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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예술 박기열 Aug 11. 2018

박작가 메모 - 영웅본색  

영웅에 대한 단상

박작가가 만든 예술 이야기



영웅본색 (英雄本色) (英雄本色) 英雄本色)(英雄本色)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대중의 영웅'(원제:Apocalittici e Integrati-종말론자 순응론자)에서 

"조직의 특수성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산업사회에서 긍정적 영웅은 소박한 시민들의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만 있는 자립에의 열망과 권력에 대한 꿈을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한 몸에 체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대리만족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발현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영웅본색 / 주전자 _ 슬립캐스팅 . 저화도유약.  1999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슈퍼맨, 배트맨 등)의 이미지는 가면을 두르고 발휘하는 전지적인 능력 밖의 일상에서는 일반인보다 더 어눌한, 혹은 우울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은 모험 이야기, 애매모호함, 극적인 반전, 추리소설의 서스펜스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동시에 영웅의 이중적 정체는 신화 형성을 부추기고 촉구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평범한 독자들이 전형적인 영웅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웅은 서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들은 영웅 캐릭터를 바라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을 옥죄이고 있는 모든 사슬을 끊어버리고, 속물적 인간에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물이 되고픈 꿈을 가슴속에서 은밀히 보듬어보는 것이다. 


영웅본색 / 화장실 _ 조합토. 혼합재료 . 2000


英雄本色 시리즈는 이러한 에코의 주장에 마주 선 이야기이다.


평범한 인간이 되고픈 영웅들의 애환, 다시 말해 가면 속에 가려진 그들의 본능을 간과하지 않고 평범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원초적인 욕망의 가치를 그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비롯된 시리즈이다.


영웅본색 / 졸업 _ 조합토. 사진. 혼합재료 .2000


영웅본색 _ 혼합재료. 사진 .2000
영웅본색 _ 드로잉

<일간스포츠 2003년 9월 30일자>

에로티시즘을 테마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작품의 숨은 뜻을 전달하는 건 고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형만으로 외면을 받았지만 가끔 내 작품을 필요로 하는 곳도 있었다.  

뭐 세상은 다채로운 곳이니까...

화가 이혁발 님이 일간스포츠에 연재하던 '육감도'는 에로티즘을 주제로 하는 미술작품과 그에 어울리는

 性에 관련된 글로 시대를 풍자하던 코너였다. 

내 작품의 의도와 명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신문에 실리고 이 신문을 읽은 옛 친구에게 

전화까지 받았었다.

당시 무서운 매스컴은 타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조심해서 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영웅은 내가 본격적으로 작업하던 초기에 주로 다루었던 주제이고 그 이후의 작품에선 영웅 대신

말(馬)이 등장한다.

다음엔 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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