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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Jan 28. 2023

기획자에 소질 있으시네요

무엇이 기획자를 기획자답게 만드는가?


1.

최근 회사에서 기획자 한명을 새로 뽑게됐다. 내 계획상 대략 1~2년차 정도 수준의 디자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 괜찮은 사람을 찾을 생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획자가 되려면 적어도 UI디자인을 다뤄본 경험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공고를 올리고, 여러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됐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바로 '기획자의 소질'은 무엇에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은 감각에 예민하다. 자신이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고, 그 퀄리티에 대해서 자랑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디자인 자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고, 개발자나,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이 쉽지않은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디자인이 '특별하다'라는 착각을 갖고있는 장인정신 넘치는 디자이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도 물론 기획적인 지점을 배우게되면, 디자인과 기획설계 모두를 잘 하는 경우도 많다. 단지 기획자로서 '집중하기에는' 어렵다는게 문제일 뿐이지.



2.

내가 생각하기에 기획자로서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않다.기획자는 잡다한 것들을 알고있고, 다양한 설계를 해봐야한다. 문제해결방식에 대해서, 웹 빌더와 API, 솔루션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디자인 이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전략을 짜는' 사람이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집착을 갖고있는 사람은 역으로 기획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언가를 과감하게 들어내거나, 잘라내는 선택을 하는 것은 '시각적 풍부함'과는 연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다른 인종'이라고 이야기하고싶다. 디자이너들은 픽셀 하나의 간격, 시각물의 완성도나  일관성에 대해서 미칠듯이 집착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하는게 맞다.) 하지만 기획자들은 그보다 '설계'와 '개발'의 진행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 개발자가 이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 알아야하는 것들. 실제로 구현하게되는 내용들. 그리고 그 구현을 위해 만들어져야하는 제약조건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기획자는 개발자스러운 시점을 갖고,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타입들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이런 시점을 가지려면 시각물의 완성도는 사실 중요하게 생각하기 어렵다. 당장 입력해야하는 정보 하나, 끌어와야하는 API의 형태, DB로 넘어가는 데이터들과 변경되는 상태값 같은 것들을 정의하다보면, 화면설계는 사실상 '정보의 나열'일 뿐.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큰 무게를 두지 않게된다. 말 그대로 서비스의 큰 흐름과, 구조를 바라보는 눈이 생기는 거다.

필요없는거 다 빼주세요


3.

그렇다면 대체 기획자의 소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그것을 '어떤 것을 과감하게 빼버릴 것인가'를 선택하는 능력에서 온다고 본다. 여러개의 정보들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가늠하는 능력 말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서비스를 만들어야한다고 해보자. 그 서비스에는 무슨 기능이 들어가야할까? 어떤 API들이 들어가야할까? 원하는 기능을 넣으면서도 불필요한 컨텐츠들을 쫙 빼버리려면 어떤것들을 '빼내야' 할까? 바로 그 지점이 기획자가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서비스들을 찾아보고, 비슷한 구조를 만드는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를 작게 만들면서, 개발적인 지점의 리소스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해야할까. 그중에 무얼 '빼내야' 핵심 구조는 남기고, 필요한 정보만 다룰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결국 각각의 정보를 저울로 재며, 비교하는 능력이 뛰어나야한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정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하는 문제. 그런 것들을 빠르게 비교하고 들여다볼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점으로 볼때, 일반적인 디자이너들은 정보비교나, 계산에 능하기보다 감각에 능하다. 심지어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에는 논리적인 사고, 분석능력, 그것을 통한 과감한 빼버리기를 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까지의 논리분석은 훈련을 통해서 강화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얼마나빠르게 익힐 수 있는지, 그것을 얼마나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4.

기획자가 가장 빠르게 처리해야하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정보의 위계. 정보의 우선순위를 잡는 것이다. 여러개의 정보가 있을 때 그들 중 무엇을 우선해야하는지. 그리고 여러 정보들 중 빼버려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 인증 기능을 넣어야한다고 해보자.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구현을 할 것인지, 그것이 다시 어떤 외부 API를 사용할 것인지와 같은 내용을 고민하게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내용들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정보일까?



- 전화번호 인증의 목적

- 전화번호 인증을 구현할 때 주의해야할 지점

- 전화번호 인증을 처리하는 여러가지 방법

- 전화번호 인증을 구현하는 외부 서비스 목록

- 전화번호 인증을 사용하는 타 서비스들

- 전화번호 인증에 사용되는 주요 정규식 정보

- 전화번호 인증시 등장하는 팝업정보 / 재시도에 대한 FLOW



여러가지 정보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의 위계를 잡는 순간, 문서규격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중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은 과감히 삭제해버려도 좋다. 나는 일반적으로 3~4개 정도의 목차만으로, 대부분의 중요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 전화번호 인증의 목적

- 전화번호 인증을 처리하는 방법

- 전화번호 인증을 구현하는 외부 서비스 목록



분명 다양한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목적과 그 방법, 그리고 실제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목록 정도면 대부분의 기능구현은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UI 단위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예약 관련 UI의 사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예약하는 경우, 여러가지 정보가 함께 붙는 경우가 많다. 상품명, 가격, 기간, 인원수, 옵션명 등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보여줘야한다. 그렇다면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무슨 정보가 가장 중요할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볼 수 있을까?



- 상품명

- 가격

- 기간

- 인원수

- 옵션명



가장 처음 고민해야하는 지점은, 정보의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무슨 상품, 서비스'인가에 대한 부분이니, 대부분의 경우는 상품명이 가장 중요해진다. 그 다음은 기간이나, 인원수와 같은 -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조건이 중요해진다. 추가적으로 상품의 세부 분류를 설명해야하는 옵션명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빼버리는게 더 낫다. 그리고 마지막이 가격이 된다.



- 상품명

- 기간 / 인원수 (필수옵션)

- 가격



이 지점을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 A라는 서비스(혹은 상품)을 3일간 2명이 이용할 경우 = OOOO 원입니다. 와 같은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바라보는 정보는 단순히 크기와 형태가 아니라 '글을 읽듯이' 읽게되는 맥락적인 지점이 많다. 그리고 실제 기획자들이나 UI 디자이너들도 이런 '글을 읽는듯한 정보의 나열'을 자주 사용하게된다.



5.

그렇다면 이런 정보정리를 하나의 UI 단위나, 기능구현을 위한 정보정리를 넘어 '서비스의 레벨'에서 생각한다면 어떻게될까? 하나의 서비스에 들어가는 모든 기능 (function)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그들중 중요도가 떨어지는 지점을 빼버린다면? 그리고 그들중 중요한 내용을 우선적으로 3~4개만 다루게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서비스의 핵심을 다루게될 것이다.


이런식의 '요약적 사고'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들을 과감하게 '빼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 '쓸데없는것을 덜어내는' 과정이 가능하다는 건. 결국 그 대상의 핵심적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을 글과 말로 이야기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라는 기본적인 틀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틀'은 어느정도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몇년간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보면서 느낀 지점은 결국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은 디자인도 논리적으로하고, 정보 배치도 논리적으로 한다는 거였다. 내 스스로가 그런 성향에 가까워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지점은 훈련을 받더라도 '사고의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떄문에' 쉽게 좁혀지지않는 지점이었다. 누군가는 몇달을 훈련받더라도 그런 부분이 강화되기 어려운데 반해, 누군가는 몇시간 만에도 그런 지점을 한번에 깨우쳐버린다. 이 부분은 타고난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감각을 우선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감각만 뛰어난 사람들은 기획자가 되긴 힘들다. 자신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증명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거쳐지지않는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감'일 뿐이다. 기획은 설명하고, 이유를 이야기하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중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기획자에게는 글쓰기 훈련이 중요한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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