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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Jan 06. 2023

생각정리 : 새로운 실험

정리된 것을 글로 쓰는것이 아니다. 글쓰는 행위가 곧 생각을 정리시킨다.


1.

스스로 활동을 완전히 멈춰버린 지점에서 깊은 지점까지 다시 생각을 해봤었다. 왜 자꾸만 스스로 '겉핥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까. 반복 속에서 자신을 움직일만한 구심력이 없는 것들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스스로 하고있는 일들이 성에 차질 않는 거다. 사람들의 피드백도, 감사의 인사도 눈에 보이질 않았다. 사람이 아닌 '정보'의 단위에서 배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찌보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가르친다는 것을 그만두게되었던 것 같다.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에서는 항상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때로는 그 문제가 '나자신의 방향' 이었다는 것도 알게된다. 내가 아는 것들을 전해주려해도, 그것이 그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이 내 스스로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면. 더더욱 그 문제는 심각해진다. 나는 그때 스스로 전달한 지점에 스스로 만족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서비스를 분석하면 뭐가 보이냐고. 그게 왜 좋은거냐고. 그래서 어떤 지점에서 '기획'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고. 스스로의 이야기에 설득당할 수 없었다. 그건 그냥 실패한거다.



2.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기획의 기 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첫번째 내어준 과제는 API에 대한 내용이었다. API가 뭔지, 솔루션은 뭐가있는지부터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맘에 드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API로 이뤄져있다'는걸 찾아낸거다. 그 사실을 경험하게 한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서비스들을 실제로 구축하는 과정'에 대한 방법이었다. 수많은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기능' 하나 하나를 API로 뜯어낼 수 있다는 개념이나. 자주 사용되는 API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부터 이야기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이번에 새로 내준 과제는 큰 단위의 서비스의 종류와,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사용자 타입의 종류였다. 예를 들어 커머스 서비스를 기준으로 나올 수 있는 사용자 타입 네가지를 이야기했다. 일반사용자, 상품 판매자, 플랫폼 관리자, 배송담당자 같은 것들로 정리를 한다. 각각의 사용자 타입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용자 FLOW가 나온다. 여러개의 FLOW가 서로 겹치는 지점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어찌보면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있는 것 같다. 세부적인건 뒤로 놓더라도 그 지점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3.

입력하는 정보와 가져오는 정보의 무게.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사용자에게 입력하게 만드는 정보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타 서비스보다 더 적은 정보를 입력시키기 위해, '어디에서 정보를 가져오는가'가 핵심이 되어간다. 그러니까 UI 단위가 아니라 정보입력의 '행동' 단위에서 뒷단의 로직이 복잡해질수록, 사용자는 더욱 편해진다는 거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어찌보면 이 지점이 내가 최근까지 가장 집중하고있는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효율적인 설계'라던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있는 거니까.



4.

좀 이상한 실험을 한가지 더 하고있다. 내가 가진 설계경험들을 기반으로 '회사' 단위로 일을 물어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그렇게 잘 풀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입찰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익숙치 않았고, 동시에 그것을 남에게 '설득'을 시켜서  회사에 돈을 내게만드는 행위라면 더더욱. 그게 쉬울 것 같진 않았다. 개인에 대한 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에 대한 설득을 만들어내는 건. 일종의 '마술' 같은 느낌이었다. 원리는 이해하고있고, 스스로의 손을 움직여 하고있지만, 동시에 그 주체가 나라는게 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회사 안에서는 PM 역할을 하고, 내부에 꼬여있는 문제들을 해결한다. 외부에서는 개별 요청건에 대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현재 우리가 가진 기술들로 구현이 가능한지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중에 운이 좋은 건들은 클라이언트와 직접 미팅을 나가서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익숙치 않은 일 치고는 생각보다 잘 풀리고있는 것 같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줄은 몰랐다. 어찌보면 스스로 기회를 받은것일수도 있겠다. 좀 이상한 느낌이지만, 그게 굉장히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처음엔 굉장히 의아했지만, 제안서를 쓰는 작업은 퀴즈를 푸는 일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크해서,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기위해서 필요한 자료를 찾고, 로직을 찾고, 그것을 어느정도 수준의 일정으로 해낼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거. 답은 정해져있는데 그걸 내가 얼마나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걸 정해진대로 우리가 해낼 수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정이다. 단순한 업무건을 물려고하는게 아니라, 설계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것들을 물어다가, 개발자들에게 던져주고싶으니까. 어찌보면 단순히 그 사람들이 반복작업이 아니라, 머리아픈 설계와 경험을 통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5.

사실 지금 시즌이었으면, 나는 아마도 신규 기술발표 행사들을 둘러보고있었을 거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줘야하니까. 모여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하니까. 뭐 그런 이유다. 다만 지금은 그런 역할을 스스로 하지않고있다. 어찌보면 그냥 '방치'이거나 현실도피일수도 있다. 다만 그런 지점에 기존처럼 흥미가 가질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더디고, 이미 내가 알고있는 개념에서의 첨예함을 덧대어나갈 뿐. 지적 열망을 채우기가 쉽지않는 지점들이 많다. 정리하고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분한 내용이 더 많다. 선택지가 느는 것이 아니라 수치적 성장을 하는 것들은 항상 그렇다. 내가 알고싶은건 '새로운 밑기반'이 될만한 지점이다. 기존에 알던 그것이 더 나아진 수준으로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 지점을 더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있다. 뻔한 이야기니까.


그렇다면 대체 무슨 내용을 다뤄야하는가. 결국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반복된다. 그러면 지금 내가 집중하고있는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될만한 이야기인가. 그 지점부터 여러가지 필터링이 들어간다. 내 상황에서 유용한 방법론이 다른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으려면, 일종의 객관화나, 정리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그냥 나혼자서 유용성을 주장하는 꼴이 되니까. 어쩌면 그래서 더욱 '확인'을 하고싶은 거다. 실험을 통해서, 그 지점이 실제로 유용하다는 걸 증명하고나서 이야기하고싶은거다. 과학의 레벨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자주 든다. 아직은 아니다.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이야기하긴 어렵다.


그래도 아마도 다시 하게되겠지. 준비과정이 더 필요할 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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