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2025.09.27.(토)) *
-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우리 학교에 처음 오신 A 선생님이 나에게 질문했다.
- 음악 선생님이 선생님 혼자이신 건가요?
- 네!
- 오! 놀랍네요! 그럼, 아이들을 모두 알고 계신 건가요?
- 네! 옛날에는 다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하하…. 그래도 아이들은 저를 알고 있겠지요?
- 아! 그렇겠네요.
- 아이들 이름은 다 기억 못 해도, 1학년 때 몇 반이었는지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요. 때로는 번호도 기억하고 있고요.
- 아, 그래요??
아이들 얼굴은 기억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모든 아이가 다 내 마음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특별하게 생각하고 찾아가는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저 녀석을 잘 키워보자.’라거나, ‘마지막까지 제자로 남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특별히 더 마음이 쓰이거나 지켜보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B를 그렇게도 챙겼던 C 선생님에게 질문했던 적이 있다.
- 선생님! 올해 B가 찾아왔었나요??
- 아뇨.
- 정말요? B가 안 찾아왔었다고요?
- 뭐, 그렇죠.
- 선생님이 그렇게 챙겼는데, B 녀석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 아이들이 뭘 아나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이전과 다른 요즘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티격태격 이야기가 많이 쌓였던 아이들이 계속 연락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둘러보며 늘 생각한다.
- 누가 내 제자로 남을까….
특별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은데, 눈빛이 살아있거나, 자기만의 뚜렷한 생각이 있거나, 나의 독특한(?) 생각을 특별하게 받아들여 주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조용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차분함 속에 어떤 ‘특별함’ ‘반짝거림’이 있는 아이들이 내가 잘 키우고 싶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D 선생님에게 말했다.
- 선생님 반의 E는 어떤 학생인가요??
- 좋은 아이입니다.
- 아, 그래요? 제 마음에 쏙 드는 아이예요.
- 공부도 잘해요.
- 오? 그래요?
F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 선생님 학급의 G는 어떤 아이인가요?
- 성실한 아이입니다.
- 딱 옛날의 우리 학교 학생 이미지여서 깜짝 놀랐어요.
- 그래요?? 예쁜 아이입니다.
- 정말 제 마음에 들어요!
담임이 아니면서 다른 학급 아이들을 마음에 두는 것은 쉽지 않은데, E와 G는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조용하고 성실하게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아이들이다. D와 F 선생님에게 공통으로 외쳤던 말은 이것이었다.
-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을 좋아하다니, 말의 어폐(語弊)가 있지만 어찌할 것인가.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대학교에 다닐 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캐릭터를 찾았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점이 있으니 두루두루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데,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주로 이렇게 사람을 찾는다.
- 말이 많지 않은가?
-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 가볍지 않은가?
- 요즘 사람 같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주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H에게 말했다.
- I는 이렇고 저렇고, J는 저렇고 이렇고, 아, 정말 힘들어요.
H는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응수했다.
- 맞아요. I는 이렇고 저렇고, J는 저렇고 이렇죠. 힘들었겠어요!
그 말에 감동해서 이렇게 답변했다.
- H! 공감 능력 하나는 끝내주네요!
별말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그 몇 마디에 내 마음을 얻어간 H는 지금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는 몇 명 중 하나다. 말이 많지 않고 다른 사람 이야기는 가끔 하며(?), 그렇게 가볍지는 않고(?),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하하!
교사의 장점 중 하나는,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생각이 스며들어 가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불가능한 일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인데, 교사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놀라운 일이 있을까!
2학기 1차 지필고사까지 끝내고, 조금 빠르게 맞이하는 올해 겨울방학까지 남아있는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언가 아주 아쉽고 서운하다.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 본다.
- 요즘 아이들 같아도 상관없어.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모두 다 특별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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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물에 계신 K 선생님이 손에 쇼핑백을 들고 친히 우리 교무실까지 오셨다.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음?? 와우!
K 선생님이 가져오신 것은, 핑크 색상 커버의 사발면과 역시 핑크 색상 커버의 젓가락이었다. 핑크 색상 젓가락 커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어린이가 먹는 진짜 라면!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 와?? 이런 게 있네요??
- 보자마자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
- 와!!!
-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이지만, 며칠 지나도 상관없어요.
- 네!!!
큰소리로 ‘네!!!’라고 대답은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주신 사발면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하. *^_^*. 커버도 핑크빛이고 모든 것이 핑크 색상이었다. 심지어 면발도 핑크 색상이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 튀기지 않은 핑크색 건면!
아! 그 글자 밑에 있는 사진을 보고 깜. 짝. 놀랐다. 진짜 핑크 색상 면발이었던 것! 유통기한은 상관없었지만, 핑크 색상 면발은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그다음 날 혹시나 해서 30기 아이들에게 공지했다.
- 혹시, 어제까지 유통기간이었던 L 사발면, 먹을 사람 있을까요?
3분 만에 M이 연락해 주었다.
- 제가 먹겠습니다!
- 지금 교무실로!
교무실로 온 M에게 임무를 주었다.
- 시식 사진과 후기를 올려주세요.
새벽 12시에 M이 사진과 후기를 올렸다.
- 후기 :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상태는 양호했음. 예상외로 딸기 맛이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제로 N 비빔면보다는 맛있었음. 라면 색이 핑크 색상이지만 수프 덕분에 보기에도 괜찮음. 하지만 스티커가 방글방글 핑이 아닌 점은 아쉬웠음.
이런 제품을 만든 분에게도, 사다 주신 K에게도, 시식해 준 M에게도,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특별함을 원하기는 했지만, 핑크 라면은 좀 힘들었어. 하하!
* M이 올려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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