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가 숨이 차서 눈을 감았다.
꼭 그렇다 하기 싫은 게 있으면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빨리 달린 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나고 싶은 곳이 시기일까 상황일까
이따금 이불속 깊이 숨어
개화를 기다렸다.
숨이 막혀 허덕이고
시야가 흐릿해질 때까지
기대감을 품은 벌레는
우화를 바란다.
저 멀리 어른들을 보며
그런 희망을 품는다.
저 높이 아래의 공포는
잘 모른다.
날개를 가진다는 건
저 공포를 감당하고
힘껏 날갯짓을 하겠다는 것
그래서 저리 가벼워 보였나
자기 몸보다 큰 날개를
휘저으며 이곳저곳을 날아
끝내 저 꽃 위에 앉는다.
돋기 전 몇 번의 검증을 거두었다.
떨어져서 괜찮을만한 곳도 알아두었다.
시기는 멀기만 하다.
꽃은 피는데
인내의 시간은 아득하다.
피는 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을 뿐
이 고치 속 어둠은 확답을 줄 수 없다.
우화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꿈을 꾸었다.
너와 같이 날아다니는 꿈
그래 꿈만 꾸어서
날순 없지만
온전한 날개가 돋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