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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r 01. 2023

제대로 노력하면,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

제안서 작업과 길고 긴 PT 끝에 또하나, 업무 계약을 따냈다


1.

오늘, 새로운 업무 계약을 하나 따냈다. 기술적으로도 고민이 많이 필요하고, 회사 포트폴리오로서도 의미가 있을만한 프로젝트였다. 단건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였다. 오늘 미팅을  마치고, 듣게된 이야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희는 기존에 수십개의 회사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처럼 저희가 조사해온 내용을 정리해서, 개별 기능별로 구현가능 여부를 보고해준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정보를 정리해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개발에 대한 부분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와 계약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클라이언트 측에서 해준 이야기들은, IT 업계에서 일해온 나로서는 상상이 가지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정리한 수십장의 문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찾아온 경우나. 개별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소스를 어디에서 가져와야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한다. 짧게는 20분도 되지 않아 미팅이 끝나거나,  기술구현 방법조차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한다.


외부에서 따온 API를 바탕으로, DB에 저장해서 하나로 뭉쳐주는 과정이나. 이걸 개별 화면마다 뿌려주는 단순한 작업조차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한다. 이런 상황들이 나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세상에 많은 개발 업체가 있다지만,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아보지 않고 미팅을 나가는 회사가 있단 말인가? 나로서는 이런 지점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대체 '뭘 어떻게하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거지...?'



2.

클라이언트들 중에도 다양한 타입이 있다. 난 잘 모르니까 알아서 개발해달라는 배째라 식 클라이언트들도 있고, 그중에는 정말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고싶어하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심지어 스스로 수십, 수백장의 자료를 정리하고, 여기에 맞춰 제안서를 써달라고 말하는 클라이언트라니, 결코 흔하지않다. 그들이 스스로 개발 이전의 단계를 체크하고, 구현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려 노력한 결과다. 그런 자료를 받아놓고도 기술구현 가능여부를 체크하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는건, 업무 계약을 따낼 생각이 없다는 거다.


이번 클라이언트분은 서비스 구축을 위해 다양한 타사 서비스를 분석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어떤 정보들이' 타 서비스에서 제공되고 있는지. 그 내용들을 어디에서 끌어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 매우 성실한 경우였다. 내가 제안서를 쓰게된 시점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들이 알아본 만큼, 우리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줘야하는 상황이라는거. 그렇지 않을 경우 절대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걸 말이다. 어찌보면 내 예상이 아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그들이 했던 수준의 노력조차 알아봐준 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는 거니까.


사실 제안서를 쓰면 쓸수록, '우리가 이렇게 잘난 업체다' 라는 증명보다, 이 서비스를 잘 만들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강의자료를 만드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 클라이언트들이 알고싶어하는 내용은 '어떻게' 해야 이 서비스를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니까. 그들이 갖고있는 불안감을 해결해주기 위해 - '이 서비스의 핵심은 OOO 이고, ㅁㅁㅁ를 하면 이 부분이 해결된다.' 와 같이 - 문제확인과 해결책을 동시에 건네주는 과정이다. 그렇다보니 사실상 누군가를 위한 교육자료를 만드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건 실제로 '아주 정확한 판단' 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작성했던 서비스 구축 제안서 작성법

https://brunch.co.kr/@clay1987/325



3.

기획자나 개발자라는 이들은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매일 동일한 수준의 화면설계나, 유지보수 수준의 개발코드를 작성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설계나, 매력적인 서비스들을 구축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특성이 더 많은 보수와, 더 높은 완성도의 작업물을 만들어낸다. 비록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다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경험해볼 기회 그 자체와 놓고 비교해본다면, 당장의 비용은 그렇게까지 큰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 심지어 '회사를 키워나가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제대로된 서비스 하나를 경험해두면, 그 기반을 갖고 다시 제안서를 입찰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렇기에 회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돈이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기존에 회사가 쌓아올린 포트폴리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지. 그 서비스의 설계, 구축 과정으로부터, 다른 서비스로 연결될 지점이 있는지. 이런 '경험치'에 대한 지점을 파악해야한다. 이런 경험치는 추후 타 업체에게 '우리가 이런 서비스도 만들어봤고, 그정도 전문성을 갖고있다' 는 것을 증명할 자료가 되어준다. 그렇기에 제안서 작성 이전의 기술검토 과정에서부터, 이런 내용들을 고민해봐야한다.



체크포인트

- 이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내부에 어떤 경험치가 쌓이게 될 것인가?

- 해당 설계에 쓰이는 주요기술은 다른 곳에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인가?

- 실제 서비스 구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문제점과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내가 대표님쪽에 이야기드렸던 내용도, 설계의 경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였다. 내가 갖고있는 경험치가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그것을 회사 단위로 확장했을 때, 다른 기획자들이 어느정도 경험치를 가져갈 수 있는지. 그 지점이 추후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물론 우리 대표님은 내 이야기를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시는 분이라, 큰 문제가 없으면 흔쾌히 찬성하시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계약도 잘 넘어간것 같긴 하다. 다만 이 지점을 정리하다보니, 여러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대체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내부 포트폴리오를 쌓고있을까? 좋은 회사들만의 자체적인 기준점 같은건 없는걸까?"



4.

개인의 단위가 아니라 회사의 단위에서 쌓는 포트폴리오는, 퀄리티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기업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 물론 CEO나 대표이사 급이 고민해야할 지점이긴 하지만, 일반 사원도 회사의 방향성은 알아둬야한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사용하는 전략이나 목표도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작성한 IT 기업의 생존전략 에서 다뤘던 내용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clay1987/326


실제 대부분의 IT 기업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있다.



1) 자체 서비스를 운영해 만들어지는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 

2) 자체 서비스를 운영해 받은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 

3) 외부 서비스 구축이나, 컨설팅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



이 부분을 정리해보면 회사를 유지할 수익을 어디에서 가져오는가의 문제가 된다.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수익을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투자를 받을건지. 그것도 아니면 외부 서비스를 제작하거나, 솔루션을 판매해서 돈을 벌건지. 방향성을 명확히 잡아야 거기에 따른 전략도 확실하게 나올 수 있다. 처음에는 기술력이 높지 않으니, 당장 좋은 솔루션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대부분 외부 서비스 구축이나, 컨설팅을 해나가면서 자본금을 모으게된다. 그리고 이 자본금을 바탕으로 자체서비스나, 솔루션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체서비스로 충분한 수익을 벌거나, 솔루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버는 것. 대부분의 업체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생존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회사의 방향성'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기술자나, 내부 인원이 달라지니까. 목적에 맞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아나가게된다. 다만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서로 뜻이 다르거나,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회사를 나가게된다. 결국 이런 과정을 겪다보면, 그들이 오랫동안 유지될 방법을 찾아야한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HR (Human Resource)에 대한 내용이다. 내부 인원을 교육할 방법과, 그들이 회사에 머물러야할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정리한  좋은 회사 만들기에 대한 글들은, 신입사원이 느끼는 한국 회사들의 문제점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 회사에 머물러야할 이유를 회사가 만들어주지 않으니, 떠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https://brunch.co.kr/@clay1987/303


https://brunch.co.kr/@clay1987/309



5.

회사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전략이 제대로 짜여지지 않는다. 전략이 명확하지 않으니, 내부 인원들이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단순히 눈 앞의 목표와 실적에 대한 부분만을 집착하게된다. 내부에서 문서화나,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된다. 신입사원부터, 과장, 부장급 인원들이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지점들을 명확히 처리하려면, 내부의 목표를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목표가 정해졌다면, 개개인이 고급 인력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경험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한다.



체크포인트

- 우리 회사는 OOO를 하는 회사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ㅁㅁㅁ 이다.

-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기술들을 배워야하고, 어떤 지점을 중요하게 여겨야한다.

-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에서 사용될 지식체계를 문서화하고, 교육자료로 만들어야한다.



신입 사원이 일하는 법을 모르는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체계가 잡혀있는 회사에서는, 신입 사원이라해도 난이도가 높은 업무역할을 해볼 수 있다. 다른사람의 조수 역할을 하는걸 넘어서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경험'을 하게된다. 그런 경험을 해본 신입사원들은 쉽게 퇴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겪어봤던 리더의 역할'을 더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서게된다. 그렇기에 회사 포트폴리오를 쌓는 지점도, 이런 내부 인원들의 경험치에 대한 지향점과 연결이 되어있어야한다. 이 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리더를 맡으면, 이 모든 과정이 근거와 논리, 합리성을 잃어버리게된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 일을 하는게 아니라. 고급 인력이 되기 위한 '경험치'를 얻기 위해,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다.




6.

최근 몇달간 좋은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왔다. 그리고 가설을 세운 상태에서, 실험을 해봤고, 실제로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점도 알게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실과 맞지않는 지점이 있어, 고생하게된 지점들도 있었다. 다만 '남들이 하는대로' 해서는 절대로 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기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고, 실험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


'좋은 회사는 어떻게 만들어야하는가' 와. '우리 회사는 어떻게 생존해야하는가' 에 대한 지점은 분명 서로 다른 지점이다. 다만 두가지가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완전히 별도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회사는 내부 결속이 뛰어난 회사이고,  생존방식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부터 과장, 부장, 대표이사까지 중요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는 회사.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갖고있는 회사.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그런 회사다.


회사가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고급 인력으로 교육받아야한다. 쓸모없는 역할 없이, 각자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교육과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회사가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제식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 방법을 공유하는 과정. 그게 바로 회사를 위한 교육이고, 고급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다. 목표와 과정이 일치하고, 개인의 바램과도 일치할 때. 그 회사는 좋은 회사가 된다. 일에서 배울것이 있고, 고급 인력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구직자 개개인이 머물러야할 이유가 회사의 방향성과 일치하는지. 그 지점을 물어봐야할 것이다.



-


최근 대표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된다. 논리적인 분석으로부터 시작된 서비스 분석은, 회사의 방향성과, 내부인원의 교육체계로도 연결된다. 심지어 회사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쌓아야하는지.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아야하는가에 대한 지점도, 이 부분과 연결이 되어있다. 아마도 추후에, 회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글을 써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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