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과 은 나 없어도...(2022.03.26.토) *
이것저것에 욕심이 많은 나는, 내 것을 떼어서 누구에게 주기보다, 차라리 새것으로 사서 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특히 먹는 것은 더 그렇다. 내 식판에 있는 것을 나눠주는 것보다, 차라리 일어나서 다시 받아서 갖다준다.
양도 많이 가져오고 먹는 시간도 길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저번 주에 내 식판에 한가득 담겨있는 방울토마토를 본 A 선생님이 본인의 수저를 내밀며 말씀하셨다.
- 아니, 이 토마토 다 먹을 수 있어요?
- 네!
- 이렇게 많은데?
- 다 먹을 수 있어요!
- (수저를 갖다 대려 하며) 내가 좀 가져갈게!
- (즉각 내 숟가락으로 토마토를 방패처럼 지키면서 소리질렀다) 안돼요! (폭소)
그 때 내 식판에는 후식으로 먹을 토마토 뿐만 아니라, 아직 밥과 반찬이 가득 있어서,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던 상황…. 나는 말했다.
- 말씀들 나누세요. 저 빨리 먹을게요!
조금 시간이 지난 뒤 A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아니! 그 많던 것을 진짜 다 먹었네!
- (흐뭇해 하며) 그럼요!
3끼를 학교에서 먹는 선생님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점심만 먹는다. 아침은 집에서 꼭 먹고 오고, 저녁은 집에서 가져간 떡이나 빵과 계란으로 대신한다. 오래전 언젠가는 저녁을 먹지 못했던 B에게 (위의 글처럼 내 것을 나눠주기 주저하는) 내가 가져간 떡과 계란을 조금 나누어서 준 적이 있다. 안먹겠다는 B에게 내가 말했다.
- 금과 은 나 없어도 내게 있는 것 네게 주리...라는 마음이야~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르게 바빴던 3월이 벌써 마지막 주말이 되었다. 다음 주가 4월이라니.. 작년 선생님들도 무척 열심있는 선생님들이셨지만 올해 선생님들도 작년 못지않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교무실이 무척 활기차고 활력이 넘친다는 것. 올해는 작년 선생님들보다 연령대가 확실히 낮아졌는데 마치 가족같은 구성이다. 엄마와 아빠가 계시고 삼촌, 고모, 이모...막내 삼촌, 막내 딸...까지...마치 그런 구성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나의 위치는 (옆집에 사는) 이모 느낌이라고나 할까….
또 눈여겨 볼만한 것은 선생님들이 아침부터 밤10시까지 끊임없이 일하고 계시다는 것. 조사하거나 공지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은데 그런 업무도 놓치지 않고 하고 계시고 무엇보다 학생상담을 여기저기서 하고 계신다. 저번 주에는 학부모 온라인 만남까지 거의 다 하셨다. 거의 5일 내내 밤늦게까지 남아서 상담을 하시거나 특히 점심을 먹고 잠깐 쉬기에도 벅찬 점심시간에도 아이를 불러서 상담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보면서, 그에 못지않은 뜨거운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나까지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어떤 선생님들은 1학년 뿐만 아니라, 찾아온 2, 3학년들에게 보충 설명을 하거나 상담을 해 주기도 하신다.
-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또 신기한 것은 아이들도 신나서 상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시간인데도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흐뭇한지…. C에게 이야기했다.
-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좋아해서 하는 일이 아니면, 저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모두들 대단해요...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열심히시니 아이들도 그 열심을 느끼고 있는지, 야간자기주도학습 인원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334명 중에 169명이라니…. 거의 절반의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거니까….
학급 온라인 찬양 발표회를 위한 파일 제출이 다음 주 초 인데, 아이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깜짝 놀라게 된다. 교실에서, 학교 세계지도 위와 지하에서, 연습하고 촬영하는 적극적인 모습들이 3층 전체를 들끓게 한다. D학급에서는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계셔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하셨다.
‘내게 있는 금과 은’을 주고 싶지도 않고, 아니면 손쉽게 ‘금과 은’을 주어버리고 입을 싹 씻어도 될만한 요즘 세태 가운데서, ‘금과 은’은 없지만, 나에게 있는 ‘귀한 것 하나’를 내어 주고 있는 선생님들의 모습과 그 모습에 영향을 받아,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3월의 바쁨과 정신없음으로 기운 빠지고 지칠 수도 있을 나에게 새로운 열정과 깨달음과 배움을 주고 있다.
아마 아이들도 알고 있지 않을까. 선생님들께서 내어주신 것은 ‘금과 은보다도 더 귀한 사랑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아마 B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주었던 것은 ‘떡과 계란’이 아니라 B를 생각하는 어떤 마음이었다는 것을….
3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잠깐 숨을 쉬고 있을 28기들과 담임 선생님들이 평안한 주말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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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과 은보다도 더 흡족함을 주는 어떤 학부모님의 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