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단상 (2022.08.27.토) - 2 *
- (3편 중 두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도 글이 계속 쏟아져 나와서 3편의 글을 썼습니다) -
학창 시절 내내, 아니 지금까지 연습장을 사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마도 500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유명한 연예인의 사진을 커버로 한 그 연습장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까맣게 쓰면서 공부하는 내 스타일이기에, 까맣게 써서 버려지게 되는 공백의 종이를 왜 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노트란, 줄이 그어져 있어서 그 안에 무언가를 단정하게 써서 다시 보고 보관하는 용도였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주로 달력을 잘라서 뒷면을 쓰거나 이면지를 쓰거나 했었다. 그래도 종이가 넘쳤었다. 지금도 교무실에 있는 이면지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그 뒷면의 하얀 여백을 보면서 아까워했던 그 옛날의 심정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 이면지를 넣어서 교무실 프린터를 사용했었는데 프린터를 망가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말에 사용하지 않게 된 이후로는 그 이면지가 더 많이 아깝다. 버려야 하는 이면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없을까.. 그래서 내 책상 위에는 회의에 사용했던 프린트물이 한가득 쌓여있다. 메모를 하기 위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것.. 아..저 하얀 여백들......
연습장을 사지 않았던 것처럼, 개인 독서실을 가 본 적도 한번도 없다. 나에게 공부란, 학교와 집이 전부였다. 칸막이가 있는 개인 독서실을 사용하던 아이들이 그 옛날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공부하기 위해 이용료를 내고 독서실을 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교실에서 개인별로 책상이 있지만 한 책상에서 옆 짝꿍과 같이 사용해야 했던 예전 시절, 그 책상에서 공부하는 건 나에게 좀 힘든 일이었다. 어떻게 공부했을까 그 시절에는...
교실에서 공부하던 우리들을 학급별로 전교 등수를 잘라서 맨 윗층 도서관에서 공부하게끔 했던 고등학교 때, 윗 학년 어떤 오빠가 전체 지도를 했었는데, 검은 테를 쓰고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잘랐던 그 오빠는 내가 고개를 들면 보이는 현관문 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발 자유화로 모두가 머리로 멋을 내던 시절, 그 오빠는 스포츠형 즉, 빡빡이로 머리를 밀었었고 그 검은테 안경이 무척 지적으로 보였었다. 고개를 들어서 가끔씩 그 오빠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멋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안경 쓴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선배가 도서관에서 ‘정숙합시다!’라고 한번 말하면 우리는 모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카리스마가 넘쳤었다. 아직도 그 이미지가 선명하고 뚜렷한, 나에게 의지가 되었던 그 오빠는 잘살고 있을까...
고등학교 2학년이었거나 3학년이었을텐데, 선배들은 왜 멋있었지?? 다 의젓하고 늠름하게 보였다. 지금의 고2나 고3과는 다른 이미지인데 왜 그럴까....지금 아이들은 너무 애기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주로 선호하는 자리는, 한쪽에 벽이 있는 곳이어야 했고 칸막이가 있으면 더 좋았다. 방학 때는 본부 도서관에서, 평상시에는 음대 도서관을 사용하던 대학 때도 마찬가지로 벽이 있는 곳을 원했었고, 사시 공부며 온갖 공부를 하던 본부 도서관 사람들은 칸막이도 모자라서 칸막이 양옆 끝에 신문지를 걸어서 아예 옆 사람 자체가 보이지 않게 했다. 진짜 신기했던 경험....
대학원 논문 자료때문에 들렀던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은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기억만 있다.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던 도서관이 이런 곳이라니 깜짝 놀랐다. 새벽부터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다는 기사들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대학원 때야 가보았었지만 결국 몇 번 다니다 말았다.
공부만 하는 도서관과 달리, 여러 가지 온갖 시설이 다 집약되어 있는 곳이 요즘의 도서관이다. 일단은 칙칙한 느낌을 걷어내고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러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특히 미디어 시설이 잘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A선생님이 말했다.
- 나는 도세권..이어야 해요.. 역세권, 숲세권..이 아니라
방학 중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작년까지 2년 동안 방학 중 도서관 사용이 금지되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이들의 신청을 받아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신청을 했다. 물론 예상대로 그 인원이 계속 나오지는 않았지만...
학급마다, 주마다 청소당번과 대표를 정해서 청소가 진행되도록 했는데 나름 잘 진행되었다고 들었고, 공부하는 분위기도 정숙했다고 들었다. 물론 핸드폰을 한다거나 떠든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내가 도서관에 올라가서 소리를 빽 질렀던 적도 있지만 사실, 우려했던 것보다 잘 진행되었다.
이런 글을 읽었다.
- 괜찮은 사람을 만나려면 도서관으로 가라
공부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 심리학적으로도 공부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 글을 읽자마자 갑자기 우리 동네에 어떤 도서관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짧은 생각을 했다.
이번 방학동안에는 (의도하지 않게) 책을 좀 읽었는데 하나에 꽂히면 완전 집중하는 내 스타일이 이번 방학에 발휘되었다. 진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소리소문없이 수준 높은 책들을 읽어가겠지만 그런 수준은 아닌 나로서는 대중서 한 권 읽은 것이 나 자신에게 뿌듯한 격려가 된다.
도서관까지 갈 부지런함은 없지만 도서관에 앉은 마음으로 오늘도 책상에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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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읽고 있는 책 1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2권, 또 갑자기 알게 된 3권의 책을 인터넷 주문했는데, 학교에 갔다가 B선생님이 읽고 있던 책을 강제로 뺏어와서 몇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
읽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 정리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데 이것저것 무언가를 읽고 싶은 요즘의 마음은 무엇을 뜻할까....
* 도서관, 카페, 의자, 제3의 공간, 열차, 자전거의 단어로 정리되는 책..
* 멈춤, 낮아짐, 바라봄 / 앉다, 걷다, 바라보다의 문구로 정리되는 책..
* 내가 가본 덴마크 코펜하겐을 비롯한 북유럽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 책..
*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모로코 쉐프샤우엔의 파란색을 경험하고프게 한 책..
* (2013년 미국연수 때 방문한 예일대학교의 바이네켄 도서관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