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닥토닥 쓰담쓰담 (2022.03.05.토) *

by clavecin

* 토닥토닥 쓰담쓰담 (2022.03.05.토) *


인간관계에서 제일 힘든 부분은 무엇일까...


며칠 전 A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 사람들은 자기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나 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힘든 점은 아마도, 나는 이러이러한 (잘난) 사람이야 라는 것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아니라, 너는 이러이러한 (못난) 사람이야 라고 사람들에게 판단 받는 것 같은 때가 아닐까 한다. 즉,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순간...그 느낌... 아마도 그런 순간이 계속 쌓이면서 참고참았던 그 어떤 순간에 사직서를 휙 하고 던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대부분, 감정이 폭발하는 그 때 우리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감정이 복잡할 때 반드시 짚어본다.


- 지금 내가 왜 기분이 좋지 않지..

- 무엇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한거지...

- 정확한 이유가 뭐지...


나타난 현상의 그 이면을 들춰보면, 아쉽게도, (있지도 않은) 나의 잘남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생기는 뭔가 채워지지 않은 아쉬움보다 더 밑바닥 감정, 뭔가 은근히 무시당했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을 때, 더 많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오늘 무시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인정을 받았다면 교만해졌을테니까요...

겸손한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이론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토록 간단하고 명쾌하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할까 싶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좋은 면, 아름다운 면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전면에 내세운다.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고 파워풀한 모습으로 무장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얼마나 힘에 겨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인지! 항상 긴장된 상태로 정장과 하이힐을 신고 하루내내 생활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 내내 그 불편하고 어색한, 나의 모습이 아닌 것들을 잔뜩 짊어지고 ‘하하 호호’ 하며 지내다가, ‘즐거운 우리 집’으로 향할 때는, 우리의 발걸음과 자세가 달라진다. 처진 어깨와 질질 끄는 발걸음과 넥타이를 풀어헤친, 그닥 예쁘지 않고 흐트러진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니까....그리고 그게 원래의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작 하고 싶었던 일들은 모두 다 뒤로 미뤄둔 채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 속에서 두 달의 겨울방학을 보냈다. 평생 3월 2일이었던 개학 날짜가 미뤄졌던 초유의 일은 재작년 코로나 첫해였었는데, 올해도 학교 공사로 3월 7일로 개학 날짜가 바뀌면서 이번 주에 마지막 있는 힘을 모아 나머지 일들을 처리했다. 그 와중에 잠깐 보았던 어떤 드라마 첫 편에서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화려한 두 남녀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가까워지는 사건이 있게 되는데, 바로 서로의 아킬레스건, 즉 그다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들을 솔직하게 나누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아마도 모두 이런 것 하나는 있지 않을까... 나름 어깨에 힘주고 멀쩡하게 잘들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들춰보면 어떤 숨기고 싶은, 아니 나타내고 싶지 않은 것들 말이다. 나의 멋짐에 스크래치를 낼 수도 있는 그것을, 굳이 남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걸 ‘꼭’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어떤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나의 좋은 면과 강점을 발견해 주었으면 좋겠고, 또 그걸 모르는 것 같으면 쑥스럽지만 내 입으로 자랑이 아닌 듯 하면서 자랑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자랑들과 완전히 반대편인 나의 가장 약한 면, 숨기고 싶은 면도 말하고 싶은 때가 있는데, 바로 그 어떤 사람이 나타났을 때, 우리의 마음과 입이 열려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 누군가에게 나의 그 치명적인 약점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 커플들 모두, 자기의 약점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상대방의 (숨기고 싶었을) 약점을 알게 되고 들었을 때, 우리의 귀는 크게 열리고 우리의 마음은 분명 부드러워지고 우리의 몸은 따뜻해진다. 신기한 현상...... 마치, 쳐진 어깨와 예쁘지 않은 망가진 모습 그 자체가 빛나 보이는 그 어떤 순간이라고 할까.....‘즐거운 우리 집’에서의 모습들과 같은 편안함..이라고나 할까...


그 약점과 묵은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사람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당신에게 있는가....

나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주의할 점 몇가지..


1. 그 이야기를 해도 창피하지 않을 것인가..

2. 이야기를 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3.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픈 이유가 있는가..

4. 그 사람이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

5. 들려줄 만한 이유가 충분한 사람인가..

6. 이야기를 했다면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는데.. 멀어져도 괜찮은가...

7. 그의 생각도 알고 싶다면,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것..

8. 그러나 단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 차라리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하거나 글을 써도 괜찮다는 것..

9. 하지만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다면, 이야기하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10. 그의 생각을 듣지 않아도,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일은 끝났다는것

11. 그러니 물어보지도 않은 그 일을, 굳이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놓치지 말고 아낌없이 하라는 것.....

나의 잘남, 나의 강함이 아니라, 바로 나의 약함,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는 놀라운 시간이라는 삶의 법칙에 다시금 경탄하게 되며, 그런 순간은 과연 언제쯤 오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본다.......


아마도 언젠가는...오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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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군가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때, 토닥토닥 쓰담쓰담 의 마음으로 들어주기..

13. 나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토닥토닥 쓰담쓰담의 마음으로 나를 위로해 달라고 말하기....

* 노래 한 곡

https://youtu.be/fnv8kRprPNA

- 토닥토닥 쓰담쓰담 - 커피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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