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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r 11. 2023

단호한 결정이 필요할 때

 팀원들과 함께하는 팀빌딩, 그리고 회사 생존을 위한 전략까지


1.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중 하나는, 팀원의 칼퇴여부다. 9 to 6. 5시 55분에는 무조건 퇴근 준비를 시킨다. 아무 이유없이 남아있는 사람, 계획에 엇나가게 무리한 업무를 해야하는 상황. 그런 것들의 증거가 야근이다. 최근 별도로 야근에 대한 글도 썼지만, 팀원의 야근은 팀장의 무능함의 표식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말 그대로 무리한 일정을 잡고서, 팀원들에게 무리한 업무를 해내도록 강요한 거니까. 그러던 와중에 최근 한 팀원이 집에서 업무를 해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걸 듣고 등골이 오싹했다. 내가 최근에 그런 짓을 하고있었으니까. 내가 하고있던 습관을 새로운 팀원이 보고 배웠다는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무서운 짓을 한건지 깨닫게됐다.


"절대로, 집에서 일하지 마세요. 업무는 회사에서만 합시다."


나는 당시에 우스갯소리처럼, 다른 팀원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한 팀원은 집에 가면 메신저를 꺼둔다고한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그 방향이 아주 옳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팀원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괴롭히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망해도 된다. 모든 사람은 퇴근 후에 오늘 배운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걸 배우고, 연인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누군가가 회사 업무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한다는건 잘못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주장은 동시에, 나자신의 무능함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정작 내가 최근까지 주말과 퇴근 후에도 계속해서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있었기 때문이다.



2.

사실, 어쩔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팀원들이 해야하는 업무가 아니라. 팀장이 해야하는 업무들이 있다. 사람이 늘어난 만큼, 제안서를 더 많이 써야할테고. 대표님께는 보고를 해줘야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걸 주말에 해결해야하는 경우도 생기니까. 그만큼 과거에 쌓인 누군가의 잘못들을 내가 대신 처리하고있는거지만. 누군가는 해내야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그런 변명아닌 변명을 말하고있었다. 내 스스로 이상과 현실이 서로 뒤엉켜서, 앞뒤가 안맞는 변명을 하고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그냥 무능한 팀장의 역할을 하고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게됐다.


'내가 했던 야근은 대체 왜 필요했던 거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야근의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대표님에게 해놓은 약속이 있었는데, 그걸 다른업무에 밀려서 해내지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약속들이 여러번 밀려서 진행되지 않거나, 다시 요청을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규모에 비해 내가 너무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하고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었다. 사람 뽑는것부터 시작해서, 공고작성, 기술검토, 제안서, 내부 프로젝트 관리까지. 사람 두세명이 해야할 일을 내가 혼자서 하고있었으니까. 유능함에 대한 만족감은 채워질 지언정, 스스로 제대로 된 팀장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혼자서 미치도록 바쁘다는건, 팀장이 해야할 일이 아니다. 그런건 원맨쇼 서커스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결국 대표님 쪽에서 요청받은 내용이나, 내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게 문제였다. 그래서 사람을 뽑아달라고 했던 거고, 실제로 세명이나 사람을 뽑았으니. 이제는 변명할 길이 없다. 나머지는 그 자잘한 일들을 내가 직접 해내야하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던 거다. 사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들도 있었다. 해외 개발업체를 여러곳 찾아봐야한다거나, 국내 기술 트렌드를 파악해봐야한다거나, 제안서를 위한 신규기술 검토도 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일들이나 역할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아예 한번 템플릿을 만들어놓고, 그걸 다시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일시적인 야근을 선택했던 거였다.



3.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전략을 짜야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내용을 실행하면서 오차를 파악하고, 충분히 살아남을만한 돈이 남는지. 체크를 해봐야한다. 1~2년 정도는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클라이언트를 찾고, 장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를 도모해야한다. 심지어 일반적인 외주 서비스가 아니라, 직접 개별 업체에 컨택해 제안을 건네거나. 특정 산업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배워서 회사를 유지하는 것도 고민해봐야한다. 그런 지점들을 해내려면 팀장은 실무를 뛰면 안된다. 말 그대로 '전략 단위'를 고민하고, 그걸 실행하는 지점은 팀원들에게 맡겨야한다. 이 내용이 최근 대표님과 나눴던 이야기들중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 내가 실무를 뛰면 안된다는 거.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내가 준비해줘야한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전문가인데, 전문가로서 잘하는걸 하면 안된다니. 무슨 이야기인가 고민하게 되면서도 - 동시에 내 연차나. 주어진 상황상 CTO 급의 업무를 해야한다는 것도 이해는 하고있었다. 새로운 기술들을 파악하고, 정리해서, 내부 인원들이 배울 수 있을만큼 정리하는 일. 이것조차도 내가 직접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걸 실무자 단에서 해줄 수 있어야하고, 나는 그 다음 단계에서 미팅과 제안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야했다. 그런 지점을 대표님도 여러번 이야기하셨었고, 나 역시도 동의하고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지나야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이 경험치를 쌓아서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

내가 계속해서 고민하는 지점도, 결국 '다른 기술 리더'를 모집하기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하는가에 대해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리더급 인원을 뽑아야한다. 그러나 그런 인원은 쉽게 뽑을 수도 없고, 들어왔을 때 기존 내부 인원들과도 관계도 잘 만들어져야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회사의 상황은, 나를 비롯해 기획팀원들이 약간의 관계를 만들고있을 뿐. 개별 팀원들간의 결속력은 강하지 않은 상태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아직 함께하게된지 1달이 넘은 이들이 별로 없었고, 기존 팀작업에서 협업할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개별 인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친해지려 노력하는 거였다.


내부에 있는 외국인 개발자들. 그들과도 친해지면서 인간관계를 맺어야했고, 동시에 그들의 성향이나 지향점을 파악해서 - '내가 그들의 동료'이자, '미래의 꿈을 함께 이뤄내줄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서 제대로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실제로 일부 개발자들과는 내적인 이야기나, 방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됐다. 기획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들이다보니 각자의 성향도 알아야하고,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또 어떤 지점을 바라보고있는지를 깊게 들여다봐야했다. 새로 들어오는 인원들이 서로 잘 지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또 내가 그들에게 모범을 보이려면 어떻게해야하는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런 고민의 끝에 선택한게, 야근이었다. 팀원에 대한 대화나 피드백 시간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대표님과 약속했던 내용들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걸 처리하는 방향이 야근이었던 거다. 혼자서 남아 작업을 하거나, 집에 와서 추가적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해야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지, 가끔 의문이가곤 했다. 내가 너무 지쳐서, 내부 팀원들과 제대로된 대화를 할 수가 없게 되었을 때. 이 방향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게됐다. 팀원들과 제대로 대화조차 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야근을 한다는게 옳바른 방향일까? 그리고 그걸 팀원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선택한 방향이, 정말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줄까?



5.

대표님이 이야기하신 내용도 비슷했다. 내가 혼자서 그렇게까지 많은 내용들을 처리해야한다면. '과연 누가 나중에 팀장이 되려고 하겠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일리가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표님의 이야기에는 헛점이 있다.


'팀장이 아니면 누가 책임을 지는데?'


결국에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어줄 능력을 갖고있어야한다. 그리고 대표나 이사급의 인원들이 갖고있는 고민들도, 팀장급에서 처리를 해줄 수 있어야하는데. 이걸 보고 '리더는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리더의 자질을 갖고 태어나는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미쳤다고 주 3~4회 야근까지 해가면서 회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는가. 일반적으로 보면 팀장 개인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 대기업처럼 야근없이 깔끔하게 9 to 6로 칼퇴하며 일해도 될까? 그러면 대체 누가 계획을 짜고, 누가 전략을 만들겠느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결국 팀원을 아끼고 보호해줄만한 책임감있는 팀장을 구해야하는 거고. 그게 기획이나 디자인이라면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하겠지. 하지만 개발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지점에서 성향이 맞지않는 사람이 들어와버리면 - 새로운 사람을 뽑아줘도 교육이 안될거고, 뽑는 족족 퇴사를 하게되겠지. 그러니 리더가 어느정도는 희생정신을 발휘할만한 사람이어야한다. 다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이미 대기업을 가있겠지.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멤돌고있었다.



6.

결국 내가 찾아야하는건, 대기업에 가봤거나, 갈 상황이 안되어서 돌아온 사람들. 혹은 나중에 대기업에 들어가고싶어하는 '예비 팀장들'을 찾아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 그렇게 보면 길어봐야 2~3년 정도겠지. 개별 인원이 오랫동안 다녀봐야 그정도일거다. 결국 그 다음에는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교육해서, 예비 팀장급으로 강화하는 작업이 반복되어야겠지. 그런걸 하다보면 나도 충분히 CTO급으로 클거고, 나만큼 할 수 있는 사람도 뽑을 수 있겠지. 그렇게 바라본게 길어봐야 10년정도였다. 그 시기 이후로 내가 이런 빡센 작업을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곘고. 그때가서 실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대표님과 나눴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 돌아와보면,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을 해야하니까. 팀원은 절대로 야근 안 시키겠다는 게 내 유일한 각오니까. 그걸 위해서 나혼자 야근이 반복되는 상황이 많아졌었다. 아직은 업무를 맡길만큼 교육을 해준게 아니니까. 반년은 이 과정을 버텨내야할거란 생각과 함께 말이다. 다만 그 방향이 정말 맞는건가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는 못하곘다. 매번 퇴근 때마다 되뇌이는 이야기처럼. '모르겠다, 모르겠다, 잘 되곘지' 의 세 마디가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이게 정말 좋은 방향인지. 팀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내가 스스로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모두가 다 실험이고, 결과예측이 불가능한 내용들이니까.


- 그래서 열심히 하고있었을 뿐인데. 그 결과가 좋았던 거 뿐이지. 현재로서는.



7.

이런 고민들도 나중에는 좀 더 압축해서, '실전경험'으로 요약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제안서를 쓰기위해 공부를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얼마나 다양한 솔루션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그걸 개발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자체적인 기술을 개발해왔는지. 그걸 리버스 엔지니어링 처리해서 배우려면 뭐가 필요한지. 그런걸 하나하나 정리하고있다보면 가슴이 막막해져온다. 이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해냈던 것들을, 우리가 해내려면 뭘 준비해야하는걸까? 그중에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장이 남아있을까? 우리가 그걸 찾으려면 뭘 알고 공부를 해야하는걸까? 항상 그 지점들이 내겐 수수께끼처럼 남겨져있다.


대표님으로부터 요청받은 핵심내용도 바로 이 지점이다. 블루오션으로 '어떤 비즈니스 분야'가 남아있는지. 그리고 그 지점이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찾아낼 수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 분야를 이루고있는 기술기반이나, 개발, 설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렇다보니 사실상 내가 갖고있던 모든 경험을 통틀어서, 잠긴 문들을 하나하나 열어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경험한거라고 해봐야 열댓개 정도 되는 서비스들인데. 그것들을 포함해도 너무나 작고, 볼품없는 경험들이 많았다. 물론 그걸 정리해서 다시 확장하고, 지식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방법론을 찾은것 같긴 하다. 단지 그걸 나혼자만 해서는 절대로 회사가 살아남지 못할거라는 것만은 예상하게 된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회사 팀원 전체가 내 수준 이상으로 각자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

팀원들이 충분히 경험치를 먹고, 폭풍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힘들어지거나, 중간에 포기하게될까?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다들 생존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도 애초에 사람의 지향점이나, 한계점이 존재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결국에는 실험을 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 과정의 끝에 살아남는게 나 혼자만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다른 팀원들도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는 - 안정적인 성장이 남아있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살아남아야한다. 그게 첫번째 목표라는게,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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