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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by 도치의우당탕

대천에 살았던 나는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고 주위가 궁금한

말 안 듣는 문제아였다.


그럼에도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좋은 친구가 있었고, 옹알이 동생이 있었고

아이스크림이 있었으니깐


우리 집 큰 무화과나무를 지나

비포장 언덕 받이 길 내려가면


찬 공기 입으로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


그리고 유치원 안에 유난히 컸던

플라스틱공으로 가득 찬 모형풀장

잔치국수가 나오면 꼭 몰래 그곳에 숨어 먹었지


세상에 비밀을 알려주던 초등학교 형, 누나들

그리고 우리 집 거실 옆방 아침에 과자나 장난감을

쥐어주던 하숙하는 아저씨


갖고 싶은게 많던

시장을 거쳐

롯데리아 달달했던 데리버거를

먹으면 주던 한정판 장난감


모르겠다. 그때 기억이

자꾸 어린 시절의 나를 찾아가게 한다.


머리가 너무 커서

다 담지 못하고

밀어냈을진 몰라도

꿈꾸듯 그때 그 시선으로

간간히 떠올려본다.


다만,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삿날을 떠올려보려 해도

필름 중간이 잘려

붙이려 안간힘 써봐도

그때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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