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보다 텀블러를.. (2022.04.02.토) *
매일 아침, 커피를 담은 텀블러와 물을 담은 텀블러, 2개를 가지고 집을 나온다. 한때는 텀블러를 주체할 수 없이 많이 받을 때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텀블러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마치 수많은 미남 미녀들 중에서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그 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오랜 기간 쭉 사용하는 편이라 처음 선택이 중요한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니 오랫동안 사용하던 텀블러지만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뭔가 바꿔야겠는데 하던 중 마트에 갔다가 K커피 상자에 텀블러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니커피 100개와 텀블러까지 가격이 2만원이 넘었는데, 그 텀블러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텀블러를 얻고 싶은 마음에 구매를 했다. 마음에 드는 텀블러를 얼마나 찾았었는지 알고 계시는 엄마가 말씀하신다.
- 텀블러를 2만원에 산거지만, 비싼 거는 아니네..
그 미니 커피는 누가 먹을지 모르겠지만, 이 텀블러는 나의 애장품이 되었다. 애써 이렇게 생각하면서..
- 나는 텀블러를 산 것이 아니고, 커피를 산 거야..
- 그런데 이런 텀블러는 왜 사은품으로만 나오는거지...
K방송사에서 오전 7시50분경부터 ‘인간극장’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한 주제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그 방송의 시그널 뮤직이 단조풍의 화려한 아르페지오(펼친 화음) 건반악기 음악이어서 귀에 확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그 시그널 뮤직이 워낙 독특해서 어떤 개그프로그램에서 언급하면서 개그를 했던 것도 보았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었다.
- 왜 저런 단조음악일까..
- 마치 비장한 생애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 그런데 왜 저렇게 화려하게 연주하는거야...
- 저음부터 저 위의 고음까지 훑어가는 스케일이라니....
그 프로그램을 늘 보시는 엄마께서 일주일 동안 방송되었던 내용을 토요일에 말씀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등장하는 분들의 인생스토리가 일반적이지 않다. 무척 독특한 경우가 많은데 들으면서 그냥 듣고 넘어가기에는 속상한 내용들도 많이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삶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엄마가 해 주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우리 인생의 헛헛함에 대해 늘 생각해 본다.
- 왜 이렇게 힘들게, 불쌍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오늘은 홈스쿨링을 하는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하신다. 카이스트 출신의 부부가 선교사가 되었다가 지금은 지방에서 6남매를 키우면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그 중 16살인 첫째가 대학교 2학년이라는 등..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가족들이 옆집으로 이사왔고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동생이 말한다.
- 요즘 홈스쿨링 하려면 엄청 조건이 까다로울텐데..??
- 아이가 동의했는지, 교육과정은 어떤지, 배정된 초등학교에서 하나씩 다 체크 해야 하거든..
6남매를 홈스쿨링 한다는 것도 대단하고, 15살에 대학교 1학년이 된 그 아이가 5살이나 나이가 어린 줄 몰랐다는 동기 대학생들의 이야기도 놀랍다.
그런데, 그 가족은 왜 홈스쿨링을 택했을까...
홈스쿨링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은 부모가 가르칠 능력이 되어야 할 것이고, 시간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등등 전제 조건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할텐데 아마도 그 가족은 위의 2가지 조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의 꽃인 사회생활은? 아마도 그건, 6남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을까...
또 그밖에 일반 학교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교육활동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택했겠지.. 라고 생각해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해 본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작년에 27기와 함께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체크해 놓으면서, 작년 중반부터 올해 28기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여러 부서에서 우리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한 회의가 얼마나 많이 열리는지 모른다. 끝도 없는 회의와 그 회의를 위한 수많은 고민, 계획, 계획수정과 협의회, 또 수정과 회의, 회의...
국영수만 가르친다면 훨씬 더 쉽고 간단했을 학교교육이, 그것보다 훨씬더 중요한 가치들을 알게 하고 싶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고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특히 우리 학교의 특색 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부터 그 고민이 더 깊어졌는데, 올해는 과감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하여서 진행하려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 중의 하나인 채플을 한 학년씩이라도 같이 드리게 되었고 이번 주 목요일에는 1학년 대상으로 찬양집회와 말씀집회까지 있었다. 2020년부터 올스톱이었던 일이 눈앞에서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본 적도 없을 28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찬양과 율동을 하고 두 눈을 뜨고 말씀을 듣는 것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예배가 끝난 뒤, 작년처럼, 1학년 333명 모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일은, 내가 좋아하고 보고싶어 하는 일 중의 하나...
이 일을 위해서 1월부터 관련 목사님, 교감선생님과 의논을 해 왔고 수정을 하였고 또 회의를 했었다. 또 얼굴도 모르는 28기들을 위해서 2, 3학년 선교단 학생들은 야간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할 시간을 떼어서 연습을 해 왔고 학교는 수업시간을 조절했다.
우리 학교에 온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늘 묻는다.
- 왜 우리 학교에 왔습니까???
커피를 팔기 위해 텀블러를 함께 파는 커피회사, 커피보다 텀블러를 얻기 위해서 커피를 구매한 나..
학교의 수많은 교육활동을 일순간에 회색빛으로 만들고 홈스쿨링을 하는 가족, 학교가 과연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해 놓고는 공식 학교로 진학한 가족..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그 어떤 활동보다도 좋아하고 기뻐하며 찬양과 말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이들...
우리 학교에 온 이유가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리 학교의 특색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하고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3월이, 그 묵직했던 3월이 드디어 끝났다.
사실은 텀블러를 사기 위해서 커피를 샀노라고,
사실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홈스쿨링을 했노라고,
사실은,
어느 일반학교에서는 전혀, 절대로 경험할 수도 알 수도 없는,
우리 학교의 다양한 학교 특색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하고 알기 위해서 우리 학교에 진학했다고,
그 무엇으로도 그 가치를 측량할 수 없다고,
그것이 우리 학교의 존재 이유라고,
이런 이야기가 더 솔직하게, 더 자주, 더 많이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꽃피는 4월이다.
아마.......아이들도 더 활짝, 멋지게 펼쳐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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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목) 찬양집회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