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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an 07. 2024

* 항상 처음 것은 너에게 주었어 *

* 항상 처음 것은 너에게 주었어 (2024.01.06.토) *

항상 처음 것은 너에게 주었어 (2024.01.06.) *     


 - 항상 처음 것은 너에게 주었어…. 알고 있어??     


   내가 알고 있는 A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먹는 것, 입는 것 등 온갖 것들에 신경을 썼다. 특히 먹는 것에 굉장히 주의했는데 커피는 당연히 마시지 않았고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인스턴트 식품도 일절 먹지 않았으며 당연히 몸에 좋고 예쁜 것들만 챙겨 먹었다. 잠자는 시간도 조절했고 주변 공기가 쾌적하도록 청정기를 샀으며 이불은 늘 깨끗하도록 자주 세탁하고 관리했다. A에게 말했다.     


 - 이렇게까지 해야 해??

 - 첫째니까요!!!     


   유별나게 관리를 하는 것 같았지만, 왠지 신이 나 보였던 A가 둘째, 셋째를 가졌을 때는 첫째 때와는 쪼금 다른 것같이 보였다. 엄격하게 관리했던 첫째와 달리 가끔은 커피도 마시고 인스턴트 식품도 먹는 A를 보고 깜짝 놀라서 질문했었다.


 - 어?? 첫째 때는 먹지 않았잖아??

 - 셋째니까요….*^_^*….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멘트 중의 하나는 이것이다.     


 - 오늘, 3년 만에 취직해서 처음 출근하는 날입니다. 많이 떨리네요….     


   첫 출근을 하는 직장이니, 옷이며 구두며 머리까지 두루 살펴야 할 것이고, 표정과 말과 행동도 엄청 신경이 쓰일 것이다. 아마 나도 이런 생각을 했을 듯….     


 - 잘못 보이면 안 되는데….

 -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할 텐데….     


   B의 교회에서는 전 교인이 매월 첫째 날 새벽기도를 한다고 했다. 일명 ‘월삭(朔 : New Moon) 기도회’….     


 - 월삭 (月朔 : New Moon) : 히브리어 호데쉬, 하다쉬 (새롭게 하다)에서 유래한 말

 - 새달, 초하루, 매월 1일     


   매달 1일에 새벽기도회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몸만 따라준다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생소하지만 멋진 단어의 기도회…. 멀리 있는 직장이지만 시간을 내어 월삭기도회에 참석했던 B가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잘 참석하고 있을까….     


   월요일의 복장은 늘 신경 쓰인다. 올해의 경우, 월요일에 한 학급만 수업이 있었지만, 늘 복장을 갖춰 입으려고 애썼다. 이유는 단 하나. 일주일의 처음 출근일이니까…. 그래서 월요일에 수업이 있었던 C학급에게 늘 말했다.     


 - 선생님, 오늘 수업이 1시간 밖에 없지만, 너희를 보기 위해서 이렇게 챙겨입고 왔어. 나를 봐줘~

 - 와아~~~*^_^*….     


   정말이었다. 한 학급밖에 수업이 없는 날이었지만, 월요일은 조금 자유롭게 입고 싶어지는 주말 패션이 아니라 (내 생각에는) 늘 좀 더 화려하고 예쁘고(?) 격식을 갖춘 패션이었다.    

 

 - 알고 있지, C 학급 아가들??*^_^*….     


   총 21번의 담임 중 가장 떨리고 애쓰고 신경 쓰던 때는 처음으로 담임을 했었던 1996년의 (1-2)라는 것…. 또 2011년의 (1-14) 아이들이 또렷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늘 여학생 학급만 맡았다가 처음으로 맡았던 남학생 학급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처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상큼함, 가슴 떨림, 설레임, 긴장감, 진중함, 진실함, 정성스러움, 조심스러움, 어설픔, 익숙하지 않음, 생소함, 온갖 실수투성이 그리고 용서받을 수 있음 등등 온갖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들이 연상된다. 딱 가지고 싶은 단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대학 시절 D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한 구절….     


 - 항상 처음 것은 너에게 주었어…. 알고 있어??

 - 이런 이야기는 너에게 처음 하는 거야…. 알고 있어??

 -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고 이렇게 무심할 수 있어???     


   당연히 D는 몰랐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제일 처음, 첫 번째로 나온 것을 애지중지 고이 간직하다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주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았던, 못했던 이야기들을 그에게는 진심으로 했었다는 것을…. 무언가 작은 것 하나를 건네더라도 그렇게 신경 쓰고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아마도 그는, 몰랐을 것이다. 만약, 만약 알았다면 D는 어떻게 반응했었을까….     


   2024년을 시작하는 첫 주말, 그토록 기다렸던 방학을 맞이한다. ‘처음’ 가졌던 희망찬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12월이 아니라 1월에 방학하게 되니, 왠지 다시, ‘처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인쇄되어 나온 첫 번째 책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살며시 펼쳐 보듯이, 그 책을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서 고이 보관하듯이, 익숙하지 않아서 더 새롭고 신기한 마음으로 2024년의 하루하루를 맞이해 본다.     


   오늘부터 시작….    

 

*************************     


 *** (2024.01.06.(토))에 2024학년도 30기 신입생 연수를 하게 되었다.      


   작년 10월부터 준비해 온 행사를 드디어 오늘 진행하며, 2023년도에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끝마치게 되었다.     


   연초에 진행하는 ‘처음’ 행사지만, 결국은 2023년도의 가장 마지막 일이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30년 전과 동일한 마음일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제자’를 맞이하는 것과 같은 첫 마음, 뜨거운 마음을 다시 한번 품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행사….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을 감독하는 클래스 서포터즈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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