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은.. (2022.03.19.토) *
언젠가 A가 나에게 말했다.
- 이 자식아!!!
난 깜.짝. 놀랐다.
- ???
또 B가 말했다.
- 이 똘탱아~~~
- ???
모두 유머러스한 상황에서 연출된 장면들이었고, 우리는 더 가깝게 느껴졌었다.
C가 자기 이름의 한자 풀이를 해 주었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쓰는 한자 뜻을 쓰지 않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는 한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새로운 한자를 하나 배웠었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한자 뜻을 쓰는 것이 왜 그렇게 좋았던지….
집에서 나와서 진입하는 도로 건너편에 D 베이커리가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E와 이름이 비슷하다.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E의 이름을 두번씩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다.
- E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잠자고 있겠지..
대학교 신입생 시절, 우리 과 남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 이름이 예쁘네요..
- 제 이름이요??
- 네...예쁜데요..
- 아...그래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내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개교 때 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선생님이 계셨는데, 아이들은 그게 또 헷갈렸었나 보다. 서로의 이름을 섞어서 찾는 아이들도 있었다.
- 박O하 선생님 계셔요?
- 김O아 선생님~~~
내가 말했다.
- 김O하 선생님, 박O아 선생님은 계시지만, 김O아, 박O하 선생님은 안계시는데..??
- ???
아이들이 헷갈려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고, 나는, ‘아’ 발음의 부드러움보다, ‘하’ 발음의 명쾌한 울림이 훨씬 좋았다.
- milkyway...the galaxy...
내가 이름대신 쓰는 대명사이기도 하고, 내 이름의 뜻이기도 한 단어들이다.
신입생을 맞는 첫 시간에는 명렬표를 보고 이름을 쭉 부른다. 당연히 이름을 익히기 위함이지만 한번 부른다고 기억될 리 만무하다. 이름이란, 서로의 눈과 눈을 마주한 채 정겹게 자주자주 불러주어야 하니까….
아이들의 이름은 대부분 일반적인 단어 조합들이고 익숙한 느낌이지만, 한자의 ‘의미’에 관심이 많은 나의 주의를 끄는 독특한 이름들도 많다. 어떤 의미로 이런 이름이 만들어졌을까 싶어서 물어보는 이름들이 있다.
- 이 ‘운’자는 무슨 뜻인가요?? (대부분 구름 ‘운’자만 알고 있으니까..)
- 김맬 ‘운(耘) 자입니다
어떤 학생에게는 이렇게 물어본다.
- 부모님께서 어떤 의미로 이름을 만드셨을까요..??
- 잘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는 모두 박장대소한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두고 아이들의 이름을 만드셨을텐데, 아이들은 자기의 이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부분…. 부모님에게 꼭 물어보기를….
이런 일도 있었다. 이름이 독특해서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 아… 작명소에서 만들어 준 이름이에요….
- (박장대소)
이름이 딱 기억이 안나서 어떤 대명사로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 여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부른다.
- 거기 오른쪽 끝에 예쁜 아가씨~
- 거기 학생~
그러면 아이들은 서로 손을 들며 말한다.
- 선생님~~저요??
- 아냐… 나야….
남학생들은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 거기 아저씨...
내가 습관이 되어서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인데, 아이들은 이 단어가 재미있나 보다.
- 아저씨래...(박장대소)
- 아....그게 재미있나요??? 그럼 무엇으로 부르면 될까요??
- 도련님 이요~
- 하하하하~~ (박장대소)
- 도련님이라니.... 그게 뭐예요...*^_^*...
오빠..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이들과의 대화방에서는, 왠지 높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OO님‘으로 부르고 있는데, ‘도련님’으로 불러달라는 아이들의 말을 기억해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머금어 본다.
334명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자주 불러주고 외워야 하고 무엇보다 이름과 얼굴을 잘 연결해야 할 텐데, 제대로 될까 싶다. 이제는 머리가 딸리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망을 담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자주자주 불러주고 내 앞에 세워보고 눈도 맞춰보고 한번 지긋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얼굴빛도 찬찬히 살펴보고 말 한마디라도 해 보고 격려도 해주면서 토닥토닥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다짐을 해 본다.
아이들의 명단을 앞에 놓고 한 번씩 보면서 익혀보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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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
-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이 문구들이 너무도 좋다….
- 이런 사람이 나에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