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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by 도치의우당탕

최근 Distancing 이란 어플을 깔아

인지행동치료(CBT기법)를 배우고 있다.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접근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프로그램이라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나 같은 경우 완벽주의가 심한데

그게 업무에 대한 실수에서 오는 압박감과

강박이 심해져 어떻게든 숨통을 틔워보려고 찾다가

유튜브에서 이런 도움을 주는 어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시작했다.


('Distancing'의 어플 화면)


뭐라도 해보자 시작한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와 정신없이 회사에 입사해

적응하던 기간이 맞물려

지금까지 쓴 글을 보면 진지하고 답답함이 묻어있다.

이글도 아니라고 못하겠지만 말이다.


효과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예전보다 생각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알아차림'이라는 불교의 수행과 비슷한데

프로그램은 명상을 통해 생각을 이미지화시킨다.

그리고 이미지화된 생각을

나와 분리시키는 연습을 하게 한다.


종종 잠에서 깰 때 생각이 많아져서

다시 쉽게 잠 못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연습이 꽤 도움이 됐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말할까 한다.

안 좋았던 경험이 내 안에서 과장되어

다음에 비슷한 상황만 연출되어도

쉽게 흥분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게 몸으로도 이어져 긴장하고

떨리는 증상까지 이어지니

이걸 '자동적 사고'라고 한다.


그걸 치료하는 과정 중, 실수가 일어난

그 상황이 '고양이'가 갑자기 뒤에서

놀라게 해 일어난 상황이라 가정하고 상상해 보니

그 고양이가 굉장히 엉뚱 맞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것도 이미지화라 사람마다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또 한 예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안 좋은 습관을 자책을 할 때

'개'를 떠올렸는데 그 크기가 제법커서

나를 지킬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지만 스스로를 자학하거나 너무 자책할 때

그 생각을 큰 개가 짖고 있다는 이미지로

떠올리니 주인을 향한 안쓰러움이 느껴지면서

생각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 둘을 산책시키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둘 다 정말 말을 안 듣는다.

서로가 앙숙이라 틈만 나면 싸운다.

다음 목표는 이 둘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나까지 포함해서

더불어 살아가볼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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