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 부모 (2022.09.03.토) *

by clavecin

* 웃음 부모 (2022.09.03.토) *


오래전 A가 말했다.


- 복도 지나가다 보면 교무실에서 선생님 웃음소리 밖에 안들리던데요..


B는 이렇게 말했다.


- 식당에서도 선생님 웃음소리 밖에 안들려요..



언제나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다시 시작되면 무언가 얼굴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하고 한동안 살펴보았던 적이 있는데 이유를 발견했다. 학교에 오면 교무실이나 교실에서나 웃을 일이 많아져서 웃다가 보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이었다. 집에 있는다고 웃을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웃는 양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나름 피부가 좋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던 1인으로, 짜게 먹어서 푸석푸석한 피부가 되느니 살이 찌더라도 많이 먹어서 뽀얗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데, 한번 생기면 그냥 자리를 잡아버리는 주름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웃을 일이 있어도 웃지 말아야 하는걸까...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던지...


궁금해서 웃음의 종류를 찾아보았다.


* 미소(微笑) : 소리를 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웃음

* 실소(失笑) : 알지 못하는 사이에 툭 터져나오거나 참아야 하는 자리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 홍소(洪笑) : 크게 입을 벌리고 떠들썩하게 웃는 웃음

* 폭소(爆笑) : 여럿이 폭발하는 갑자기 웃는 웃음

* 냉소(冷笑) : 쌀쌀한 태도로 업신여겨 웃는 웃음

* 고소(苦笑) : 쓴웃음

* 조소(嘲笑) : 조롱하는 태도로 웃는 웃음

* 파안대소(破顔大笑) : 얼굴표정을 한껏 지으며 크게 웃는 웃음

* 가가대소(呵呵大笑) : 껄껄하고 크게 웃는 웃음

* 앙천대소(仰天大笑) :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우러르며 웃는 웃음(어이가 없어 웃는다는 뜻)


아마도 내가 웃는 웃음은, (홍소, 폭소, 파안대소, 가가대소) 등에 해당 될 듯하다. 일단은 목소리가 크니까 웃는 것도 소리를 내서 ‘빵빵’ 터트려 주어야 한다. 빙긋 웃는 미소는 수도 없을 것이고...


언젠가 C가 말했다.


- 만화 속에서 마녀가 웃는 것 같아요..

- 아니, 어떻게 그렇게 호탕하게 시원스럽게 웃어요????



스마이즈(Smize)라는 단어가 있다. 미소(smile)와 응시(gaze)의 합성어로, 이마와 눈 주위 근육을 눈동자 쪽으로 집중시키고 광대뼈를 위로 돌출되도록 끌어올려 눈웃음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요즘 코로나 시대에 주로 서비스업종에 계신 분들이 하고 있는 눈웃음 훈련법이다. 마스크를 썼으니 얼굴 전체가 아닌, 눈으로 웃고 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니까...


남학생 중에 눈웃음이 너무나도 멋진 D가 있다. 얼마나 멋진지, 눈에 반짝이는 별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귀엽기까지 한 D에게 매시간 말한다.


- D~, 눈웃음이 너무 멋져.......


역시 오래전, 내가 좋아했던 E에게 말했다.


- 다른 사람에게는 눈웃음 짓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나에게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하는 속담이 있듯이 웃는 얼굴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웃음이 많은 사람을 꼭 좋게 보지는 않는다. 예전에 F가 처음 보는 G에게 웃으면서 말하면서 고개를 그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고 나는 화들짝 깜짝 놀라며 F와 거리를 두었었다. 처음 보는 G 또한 당황한 얼굴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하는 저런 태도는 무엇??? 너무 싫다....


사람은 얼굴 근육 42개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총 19종류의 웃음 또는 미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19개 중에 딱 1개만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나머지 18개는 가짜로 웃는 것이라고 한다. 진짜 미소(뒤센 미소)와 가짜 미소(팬암 미소)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웃음을 짓는 얼굴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런 사람이고 싶지도 않다. 항상 웃기만 하는 사람은 사실, 내면은 병들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심리학에서도 말한다. 18개의 가짜 미소를 짓느니, 1개보다는 좀더 많은 진짜 미소를 짓는 사람이기를 바랄 뿐이다.



평소에는 굳어있던 얼굴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눈이 풀어지는 순간이 오면서 입 끝이 올라가고 눈에 힘이 들어가면서 반달형이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가 내 앞에 지나가거나 누군가를 생각하거나 할 때... 또는 가장 좋은 것은 그 누군가를 직접 보게 되거나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될 때... 나에게 이 ‘누군가’가 있었을까....있을까...있으면 좋으련만.....



인디언에게는 ‘친부모’ 이외에 ‘웃음 부모’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태어난 아기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제일 먼저 웃게 만드는 사람이 그 아기의 웃음 부모가 되는데, 성장하면서 아이가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웃음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인생의 조언도 듣게 되는 관계로, 한번 정해진 웃음부모와의 소통은 평생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代父)나 대모(代母)와는 다른 개념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할 때 누군가를 보고 어떻게 웃게 되었을까??? 아니, 우리도 어린 아기였을 때, 누구를 보고 언제 처음 웃게 되었을까?? 왜 웃었을까???


심리학에서 어린아이의 두뇌 지능을 평가하는 척도 중의 하나로 ‘유머를 이해하는가’가 있는데, 유머를 이해하고 웃는다면 두뇌 지능이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유머라고 한다면 이런 인지과정이 없던 아기 때, 누군가를 바라만 보고 어떻게 얼굴의 웃음 근육이 움직였을까...


바라만 보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을 내 나름의 ‘웃음 부모’라고 한다면 그 누군가는, 인생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도 들을 수 있는 나의 웃음 부모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번 주 2학기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방학 때와는 전혀 다른 생활 패턴이고 예상했던 대로 웃을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얼굴에, 눈 주변에 주름이 늘어나고 있다. 한 달 만에 보는 아이들도 예쁘고 교무실에서 뵙는 담임 선생님들과의 수다도 좋다. 수업 시간마다 또 교무실에서 또 식당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아마도 이번 주는 진짜 미소, 진짜 웃음만 짓지 않았을까 싶다.


바라기는, 웃을 일이 많은 2학기가 되었으면, 진짜 미소, 즉 뒤센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았으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웃음 부모’를 만나고 가졌으면. 또 바라보기만 해도 웃을 수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웃음 부모’와 같은 사람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가슴 뛰는 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좀 있었으면 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주름이 좀 생기더라도 많이 웃기로, 크게 웃기로, 또 자주자주 웃기로 결정하며 바람의 색깔이 달라진 9월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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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기 H가 그려준 (사실과 전혀 다른) 그림..


그래서...학교 책상에 넣어놓고 매일 아침 한 번씩 보면서 웃는다..


내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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