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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2

by 도치의우당탕

글도 성숙 해질 수 있을까요

어떤 날은 제 풀에 지쳐 무슨 내용을 쓰든

정리가 안 되는 날이 있고

철없는 글이 써지기도 합니다.

나를 마주 보고 담아야 하니

글을 쓰다 머뭇거려지기도 하죠


글이 가는 데로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요?

하얀 노트를 보면 조각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모습들이 보이지만

그걸 원하는 대로 깎아낼 수 없고


모습을 찾아가다 마주하면 생각 외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겁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합니다

그 안에 나는 솔직하지 못하니까요


그럼에도 글 쓰는 걸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데리고 와야죠

나 자신이 부족하고 엉망이어도

모른 척 손잡고 데려올 생각입니다.


날씨가 풀렸습니다.

사무실에는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을 켜서 웅웅 거리는

작동소리가 울리고


창문 밖에서는

사회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가득합니다.

순위를 다투듯 경적소리도

가끔 울리곤 합니다.


어제 술자리에선

제가 있는 이 자리가

누군가의 절실함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 또한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분 사정을 들어보니

저보다 더 간절했단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뭔가 담담한 하룹니다.

특별함을 찾아보려 하지만

저 또한 이곳에서 헤매고 있고

이 글쓰기가 끝나면

또 길을 헤맬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로 작은 변화들을 마주합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나중에

크게 다가올지는 모를 일입니다.


성숙해지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차곡차곡 마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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