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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y 05. 2023

생각정리 : 에너지 고갈, 계획 수정

에너지가 부족한 순간일 수록, 전략적인 선택지가 중요해진다



1.

내적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는가? 아마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단지 굉장히 전략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겠지. 다만 스스로 무엇을 포기해야할지를 더 과감히 선택해야할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선택지가 남게될 따름이니까. 다만 그런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스스로 무얼 더 포기해야하는지를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나도 가끔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곤한다. 지금보다 더 포기하고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대체 뭘 더 포기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 -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결국 '내가' 포기하던가,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오는 수 밖에 없다는걸 깨닫곤한다.



2.

나는 내가 좋은 리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있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일이 나름대로 잘 풀린것 같지만. 이런 행운이 어디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더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고민하게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미리 해결할 방법을 확인해놓는게 가장 안전한 방식이니까.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문제는 생길 수 밖에 없다. 내가 알지못했던 과거의 잔재나, 숨어있는 위험요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3.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제안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팀원을 관리하고, 클라이언트들을 만나서 미팅을 한다. 반년 전의 내가 보았더라면 '미친짓'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것들을 해내고있다. 문제는 이걸 '어느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가 뚜렷해지고있다는 점이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있으니까. 그것이 내 성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라. 물리적인 한계에 닿았다는걸 깨닫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내 한계를 깨닫고, 더이상 '이상적인 리더'의 역할을 반복할 수는 없다는걸 인정해야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내 예상과 가설이 틀렸거나, 혹은 내가 그만큼 강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남게 되겠지.



4.

계획을 수정해야한다. 다만 내가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보조해낼 수 있을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쉬는 시간이 생길수록, 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느끼게된다. 글을 쓰려해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써내려갈 에너지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분명 오늘도 회사에서 내 스스로 배운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다시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반복되니까. 또다시 누적된 지식과 경험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이 부분을 자연스러운 망각이라 여겨야할지, 아니면 '글로 남길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험'이라 그런것인지. 가끔은 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5.

내 가설은 틀리진 않았다. 실제로 이상적인 방식이라 생각한 일들을 반복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까. 다만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양의 에너지가 들 것인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들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의 바램을 채워주다보면, 내 스스로 에너지가 고갈되어버린다.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 건지, 또 어떤 지점까지 신경을 써야할것인지. 그 지점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역할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건 안다. 다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걸 내가 직접 해내야하고, 또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할 따름이다.



6.

주어진 자원은 한정적인데, 해결해야할 문제는 계속해서 늘어나고있다. 해야하는 일들은 늘어나고, 체력적 한계는 다가오고, 이중 삼중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시험받는 상황이다. 그럴때일수록 무얼 먼저 포기하는가가 그 인간의 품격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과정에서 먼저 포기하게되는 대상이 나자신일 때. 그건 과연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않으면 다른 누군가를 내 대신 희생시켜야할텐데. 나는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인간일까? 이 부분에서 내가 과연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권한'이 있는게 맞는지. 그들과의 관계를 갉아먹으면서까지 과도한 선택을 내려야할지. 그것이 정말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 든다.



7.

당분간은 스스로를 갈아넣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아니면 그들을 사지로 내몰아야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내 한계가 오게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 좋든 싫든 누군가에게 해결책을 강요해야할 것이다. 그들이 그 방법을 찾아내게 만들거나, 내가 아는 선택지를 강요해야하는 때도 오겠지. 그런 선택이 상대와의 관계를 파괴하는 방향이 되더라도, 그것을 해내야하는 때가 온다는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용기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군가의 고통에서 눈을 돌린다고 말해야할까. 나는 그 순간이 결코 유쾌하지 않을것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피하고싶지만, 그런 선택지를 택해야하는 때가 다가오고있다.



8.

나는 스스로가 영웅적인 인간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않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고싶지 않을 뿐. 이상적인 해결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는 법이다. 그 이유가 스스로의 나약함이건. 혹은 불합리한 환경 탓이건 간에. 그게 내 현실적인 수준이고, 내 능력의 한계다. 그걸 인정하건, 아니건 간에 결과값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전략과 해결책은 -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좋건 싫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계획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걸. 이상적인 방식을 유지할만큼 충분한 실력이나, 지구력을 갖고있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

운이 좋다면 누군가는 살아남겠지. 그들중 일부만이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다. 실력 다음에는 운과, 타이밍의 문제일 테니까. 부디 그들이 준비가되어있기를 바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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