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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Dec 30. 2023

* 계산기 두드리지 않았어(2023.12.30.토) *

계산기 두드리지 않았어 (2023.12.30.) *    

 

 - 계산기 두드리지 않았어….     


   2학기 2차 지필고사가 끝난 12월 중순부터 1월 초 겨울방학을 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좀 자유로워지는 시기이다. 성탄절과 연말과 방학 전이라는 것이 맞물려서 왠지 쉬고 싶은 시간이니까…. 풀어질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생각할 것을 주기 위해서 몇 가지를 작성해 보았다.     


 - (2023.12.20.) 1학년을 돌아보며 칭찬받을만한 것 쓰기

 - 1학년을 돌아보며 후회스러운 것 쓰기

 - (2024.12.20.) 1년 뒤 2학년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쓰기

 - (2025.12.20.) 3학년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 (2026.12.20.) 20세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 (2036.12.20.) 30세 때, (2056….) 50세 때, (2076….) 70세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메인 직업과 돈과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 2가지 정도를 작성하고, 그 직업들로 자기의 생활방식을 적어 보게 했다. 또 평생 꼭 이루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작성하고, 자기의 이름 앞에 붙였으면 하는 형용사들을 적어 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지까지 적어 보게 했다.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은, 메인 직업과 서브 직업 2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점점 생각의 폭이 넓혀져 갔던 것…. 이런 내용을 적어 보고 옆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게 했더니, 아이들은 활발하게 자기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친구의 계획에 대해 질문하고 조언까지 해주었다.     


   삶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 생각해 보기를 원해서 했던 일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기까지 했다. 작성의 기본은 이것이었다.     


 -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쓸 것!     


   20세 때 ‘재수생’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입을 닫게 했고, 30세 때 ‘결혼’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남학생들은 있었지만, 여학생들은 없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50세 때 ‘가족’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 말고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만 작성하세요’라고 말해 주었고, 70세라는 나이에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감을 잡지 못했지만 어떤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 그때도 저는 저만의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직업을 3개 이상 가질 수도 있다는 말에 놀라워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곰곰이 생각하며 무언가를 작성했다. 일어나서 자기의 삶을 이야기했던 A는 이렇게 말했다.     


 - 저는 평생 직업을 계속 바꿀 건데요, 40세까지는 연구원으로 살다가, 50세에는 OO를 하고, 60세에는 OO를 하고….     


   B는 이렇게 말했다.     


 - 저는 통계학과를 진학해서 스포츠 단장이 될 건데요, 우리나라 말고 캐나다로 가서….

 - 통계학과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 스포츠 업계에서 단장이 되려면 통계학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일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일로 ‘책을 내고 싶다’가 많았는데, 그중에 서브 직업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는 C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저는 OO 일을 하면서 결국에는 소설을 쓸 건데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목을 미리 정해놓았는데요, ‘나는 조각상’ ‘메모리’ ‘인형의 심장’, 이런 제목의 책이 나오면 제가 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중에 ‘메모리’의 내용을 말씀드리면….     


   C가 대략의 내용을 작성했다는 ‘메모리’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고 나쁜 기억은 지울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D가 나쁜 기억이 없어서 결국은 고난을 이기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정리했다.  

   

 - 좋은 경험만 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고난이나 나쁜 경험은 그것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C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라서 질문했다.     


 - 어떻게 17살에 그런 것을 알았을까요??? 저는 그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법칙이 맞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1등보다 2등이 합격하거나, 첫째보다 둘째가 더 똑똑하거나,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행복하거나, 주요 과목보다 기타 과목이 인생에서 더 필요한 내용이거나, 경력자보다 초임자가 더 열정적이고 전문가이며 배울 점이 많다거나, 교사보다 학생들이 더 지혜롭고 똑똑하고 유연하거나….     


   C의 말을 생각하던 어느 날 아침 라디오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 미래에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미래의 소망을 이루게 되는 기초가 되는 것이죠….     


   자기 이름 앞에 형용사를 붙여보라고 하면서 예시를 들었다.    

  

 - 예를 들면, 열심히 사는 D(내 이름), 성실한 D, 계산기 두드리지 않는 D….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마치 이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 맞아요, 선생님…. 선생님에게 딱 맞는 형용사네요….*^_^*….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 2023년을 돌아보면 후회스럽고 안타까운 일투성이지만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이것이다.     


 - 열심히 살았어…. 성실했던 것 같아….     


   이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은 이것이다.     


 - 계산기 두드리지 않았어….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그냥 몸을 던져서 보냈던 2023년,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23년을 내 손에서 떠나보내며,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2024년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 누구와 함께하는 2024년이 될까….     


********     


***12월 말에 3개의 학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테미너풀(Stemina-ful), 뮤직풀(Music-ful) 그리고 멘토링(Mentoring)….     


   그중 첫 번째 프로그램은 스테미너풀 (Stemina-ful), 즉 체육대회였다. 농구와 피구 준결승과 결승전, 그리고 몇 팀의 댄스 찬조 공연이 있었다.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학급도 있어서 제대로 진행이 될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응원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12월의 마지막 주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끝맺음하며….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찍었던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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