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대도심의 공존, 그리고 손에 꼽을만큼 잘 기획된 전시관
2018년 10월 20일에 방문한 -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 전시관을 이렇게 만들수도 있구나싶은 놀라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또한 간결하고 명확한 구획 나누기로 - 관람객과 관리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잘 기획된 공간이기도 했다.
당일에 필자는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도 함께 들렀었는데. 그 끔찍한 경험에 비하면,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은 눈이 호강할 수준이었다.
일단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은, 개관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또한 종로구 인사동의 CTCORE라는 거대 상업단지 지하층에 놓여진, 굉장히 독특한 공간이다. 해당 상업단지를 건설하던 도중에 과거의 유적지가 발견되어, 도서유적 전시관을 만들어 하단 공간을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과거 유적을 그대로 덮어버리고 신규 건물을 세울만도 한데, 참 기특하게도 해당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업공간을 세워 - 굉장히 놀라운 관광공간을 하나 더 만들어내었으니. 이런 선택은 충분히 칭찬할만 하다.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은 조선시대의 공간과 근대의 공간에 대한 흔적을 같이 갖고있는 곳이다. 공간 자체의 크기도 넙은 편이라, 이걸 대체 어떻게 보존했을까 싶었는데, 정말 간단하게. - 현대공법의 힘으로, 유리를 덮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로 이 전시관에는 대부분의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형 철골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대표적으로 아쿠아리움이나 관망대 등에 조금씩 쓰이는 형태인데. 이렇게 넓은 영역에 일관적으로 쓰인 형식은 처음 봤다. 덕분에 일반 관광객들은 마음놓고 옛 공간 위를 거닐 수 있고, 오염이나 직접적인 파손 염려도 적은 편이다.
필자가 가장 놀랐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주변 사물의 색상을 최대한 절제한 부분이었다. 또한 전시대상에게 집중되는 조명의 설치를 통해 전시 관람에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바닥 재질의 경우도 철망으로 이루어진 경우 - 아래쪽을 보지 않고 이동해야하는 길목에만 사용되었고. 그 외의 공간에는 모두 유리바닥으로 이뤄져있었다. 색상도 파란톤의 유리색상과, 파란톤이 섞인 회색 벽. 어두운 천장과 대비되도록 노란 빛으로 전시물품들을 비추고있다. 색상적으로도 미려하고, 자연스럽게 전시물품에 눈이 가도록 해둔 - 잘 기획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이곳이 단순히 인테리어만 예쁜 곳이었다고 한다면, 아마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유적 자체가 여러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보니, 어떤 것들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가있는지에 대한 여러 자료들이 빼곡히 놓여있었다. 영상 자료도 풍부했고, 설명되는 자료들도 디자이너들이 일관성있게 - 표지부터 내용물까지. 하나하나 상세하게 디자인해두었다. 또한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좀 더 직관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재미있는 입체 형태의 교구들도 여럿 준비되어있었다. 필자가 당시 방문했을 때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으나. VR 기기를 통한 옛 거리에 대한 컨텐츠까지 즐길 수 있었다. (놀라운 구성이다.)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은 단순히 유적만 댕그러니 내버려두고 - 이런 곳이었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의 전시관이 아니었다. 단시 복식과 생활, 건축양식에 대해서마저 큰 틀에서 자료를 정리해뒀다. 기와의 조립구성이라거나, 기와를 들어낸 목조건축물의 구조가 어떠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내부구조는 어떠했는지를 직접 들어가 확인해볼 수 있다. 옛 건축 터를 문화재로 지정한 경우-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공터로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배우고자 한다면 충분히 다양한 자료와, 체험도구들로 인해, 옛 시대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관람자들 중에서는 옛 유적을 눈으로만 보기엔 조금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한걸까? 심지어는 잘 정비된 옛 도심터의 길을 걸어볼 수도 있다. 1층으로 내려가는길이 하나 있어서, 해당 길로 내려가면 - 옛 유적을 직접 거닐을 수 있으니. 꼭 참고하시라.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도 설치되어있으니 - 이 공간 설계한 사람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본걸까 싶었다.
사실 필자가 가장 좋게 본 것들 중 하나는 - 바로 관람객과 관리자의 동선을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이었다. 곳곳에 관리자들이 오고갈 수 있는 통로가 연결되어있고. 해당 통로는 당연히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도록' 막혀있다. 곳곳에 길은 만들어두었으나 일반인만 다닐 수 없게 해두었고. 가장 커다란 중앙 통로는 관람객들이 오고갈 수 있도록 길게 연결되어있다. 사실상 여러 관리자용 통로가 있다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공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끝 부분의 전시물까지 이어져있어서 매우 쾌적했다.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은 아직 내부가 모두 채워져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1층이상의 공간은 상업공간과 연결되어있고, 아직 정식으로 오픈되어있지도 않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에 전혀 불편을 겪지 않았던 것은 이런 동선이 잘 잡혀있기 때문이락 생각한다. 설명 이외의 모든 동선은 간결한 화살표와 빛만으로 표기를 해두었고. 전시물 이외에 중요하지 않은 곳에는 결코 색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공간에서 우선순위를 전시물에 둘 수 있었고. 시각적으로도 거의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관람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에는 이미 충분히 다양한 자료가 배치되어있으다. 그러나 더 깊은 부분까지 알기위해서는 도슨트나 안내원을 통해 설명을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거란 생각은 든다. 혹시나해서 관리인분께 여쭤보니, 아직까지는 오픈된지 얼마 되지않은 시점이라. 단체관람객을 위한 정기 설명회같은 것은 이뤄지고있지 않다고한다.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은 매주월요일에 휴관하며, 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한다. 아직 가보지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찾아가보기를 권해드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