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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Feb 20. 2023

신입사원 교육, 어떻게 시켜야할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


1.

일을 해보지않은 사람은 원래 아는게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나누어서 알려줄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모른다는 것은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나는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는가' 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나는 준비되어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아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이야기해줄만한 - 생각의 정리가 되어있는가?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할 때,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



2.

사람마다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타인의 성장을 보고 기뻐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가 어렵다. 내가 아는 것들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어려움을, 그 답답한 시간들을 견뎌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만나는 감정들은, 대부분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무식한 사람인지에 대한 확인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이 그렇게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줄 수 없고, 그것이 그렇게 반복되어야할 이유를 알지 못할 때. 신입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생각해본적 없는 내가 문제란걸 깨닫게된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 멍청하다.



3.

여기는 회사지, 학교가 아니라는 말을 변명으로 내세우지 말자. 그냥 우리가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너무나 게으르거나. 설명을 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만약 내가 좀 더 쉽게 정리해서 이야기했더라면, 상대는 더 빨리 내용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들의 이해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상대의 상황에 맞출 만큼 유연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알고있는 지식과 정보는, 다른 단어나 구조로 치환해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예시를 들거나, 비유하거나, 우화 형태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4.

무언가 '당연한 것'을 설명해야하는가 - 라고 느낀다면, 스스로 그 이치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의 기반을 파악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는 과정을 천천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의 이치에 대해 모든것을 설명해야하는지, 아니면 핵심적인 지점만을 간추려 이야기하면 되는지를 고민해보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짧은 핵심정리를 좋아한다.



5.

당신이 진행한 교육이 그 사람에게 '제대로 기억되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그리고 당신이 알려준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서 말해보라고' 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을 때 정보의 조립과 매칭을 즉각 실행하지 않는다. 물에 떠다니는 퍼즐조각처럼 갖고있다가, 나중에서야 그 조각들을 맞춰 자신의 지식체계에 포함시킨다. 그러니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는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정리해서 이야기하기를 요청하자. 상대가 머릿 속 퍼즐조각을 맞추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



6.

틀린 답을 말했다고, 바로 정답을 이야기해주지 말자. 질문에 질문을 유도해가며 옳바른 답을 직접 찾아내게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당신이 원하는 답을 즉각 말해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의 과정들 속에 '본인이 무엇을 대답해야하는지'를 깨닫게된다. 이건 마치 아이가 엄마의 옹알이를 통해서 감정적 공감능력을 얻게되는 성장과정과 마찬가지다. 질문과 답변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과정 속에 '이것은 옳다, 이것은 틀리다' 에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결국 아이를 기르는 것이나, 신입사원을 키우는 것은 비슷한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7.

당신도 사람이니까, 화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를 여전히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자.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을 진심으로 미워하는 사람'에게서 배울 것을 찾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상대에게 제대로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 일관적인 태도로 대하는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그 사람의 상사이지만,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8.

상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지점'에서 그 사람의 특성이나, 성향이 드러난다. 그런 지점들은 한두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서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의 성향에 맞는 대응방식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은 경우 '상대의 무능함'을 탓하거나, '나는 옳다'라는 자기합리화의 순환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9.

제 아무리 신입사원이라 해도,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정답'인 것들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어떤 지점에서 고민을 하는지. 어떤 가치관에 더 무게를 두는지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논리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해도, 그 사람에게 더 '옳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정답일 수 있는 것이다.



10.

똑같은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라도, 직급과 나이는 신입사원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된다. 더군다나 권위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는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기 쉽지않은 내용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한마디가 누군가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11.

내 기준이 아니라, 과거의 상대를 바탕으로 얼마나 나아지고있는가를 확인하자. 자신의 업무기준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모든 사람은 나보다 천재거나, 나보다 바보일 뿐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상대의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처리하려면 어떤 지식기반이 필요한지. 자신의 과거보다, 상대의 현재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두자. 당신이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할수록 - 상대가 더 쉬운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걸 기억하자.



12.

그들의 개인시간을 존중하자. 나는 그들의 친구가 아니다. 내가이 갖고있는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는 건 업무시간만으로 충분하다. 각자 편안한 저녁과 주말을 보낼 수 있게 내버려두자. 만약 본인이 교육 대상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 자기 자신이 혼자있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



이 다음에는 또 무엇을 가르쳐줘야할까. 매일매일이 고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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