 - 3월보다 12월에 더 나은 모습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위 학년으로 갈수록 더 나은 모습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우리는,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건가….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 나이를 먹을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아??

 -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아???     


   그래서 이상하고 신기하다. 왜 인간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걸까…. 왜 그런 걸까!!!     


   학교에서 매년 조사하는 프로그램 중, 학교의 여러 사항에 대한 만족도를 수치로 나타내고 서술하는 학교평가가 있는데 그 내용을 보고 C와 이야기했다.          


 - 감사한 내용보다는 불만이 많네요….

 - 그럼, 다른 학교로 전학 가지 왜 가지도 않으면서 그럴까요??

 - 그러니깐요.

 - 하나만 알고 전체를 볼 줄 모르니까 그런 말들을 쉽게 하는 거죠.


   사이다같이 시원한 C의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속상하기도 했다. 늘 이런 생각을 한다.     


 - 예전과 같은 학교는 이제 끝난 걸까….     


   ‘예전과 같은 학교’란, 선생님을 존경하고 학교를 존중하는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로 교직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학교라고 풀어볼 수 있을 듯….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달리던 학기가 끝나고 잠깐의 여유가 주어진 방학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 학부모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다. 월급보다, ‘교육의 의미’에 가치를 두는 교사들의 힘을 빼는 시대….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짐해 본다.     


 - 지치지 말아야겠어.

 - 처음의 마음을 기억해야겠어.

 -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어야 하는 걸까….   

  

   대입에 목숨을 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걸까….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걸까….     


   무언가 기억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D에게 이야기했다.     


 - 저도 이제, 좀 더 편하게 할까 봐요.

 - 편하게 하는 게 어떻게 하는 건가요??

 - 음…. 말 그대로 편하게 하는 거죠. 학생도 편하고 저도 편하고, 같이 수준도 낮아지고….*^_^*….

 - 앞으로 그렇게 할 건가요??

 - 아뇨! 물론, 그렇게는 안 하죠! 그런데, 그걸 원하는 것 같아요, 다들…. 나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30년 동안 나의 기준은 딱 하나….     


 - 내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친다.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들이 너무나도 많이 널려 있기에,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나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기준이었다.     


   영어로 진행되어서 자막이 제공되는 <스쿨 오브 락>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영화와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오늘따라 귀에 들어오는 단어….     


 - Stick It to the Man!!! (권력자에 맞서 싸워!!!)     


   ‘락(Rock)’의 특징이 ‘권력과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반항적’인 것인데, 명문대학교에 가기 위해 경쟁하며 공부하는 사립학교의 보수적인 아이들을 일깨우는 교육 방법으로 음악을, 대중음악인 ‘락’을 사용했다는 것이 좋았다. 학교의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장르였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 합창단이 있었다면, 2024년도의 정기연주회 곡은 이 뮤지컬 넘버들이었을 텐데….     


   (2024.01.20.토) <스쿨 오브 락> 뮤지컬 공연 커튼콜….     


#3년_동안   #채플   #방학식   #고등학교_3학년   #교육의_의미   #교복   #부끄러움   #학교_평가   #존경   #존중   #학생   #학부모   #음악   #스쿨_오브_락   #School_of_Rock   #락   #Rock   



작가의 이전글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