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썸머 (Indian Summer) (2022.07.09.토)
* 인디언 썸머 (Indian Summer) (2022.07.09.토) *
오랜 시간 이름이 익숙해 있던 옆 나라의 A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망소식을 전했다.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런저런 온갖 일을 겪으며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의 일생이 이토록 ‘쉽게’ 끝나버리는 ‘시스템’이 너무도 허무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어나서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해져 있는 일이지만, 귀하고 소중한 그 짧지 않은 삶을 끝내기에 마지막이 너무 허망하고 짧지 않은지...... 뭔가 더 길게 여운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지....
A 총리의 사건을 울먹이며 전하던 중국 기자가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한바탕 욕을 먹었나 보다. 글쎄 그 기자는 왜 울먹였을까... 오랜 시간 쌓여있는 국가간의 문제를 넘어 한 인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애도였을까...
14년 전 2008년 11월 11일부터 12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쓴 글에 종종 나왔었다. 그때 가장 독특하게 다가왔었던 건 날씨였는데, 11월 중순이어서 이미 겨울로 들어선 우리나라와 달리 25도를 훌쩍 넘는 따뜻한 날씨에 나는 쟈켓 하나만 입고 다녔다. 그 당시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일본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던 나는 11월에 경험한 그 놀랍던 날씨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12월 중순의 싸늘한 겨울 날씨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 아...맞아...원래 겨울이었지...그런데 그곳은 왜 그렇게 따뜻했지..??
매일 아침에는 학년조회를, 오후에는 학년종례 글을 올린다. 아이들이 그 글을 읽고 있을지, 또 올린 글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해 준다.
- 이제 올 때 됐는데.. 할 때 선생님 메시지가 와요!
- 매일 아침 선생님 글이 기다려져요!
- 재미있어요 선생님!
‘오늘 OO을 준비해야 합니다’와 같은 글이 아니라, ‘오늘은 어떻게 어떻게 지냈으면 좋겠어요’라는 약간 철학적인 내용이거나 짧은 내 생각들인데, 그 글을 읽어주고 기다리기까지 한다니, 고마울 수밖에.... 사실 재미있다는 말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아침과 저녁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학년 조회와 종례의 글을 작성할 때마다 느낀다. 내가 쓰는 글이니 내가 자주 하는 생각과 말들이 늘 들어가게 되는데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들과 이모티콘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 파이팅팅팅~~
- 모두를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진심으로~~~
- 물결 모양~~
- 밥을 꼭! 먹어야 해요~
- 저녁 시간! 나도 잘 보낼게요~
2022학년도 1학기 2차 지필고사를 끝낸 아이들에게 마음만 강하게 먹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법한 두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7월과 8월.. 시험과 과제가 없으니 마음껏 놀아도 된다 사실. 그래서 아무런 정보가 없으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아이들에게 학년 조회와 종례를 통해, 또 수업시간을 통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1.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자
2. 저녁 7시에는 학교건 집이건 책상에 앉자
3. 매일 (영어-수학-독서) 사이클을 돌리자
4. 공부가 안되면 책을 읽자
5. 밤 12시에는 잠자고 아침 6시에는 일어나자
6. 다른 사람 눈뜨고 있을 때 눈뜨고 있자
7. 다른 사람 잠자고 있을 때 나도 잠을 자자...
8. 3년 동안 (7월, 8월, 12월, 1월, 2월)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그 시간을 버리지 말자 제발...
다행스럽게도 이 말들을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 말들은 내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말들이기도 하고, 담임교사를 할 때 우리 반 아이들에게 늘, 정말 매일매일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모두 다 내 아이들 같기도 한 28기 아이들이, 이 귀한 시간들을 잘 보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하는 말인데, 아이들의 귀에 들리고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라는 말이 있다. 북미 대륙에서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며칠 동안 여름이 되돌아온 듯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보통 1~2주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물총새의 날(Halcyon's Days), 성 마르틴의 여름(St. Martin's Summer)과 성 루크의 여름(St. Luke's summer)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늙은 아낙네의 여름(Old Wive's Summer)’이라는 재미있는 말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18세기 말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절망 가운데에 뜻하지 않는 희망, 만년에 맞게 되는 행복한 성공, 인생의 끝에서 맛보는 짧고도 찬란한 순간이라는 은유적인 뜻도 담고 있다.
2008년 11월에 경험했던 일본의 따뜻했던 날씨가 바로 인디언 썸머였던 것...요즘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겨울인 1월과 2월 중에 종종 보여지기도 하는 날씨, 인디언 썸머....
한여름이지만 곧 다시 시작될 본격적인 학기 이전에 아주 잠.깐. 찾아오는 7월과 8월의 시간들, 마치 ‘인디언 썸머’같은 이 시간들을 아이들이 잘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나고 나면 처절하게 아쉬워할 시간들일테니...
다행인 것은, 1년 중 이런 ‘인디언 썸머’가 5개월은 될테니, 또 적어도 3년은 ‘반복’될테니, 함부로 하지 말고 가치있게 성실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계절의 ‘인디언 썸머’와 달리, 한 사람의 일생에서는 이 따뜻한 ‘인디언 썸머’가 길게 찾아 올 수도 있겠고 스치듯 잠깐 지나갈 수도 있겠고 아예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계절처럼, 인생에서도 어떤 반복이 있지 않을까...
- 봄 – 여름 – 가을 – 늦가을 – 인디언 썸머 – 겨울 – 봄 ....인디언 썸머.. -... 봄....인디언...
나에게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듯한 ‘인디언 썸머’가 티를 팍팍 내며 언젠가는 길게 찾아와서 오랜 시간 머물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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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고 외로운 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때가 있었다.
그야말로 춥.고. 외.로.운. 시절...이었다.
춥고 외로우니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때 생각지도 않게 찾아왔었던 어떤 온기가 있었는데
그게 또 나도 모르는 새 스쳐 지나가 버리는 듯 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춥고 외로운 것에 온기가 살짝 더해졌다가 스르르 사라지려 하면
더 춥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춥고 외롭고 심하게 배고프기까지 하다는 것을.....
곧 다시 찾아올 온기, 축복과 같은 인디언 썸머를 또 기다려 본다.
가사가 좋아서 찾아본 음악..
차디찬 겨울 속에서 서로에게 잠깐의 ‘인디언 썸머’를 선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 고맙습니다 - 라비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