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벌레

by 도치의우당탕

달리다가 숨이 차서 눈을 감았다.

꼭 그렇다 하기 싫은 게 있으면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빨리 달린 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나고 싶은 곳이 시기일까 상황일까

이따금 이불속 깊이 숨어


개화를 기다렸다.

숨이 막혀 허덕이고

시야가 흐릿해질 때까지


기대감을 품은 벌레는

우화를 바란다.

저 멀리 어른들을 보며


그런 희망을 품는다.

저 높이 아래의 공포는

잘 모른다.


날개를 가진다는 건

저 공포를 감당하고

힘껏 날갯짓을 하겠다는 것


그래서 저리 가벼워 보였나

자기 몸보다 큰 날개를

휘저으며 이곳저곳을 날아

끝내 저 꽃 위에 앉는다.

돋기 전 몇 번의 검증을 거두었다.

떨어져서 괜찮을만한 곳도 알아두었다.

시기는 멀기만 하다.

꽃은 피는데

인내의 시간은 아득하다.


피는 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을 뿐

이 고치 속 어둠은 확답을 줄 수 없다.

우화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꿈을 꾸었다.

너와 같이 날아다니는 꿈

그래 꿈만 꾸어서

날순 없지만

온전한 날개가 돋기를 바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