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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Feb 24. 2024

* 인연(因緣)-3 (2024.02.24.토) *

인연(因緣)-3 (2024.02.24.) *     


 -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언젠가 출근길에 케이크를 들고 있는 A를 만났다.     


 - 어느 분 생일인가요??

 - B의 생일이에요.

 - 와~ 케이크가 크네요!

 - 중요한 후배여서 챙겨야 해요.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B는 자타가 공인하는 진.짜. ‘중요한’ 학교의 인물이고, 나 또한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여기에서 ‘중요한’이란, 무엇이든 솔선수범하는, 몸을 사리지 않는, 겸손한, 예의 바른, 사람 좋은 등 온갖 좋은 의미를 다 포함한다. 그날 아침에 들었던 A의 말이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이 난다. A가 챙기는 B도 부러웠고, B를 챙기는 A도 부러웠던, 아마도 이런 심정이었을 듯.   

  

 - 누가 나를 중요한 후배라고 챙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 내가 챙겨주어야 할 중요한 후배는 누구일까.     


   직장에 존경하는 선배가 있는지, 고민을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 70%가 넘는 사람들이 없다고 답했고,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크게 연연해서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한편으로는 얽매이지 않고 홀로 서보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읽히기도 했고.     


   C가 D 대학교 졸업식 축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

 - 아무도 믿지 말아라!

 - ‘우리는 가족이잖아‘라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특히 조심해라!

 -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말아라!

 - 그냥 '인생 독고다이(혼자 다니고 행동한다는 뜻)'라고 생각하라!     


   C가 연설하고 있는 동안 단상 위에 앉아있는 교수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C가 이어서 말한다.    


 - 어차피 여러분도 제가 지금 하는 말, 안 들을 거잖아요??? *^_^*     


   요즘 많은 매체에서 인간관계에 관하여 서술하는 것을 내 기준에서 요약해 보면, ‘다른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를 참느니 차라리 혼자의 삶을 누려라’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관계에 대해 하도 고민하는 사람이 많으니, 오히려 이런 내용이 해답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글 중 이런 내용을 읽었다.     


 - 기쁨을 나누었더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었더니 약점이 되더라     


   너무 강렬한 내용이어서 몇 번을 읽게 되는데 사실, 이 말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기쁨에 대한 공감과 슬픔에 대한 공감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짜 축하해 주는 일, 즉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받는 일이 훨씬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씁쓸한 우리의 현실. 그래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 대처론을 사람들이 찾아보는 걸까. 이렇게 대안을 제시한다.     


 -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나의 비밀, 약점, 속마음을 절대 말하지 말아라.

 - 나의 약점을 공개하는 것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일이다    

 

   저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 그러면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건데,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러면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이렇게 하라고 한다.     


 -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보다 더 잘난 사람에게 해라. 그러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비밀, 약점이나 고민을 굳이 말하고 싶다면, 그 문제가 해결이 된 다음 해라. 그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라. 상대에게 기대를 하게 되면 반드시 실망하게 될 테니, ‘그 사람은 남이다’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편한 인간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분명 현명한 대안이었으나, 읽고 난 후 이렇게 생각했다.


 - 그냥,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기대도 해 보고, 후회하고 상처받는 것이 더 나을 듯 해. 어떻게 머리 굴리면서 관계를 맺지….     


 * 인연(因緣) : 사람들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관계     


 * 땅에 바늘을 꽂고 하늘에서 작은 씨앗을 떨어뜨려 바늘에 씨앗이 꽂힐 확률. 이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너와 내가 만난 거야.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 기적처럼 어떤 목적지, 혹은 어떤 사람에게 도착한다. - <그대에게 가는 먼 길(류시화)>     


   2022년에 발간된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의 마지막 글 ‘인연’ 파트와 2023년에 발간된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의 마지막 글 ‘인연-2’ 파트에 나오는 마지막 몇 구절이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서, 어떤 사람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내 앞에 왔다가 다시 사라졌다가 다시 오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아직도 내 앞에 뚜렷하게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이 밀착되어 떨어질 수 없을 것같이 보인다. 신기한 인연들….     


   기뻤던 일도 한가득, 슬프고 아쉬운 일도 한가득이었던 2023년의 내 삶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연, 나를 홀로 두지 않고 나와 함께 했던 인연들을 허투루 하지 않고 내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며, 29기를 보내고 30기를 만나야 하는 이 시점, 앞의 두 권에서 썼던 글을 바꾸어서 이렇게 소망해 본다.     


- 재고 따지는 그 어떤 조건 없이 내 눈앞에 ‘화악’ 나타난 30기와 아름답고 소중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인연을 만드는 2024학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또 우리 마음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2023년의 마지막 글을 쓰는 2월 마지막 토요일인 오늘,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2024년을 기대하려 한다.  


 -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우연의 일치는, 신이 익명으로 남기 위해 채택하는 방편이다.     

 

   우리의 만남은,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깊게 믿어보며, 오래전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E를 불러내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 E~, 그거 알아? 우리의 만남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기적이었어. 우연이 아니었다고. 너도 알고 있지??      


  *****************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과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의 가장 마지막 멘트는 이것이었다.

     

 - 무엇보다 절대적인 지지자를 만나기를. 

   또 누군가의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기를. 

   그런 인연이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기를.     


   2024년 2월 세 번째 주인 이번 주, 학생 30여 명과 일본에 다녀왔다. 코로나로 잠깐 멈추었던 국외 체험학습을 다시 진행한 것이었는데, 일본에 대한 것을 포함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게 된 연수였다. 가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도 좋았고 함께 하신 선생님들도 정말 훌륭했다. 나만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쫄래쫄래 뒤쫓아 다니기만 해서 죄송할 뿐이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졸업생들도 만났는데,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연수 2일째 되는 날에 만났던 2기 졸업생, F였다. 아마 졸업한 지 25년 만에 만난 것이 아닐까 싶은 F가 식당에 찾아왔을 때, 정말 뭉클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 얼굴 그대로였고, F는 이런 멘트를 해서 나를 까무러치게 했다.    

 

 - 와아~ 선생님~ 여전히 고우세요~     


   여전히 넉살 좋고 까불었던 어린 시절 고등학생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 또 전문 직업인이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25년 전에 만났던 제자를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런 인연이라니! 이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     


   F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무엇보다 절대적인 지지자를 만나기를. 

   또 누군가의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기를. 

   그런 인연이 너에게,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기를.     


   F가 건강하고 풍성한 삶으로 날아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일본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F를 만나기 전 들렀던 일본 시마즈제작소 책 전시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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