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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Sep 20. 2020

UI 디자인 커뮤니티, 3년간의 실험

맘에 드는 커뮤니티가 없어서 제가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이 글은 UI 디자인 커뮤니티를 3년 정도 운영해보면서 보게된 현실과, 미래 방향에 대한 정리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 내가 만든 UI 디자인 커뮤니티는 사실상 '커뮤니티'가 아니었다.

2. 사람이 무작정 모인다고 해서 지식의 총량은 달라지지않는다.

3. 결국 모든 커뮤니티는 엘리트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대화가 없는 커뮤니티. 채팅이 불가능한 단톡방



내가 운영중인 커뮤니티는 단톡방 중심의 커뮤니티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된 소통'이 일어나진 않는다. 내가 스스로 채팅방을 '채팅 금지방' 형식으로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채팅을 막아둔 가장 큰 이유는 올라오는 정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것들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수백명. 아니, 천명이 넘는 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정보를 체크하는 형태가 되면. 개개인의 만족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단톡방은 유튜브나 트위치 방송이 아니다. 불필요한 정보가 수십줄씩 올라가는 곳에서 제대로된 정보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자료를 선별하는 기준도. 개개인의 경험이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선별되지 않은 자료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모두의 자료를 그대로 오픈하면.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질지 몰라도 자료의 질이나 수준이 문제가 된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식은 내가 모든 자료를 선별해서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우리 단톡방에는 대화가 없다. 내가 정리해서, 선별한 자료만 올라오는 '읽기 좋은 채널'이 현재 UI 디자인 연구소 단톡방의 상황이다. 물론 과거에는 여러 실험도 해봤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게. '채팅없는 커뮤니티'라는게 좀 아이러니하다.










UI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의 기준점 만들기 


나는 대부분의 UI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오고가는 자료들에 별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료를 찾고, 모으고, UI디자인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브런치로 시작해서 유튜브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들에게 공유할만한' 수준의 자료는 몇개 되지 않았다. 내 스스로 아는게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다양한 정보 소스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내 채널에 직접 배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한계에 부딛혔다. UI 디자인이라는걸 말하기 위해서, 대체 어떤 것들을 다뤄야하는지. 뭘 공부해야 더 다양한 관점을 갖게되는지. 필수적인 공부는 무엇인지 등등. 그 기준점을 직점 만들어내야만했다. 어떤 자료가 왜 좋은지, 그런 자료를 만들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근본적인 지점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해야만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깨닫게된건, 디자인 결과물 이전에. 다양한 IT 업계의 상황과 뉴스들.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다양한 업계에서 쓰이는 UI 디자인 설계방식과, 그 결과물들. 앞으로 새로 나오게될 서비스들과, 기존 서비스들의 문제점들.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하는 지점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면 눈앞의 디자인 결과물을 '설명'하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업계 분석을 하나하나 진행하기 시작했다. 카드와 금융 업계. 페이서비스와 디지털 헬스 서비스.  VR과 AR에서 보험 서비스들까지. 지금도 매번 다양한 서비스들을 들여다보고, 분석하고, 그 내용을 단톡방에 공유하고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게된건 - 이런 과정이 UI 디자인, 설계 공부의 핵심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사람들은 수준 높은 큐레이션을 원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공유되는 연구결과, 디자인 자료의 질이 높아지는게 아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려면 그 내용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해야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걸러내는 선별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모든 사람이 해낼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수가 많더라도, 선의에 기댄 자료공유에는 많은걸 기대할 수는 없다. 대부분이 중복된 자료이거나, 선별 기준이 아쉽거나, 오래된 자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 위주, 정보공유 위주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내 스스로 정말 다양한 정보 소스들을 찾게되었다. 기존의 정보에 기반해서 새로운 정보를 판단하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자료들을 빠르게 선별하는 방법도 깨닫게됐다. 결국 내가 원했던 '좋은 자료의 탐색'이라는 건. 내 스스로 좋은 기준점을 갖고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도 좋은 정보가 오가지않는 이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단계를 거쳐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는 한. 수백명의 사람보다 정보 선별 훈련을 한 소수가 더 좋은 정보를 찾아낸다.


그래서 내가 최근에 시작한 실험은 - 소수의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정보 수집 / 선별 훈련을 시키는 방향이다. 매일매일 이슈가 될만한 IT, 기술 등의 기사들을 찾고. 공유하고, 해당 내용에 대한 생각을 말하게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모든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매우 소수의 인원만 선택하게되는데. 그들이 가져오는 자료가 내게도 큰 도움이 되고있다. 결국에는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찾고, 그들만의 정보 공유 그룹을 만드는게 가장 효율적인 방향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정보의 수급 차이가 생겨나게됐다.










결국, 모든 커뮤니티는 엘리트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빠르고, 지속적이며, 무료로 확인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건 어떤 나라, 어떤 서비스 분야를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준높은 정보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힘이 되기도한다. 다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다보면 엘리트중심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사람이 많아져도 단순 소비자와 정보 생산자가 나뉘게되고, 그 중간지점이 없는. 압정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만인에 대한 평등한 기회 - 같은걸 논하긴 어려울거다. 나도 결국 좋은 정보를 찾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줄 사람들을 찾고있는것 뿐이니까. 다만 이런 구도가 심화될수록, 소수의 엘리트 활동층이 중심이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들을 선별하는 방식과, 기준점이 문제가 된다. 최근에도 스터디원을 추가로 모집할 때, 높은 기준을 두고 사람을 모으니. '선별 기준'이 무엇인지를 물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나는 거기에 대해 "제가 평소에 다루는 정보수준에 기반해 판단합니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함께 가고싶다. 하지만 자발적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고 갈 수 없는것도 현실이다. 결국 내가 하고있는 이 고민도, 수많은 커뮤니티들이 고민했을 지점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모으자니, 선별되지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높은 기준점을 잡자니, 너무 적은 사람들만 혜택을 받게된다. 비 영리적인 집단의 경우 더더욱 이런 '기준점'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커뮤니티의 리더가 멈추면, 모든게 끝이다



좋은 정보를 찾아내고, 좋은 연구를 해서 공유하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걸 지속적으로 해내는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과연 이게 '커뮤니티'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일까? 나는 여전히 그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있다. 커뮤니티가 아니라 연구집단에 가깝고, 사람보다 정보가 중요한 곳이 되어가고있기 때문이다. 


여러 컨셉을 잡아 소규모 방들을 만들고. 실험을 해보고 있지만. 이 방향을 바꿀 방법은 찾지 못했다. 능력있는 소수만이 선택되고, 그들을 위주로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건. 어떤 곳이든 마찬가지다. 거기에 돈이 끼어들고, 다른 기준이 끼어들면, 오히려 실력 기반의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나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더 좋은 자료를 찾아 헤메고있고, 그중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소수를

 모아 다른 기획을 진행할 뿐이다.


나는 여전히 커뮤니티 기반의 실험을 반복하고있다. 이런 방식이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이 오게 된다면. 내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지않을까싶다. 단지 그 떄가 오기 전까지는. 더 많은 내용을 찾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게 내가 연구를 시작한 첫 시작점이고. 동시에 지금까지 커뮤니티를 유지한 원동력이었으니까. 다만 내가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을 때. 과연 현재의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거라고 본다. 


결국 모든 커뮤니티는 소수의 엘리트를 기반으로 유지될 뿐인 구조이니. 아마도 빠르게 사라지게될거다. 그런 유지를 이어나가는 몇몇의 사람들도, 손쉽게 흩어지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똑같은 구조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 너무 먼 미래의 일을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그런 고민을 한다. 지금의 형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게 과연 옳은 길인지를 말이다.






최근에 드디어 단톡방의 1500명 인원수가 꽉 차게됐다. 이미 사람 수가 무의미하다는건 알지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때라는 것도 실감하게된다. 그래서 브런치 채널에 다시 글을 정리하기로 했고.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들어 카드 뉴스 규격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게 얼마나 유지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계속해서 실험을 해볼 뿐이다. 좋던지 나쁘던지. 결과는 나오게 되겠지. 


부디 지속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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