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 대해 잘 모르지만(2021.12.25)*

by clavecin

* 당신에 대해 잘 모르지만... (2021.12.25.토) *


내가 알고 있던 A는 7년 동안 사귄 애인이 있었지만 8년째 되는 해에 그 애인과 헤어지고 6개월 만난 사람과 곧바로 결혼했다. 그 이유를 물었었다.


- 7년 동안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았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어요..


물론 지금도 잘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6개월의 짧은 만남이 7년의 오랜 시간을 이긴 것(?)이다.


5년마다 옮기는 공립학교에서 교감으로 있는 B가 학교 선생님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면 이야기해 준다.


- 그래도 너희는 5년마다 옮기잖아..

힘들 때마다 나를 보면서 힘을 내..

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사람들과 있는데...

옮길 수도 없는데, 불편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매일 같이 있다고 생각해 봐...

어때...좀 힘이 나지???



개교부터 계셨던 고3 담임 C선생님에게 들은 일화다. 본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1학년인가 2학년인가 하는 학생이 쭈빗거리며 묻더란다...


- 어디 가세요....아저씨...???


고3 건물은 OOO이라는 곳에 따로 있고, 한번 고3 담임선생님이 되면 꽤 오랜 시간 3학년에 계시기 때문에 그곳에 계신 선생님들을 본관에 있는 고1, 고2 학생들은 잘 모를 수 있다. 나도 주로 고3에만 계시던 D선생님과 올해 처음 길게 이야기해 보았으니까...


- (C 선생님) 나보고 아저씨라는데...진짜 속상하더라..

- 고3 아이들이 아니면 잘 모를 수 있어요 선생님...


오래전, 1학년 수련회에 함께 했던 E교감선생님께서 다른 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우리 반 학생이 나에게 질문했다.


- 선생님... 저 분은 누구신가요??

- (나...완전 깜짝 놀라며) 교감선생님이시잖아..

- 처음 보는데...

- 뭐야...입학식 때도 뵙고, 지금 수련회에도 같이 오셔서 3일째인데..

- 앗..전혀 몰랐어요...ㅠㅠ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얼굴인데도 자주 보지 않으면 익숙하게 다가오지 않고, 익숙하게 보던 얼굴도,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못해 보고 헤어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던 F선생님과 같은 학년 담임이 되었는데, 담임을 하면서 그 선생님과 조금씩 조금씩 멀어졌던 경험도 있다. 가끔씩 만날 때는 좋았었던 그 선생님의 장점이, 매일 보게 되면서 생각지도 않은 스트레스로 나를 찌르고 숨쉬지 못하게 했던 것.....


이런 글이 있다.


고슴도치 사랑


- 이정하 -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도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었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올해 처음 알게 된 어느 학부모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 선생님의 글을 오래 보고 싶습니다~

늘 위로와 약간의 코끝 찡함을 주시는 글들이 참 좋습니다~~


2학년 때에도 읽을 수 있겠죠? ^^

저도 선생님이 어떠한 모습이든지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지금까지 한 4번을 보았을까 싶은 학부모님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고 털털하고 마음이 가는 분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편씩 쓰는 내 글을 좋은 마음으로 읽고 계셨나 보다. 감사할 뿐이다.


오래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며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된 G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 당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말이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잘 모르다니’...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인데도 서운했었다. 아마도 나의 방점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과거는 잘 모르더라도 지금은 어떤지 알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데에 머물러 있었던 듯 하고, G는 과거는 잘 모르지만..에 머물러 있었던 듯...


사람을 제대로 아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시간이 흘러가면 사람을 제대로 알 수는 있는걸까...

오랜 시간 보아 왔으면 좀 알게 되는걸까...

오래 보아왔다고 안다고 할 수 있는걸까....

또...굳이..알아야 하는걸까....사람을....

......

그리고, 사람을 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등등의 꼬리를 잇는 수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을 해 본다.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고 서로가 행복하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가시가 박히게 서로 가까이 있어도 서로를 찌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박힌 그 가시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함함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우리 모두다 가지고 있는 뾰족한 가시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앞에서는 부드러워진다고 하는데, 이렇게 서로의 가시가 ‘함함하게’ 되면 오랜 시간 꼭 안고 있어도 상처를 주거나 아프지 않을 수 있겠지...


아마도 그런 단계에 이르러야 ‘서로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 듯...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쌓아야 그 단계에 이르는걸까....


2021년의 무수한 만남을 생각해 보며, 그 만남과 수많은 대화가 의미 있었고, 나의 뾰족한 가시가 ‘조금은 함함하게 되었다’고 말하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2022년에는 ‘좀더, 좀더 완전히 함함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래서, ‘이제는 당신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네요’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또 듣게 되기를 바라며, 2021년의 마지막 글을 작성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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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복도에 만들어 놓은 성탄절 트리..


지금은 좀더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다.


재미있고 좋았고 즐거웠으며 온갖 의미있는 이야기로 가득찼던 27기와의 2021년도를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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