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었어요?? (2024.11.23.(토)) *
- 울었어요??
찬바람을 맞으며 문을 나서는 토요일 새벽, 안경을 쓰고 다니다가 콘택트렌즈로 바꿨다. 눈이 따끔거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눈물이 자꾸 나는데,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5일 동안 콘택트렌즈를 꼈으니 토요일 하루 정도는 눈을 쉬게 해 주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주일날까지, 일주일 내내 눈을 혹사하게 되었다. 렌즈를 낀 상태에서 눈물을 닦는 것이 훨씬 편리하니까. 그런데, 눈물이 왜 나는 거지??
몇 년 동안 소원해진 A를 만나야 하는 일이 생겼다. 사실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A를 보자마자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생각지도 못한 눈물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는데, 눈을 깜박거리면서 눈물을 멈추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고 말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만 났다.
- 어, 뭐지?? 왜 그러지?? 아, 뭐야!!!
오래전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고 지금은 안 계신 B 선생님이 말했다.
- 맨날 울면서 말할래??
- 아, 왜 눈물이 나는 거죠??
저번 주 출근길에 C가 내 뒤에 오고 있었다. 농담이라도 하며 계단을 올라왔어야 했는데, 그날따라 나는 뒤에 오는 C를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속으로 생각했다.
- 아, 왜 울컥하지.
각자의 교무실로 가기 위해 서로 헤어지는 지점에서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가볍게 고개만 숙인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교무실 옆에 있는 티 룸에 들어가서 심호흡을 하고 눈물을 닦은 후,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C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C를 보니 눈물이 났어요. 왜 그랬을까요.
나의 이 뚱딴지같은 메시지에 C가 답장했다.
- 우리의 힘든 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생각해 봅니다. 영상을 하나 보내니, 시간 날 때 한번 보세요.
우문현답(愚問賢答)했던 C가 보내준 영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눈물샘을 진정시켰다.
기분 좋게 출근했던 어느날 아침, 자리에 앉기도 전에 D와 E가 어떤 프로젝트를 질문하며 내 감정을 자극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 공세에 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응대한 뒤, 더 이상 말하면 말실수할 것 같아 입을 닫아버렸다. 한 시간 동안 조용히 있다가 갑작스럽게 터지는 눈물 때문에, 화장실에 가서 한 시간 동안 진정하고 돌아왔다. 며칠 뒤 G에게 말했다.
- G~, 나 D와 E 때문에 울었어.
- 푸하하~~
- 아, 왜….
- 알고 있어요.
- 앗, 진.짜??
- 사람들 다 알고 있던데요?
- 엥, 정말??
- D와 E도, 자기들 때문에 선생님 울었다고, 다른 사람들도 선생님 울었다고 다 알고 있던데요?
- 앗, 뭐야….
- 뭐야, 자기만 모르고 있었나 보네.
H가 말했다.
- 선생님, MBTI에서 T가 아니라 F죠??
- 아닌데…. 저, T인데요.
- 아, 그래요?? 이상하다.
- 제가 어디를 보아서 F예요. 말도 안 되죠.
- 선생님 글을 보면 F가 맞는데?
- 아, 제 글이 그런가요??
- 선생님 글은 온통 F던데요??
- 음, 글은 혼자서 생각이 깊어져서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나오는 거니까, 진짜 내 모습은 F지만, 겉으로는 T가 나타나는 건가 보네요.
왠지 H의 말이 부정확하게 느껴졌지만, 일단 내 글이 F, 즉 감정이 넘친다는 말이 무척 좋았다. 감정, 즉 공감력이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으니까.
- T : Thinking. 결과 > 과정
- F : Feeling. 결과 < 과정
이론상으로는 T가 결과를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나와 같은 T형 인간도 있지 않을까 싶다. I가 K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 K! 내가 F인 것 같아, T인 것 같아? 또 J인 것 같아, P인 것 같아??
- 네가 F인지 T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J는 아니고 P인 것은 알겠어.
- 그래??
- 누가 봐도 너는 무계획적이잖아.
둘의 대화를 들으며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웃었다. 그리고 차마 말은 못 했지만, I가 T가 아니라 F라는 것도, 그리고 당연히 P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I는 자기가 TJ이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신기하다. L이 말했다.
- 리더는 TJ여야 하는데….
- FP는 힘들까요.
- TJ가 좀 더 수월하죠.
손을 씻고 들어온 나에게 M이 물었다.
- 울었어요??
- 아, 아뇨.
- 뭐하기만 하면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까.
- 그니깐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 아무 때나 울고.
- 왜 그럴까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 눈물이 더 난다고 한다. 별일이 아닌데도 눈물이 핑 돌고 눈이 빨개지고 목으로 눈물이 넘어가는 이 루틴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아, 따뜻하게 찜질을 해 주면 눈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오늘 밤에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눈이 건강해지면, 눈물도 조절이 되겠지. 그럼, 조금 불편하더라도 눈을 위해서 토요일에는 안경을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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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아니라, 웃음을 뿜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 중 하나.
음악 수업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눈물#김기석목사#MBTI#Thinking#Feeling#TJ_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