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무슨 영화! (2025.11.22.(토)) *
(이번 글에는, 반짝반짝 작은 별 2025 시리즈에도 들어갈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 영화는 무슨 영화! 영화 보지 말고 공부나 시켜야지!
2025학년도 2학기 2차 지필고사의 첫째 날, A 과목 시험을 치르는 날 아침이다. 내가 말했다.
- A 과목, 잘 봐야 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건너편에 계신 B 선생님이 말한다.
- 우리 반(C 학급)보다 못 나올 텐데!
- (모두) 하하하!
교무실에 있던 모든 선생님이 그야말로 책상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셨다. 지난번 시험 결과를 기억하고들 있는 것이다. 지난번 우리 반의 A 과목 성적은 뒤쪽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일어나서 크게 말했다.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 반의 경쟁 상대는 C 학급이 아니거든요!!!
- (모두) 하하하!
- 저희 반의 경쟁 상대는 D 학급(1등인 학급)이에요!!!
- (모두) 하하하!
그러자 옆에 계신 E 선생님이 말했다.
- 어? D 학급 경쟁 학급은, 우리 반인데??
- (모두) 하하하!
그렇게 (나 혼자) 흥분했지만, 조회에 들어가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교실이 묵직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1등 하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이렇게 말했다.
- 자, 객관식을 찍어서 맞힐 수 있을까요?
- (모두) 네!!!
- 서술형 1문제도 찍을 수 있을까요?
- (모두) 네!!!
시험이 끝나고 종례하러 교실로 들어가는 나에게 F가 외쳤다.
- 선생님! 저, 서술형 찍었는데 맞았어요!
- 와!!!
- 객관식도 5문제 찍었는데 3개 맞았어요!
- 진짜??
하지만, 대부분 아이는 A 과목 시험이 어려웠다며 울상이었다. 내가 말했다.
- 아, 첫날 시험을 어렵게 내면 어떻게 해.
- (아이들) 그러니깐요!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계단을 올라가던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환하게 밝힌 G 선생님이 주먹을 꼭 쥔 손을 흔들며 활기차게 인사했다.
- 파이팅!!!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 아, 왜요, 선생님??
- (더 크게) 파이팅!!!
- 갑자기 왜 그러지??
내심 걱정을 하며 교무실에 들어가니 나를 보자마자 모든 선생님이 웃었다.
- (모두) 하하하!!!
- 아, 왜요??
- (모두) 하하하!!!
시험이 끝나면 전체 학급이 나오는 과목 성적표가 나오는데 맨 밑에 학급 등수가 나온다. 아직 앉지도 않고 가방만 내려놓은 내 눈에 책상 위에 놓인 A 과목 성적표가 보였다. 재빨리 성적표를 훑어보다가 맨 밑 학급 등수를 보자마자 성적표를 던지며 외쳤다.
- 아, 이게 뭐야!!!
- (모두) 하하하!!!
- 에잇!
- (모두) 하하하!!!
H 선생님이 말한다.
- 모두, I (나) 선생님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 (모두) 하하하!!!
- 선생님 표정 좀 보려고들.
- (모두) 하하하!!!
특히 건너편에 계신 B 선생님이 고소해하시며(?) 말했다.
- 우리 반이 더 잘했잖아!
- (모두) 하하하!!!
- 우리 반이 경쟁 반이 아니라더니!
- (모두) 하하하!
내가 말했다.
- 상위권은 우리 반이 더 많아요!
- (모두) 하하하!!!
- 과목 선생님을 바꿔 주세요.
- (모두) 하하하!!!
J 선생님이 말했다.
- 과목 선생님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애들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
- (모두) 하하하!!!
두 번째 날, K 과목을 보고 난 뒤, L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C (B 선생님 반), M (우리 반), N (L 선생님 반), 분발하자!
- (모두) 하하하!
세 번째 날, O 과목을 보고 난 뒤 성적을 보고는 또 실망해서 성적표를 책상 위에 던졌다.
- 에잇!
옆에 계신 P 선생님이 말한다.
- 왜? 괜찮은데?
- 저희가 맨날 1등 하던 과목인데, 8등인데요?
- 뭐야, 3등이구먼.
- 아??
- (모두) 하하하!
- 뭐, 그 정도면….
- (모두) 하하하!
시험 기간 내내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가 오갔고,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은 무척 재미있어하셨다.
- B 선생님 : Q 과목은 우리 반이 잘했는데?
- (모두) 하하하!!!
- 나 : R 과목은 우리 반이 이겼다!!!
- (모두) 하하하!!!
시험이 끝나고 영화를 보러 간다는 말에 B 선생님이 말했다.
- 영화는 무슨 영화! 영화 보지 말고 공부나 시켜야지!
- (모두) 하하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말했다.
- 선생님! 우리 반 애들에게 이야기할 거예요!
- (모두) 하하하!!!
당장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이들도 (장난스럽게) 속상해한다. 이어서 말했다.
- C 학급 아이들, 우리 반 복도 지나가지 말라고 해 주세요! (C 학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우리 반을 반드시 거쳐 가야 해서 불가능한 일. 하하!)
- (모두) 하하하!!!
- 아니면, 한발로 다니라고 해 주세요!
- (모두) 하하하!!!
다음 날 B 선생님 과목인, S 과목 시험이 있었는데 우리 반 녀석들은 밤새 까먹고 B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선생님! 파이팅 해 주세요!
S 과목도, 그 전날 보았던 T 과목도 우리 반이 앞섰던 것 같은데, 마지막 U 과목은 또 아니네. 왜 갑자기 C 학급이 등장한 거지? 우리 반의 경쟁 학급은 D 학급, 1등인 반이었는데?? 쳇!
이런저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기고 드디어 2025학년도 2학기 2차 지필고사가 끝.났.다.
- 얘들아, 이런 일이 있었어. 시험 끝나고 이야기하려고 참아서 힘들었어. 선생님들이 나를 괴롭혀. 아니, 내가 괴로워하는 걸 좋아하셔. 무척 즐거워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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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1.(금)) 우리 반 아이들과 마지막 컬처 페스타를 함께 했다. 이번 컬처 페스타는 영화 보기! 마녀가 주인공인데, 졸다가 깨는 것을 반복했다. 내 옆에 있던 V는 계속 잔 것 같다. 아마도 마지막 날 두 과목 시험공부하다가 밤을 새운 아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시험을 끝내고 중국 음식 먹고, 지하철 타고, 볼링치고, 롤러스케이트 타고, 영화도 2편이나 보고, 어디 어디에서 어느 시점에 사진을 찍는지도 다 알고 있고…. 학년이 올라가도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겠지? 이때의 공기와 날씨와 느낌과, 함께 했던 친구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함께 했던 나도 마음속에 남아있겠지??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영화의 좌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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