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서 보았던 유튜브에서 이전의 서른 살은
젊음이 끝나고 내가 하는 일이 뚜렷해져야 하는 시기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직도 제 주위엔 꿈을 찾아가는 자와
이제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으로
가득한데 말이죠
저도 마찬가지로 꿈을 찾아가다
그 꿈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제 고집이 너무 쌔서
좋아하는 일의 끝을 봤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후회와 미련이 크게 남진 않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어쩌다 시작한 복싱으로
한 체육관에서 코치로 일을 하면서
어린아이부터 중년까지 미트를 잡고
같이 스파링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복싱실력이 오른다는 게 꼭 운동적인 부분이 아닌
마음에 무언가도 바뀌어간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 역시 이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들을 얻어갔습니다.
링에 서보면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겁이 나기 때문에 주먹을 거칠게 내고
또 누군가는 주먹을 내면서 상대방이 다칠걸 생각하고
혹은 아무것도 못하고 링에서 서있다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의 역할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복싱을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못하고 링에서
내려온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은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 설득을 하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링 위에서 한 번의 주먹을 내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행동으로 보이려 했습니다.
나부터 열심히 하기로
복싱에 대해 연구하고
기술을 익히고 관장님께 물어봐가며
노트에 코칭을 정리해서
핸드랩이 땀에 젖어 피가 번질 때까지
샌드백을 쳤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잘못 가르친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졌습니다.
결국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배우는 사람에게도
부담으로 느껴져 운동을 힘들게 느끼게 했거든요
복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욕심을 부리면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타고나지 못했던 저에겐
큰 한방보단 남보다 더 주먹을 내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가 찾아와
복싱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열심히 안 했다로 변명하고 싶습니다.
막상 체육관에 나와 회사에 입사해 보니
굉장히 낯설었습니다.
그곳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
잘하는 게 중요한 곳이었으니깐요
매일 혼나가며 일을 배우고
반복되는 실수에 좌절해 가며
제가 온실 속에 화초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주먹을 뻗어볼 생각입니다.
막기만 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단 한 번만 뻗으면 상황은 바꿀 수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