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예술 박기열 Jan 04. 2021

Un택트, Con택트, On택트

Un택트 시대에 Con택트를 가능하게 하는 On택트 라이프


두렵고 답답하기만 했던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어김없이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난 여전히 우리의 삶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백 퍼센트 완벽하게 동기화되지 않으리란 것도 예감하기에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와 강연을 통해 대중들과 만났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단절의 순간들이 길어지더니 어느덧 재난이 되었고 그것들은 끝내 멈추질 않았다. 

처음엔 그저 믿을 수가 없었다. 

누굴 탓할 수도, 혼자만 빠져나갈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공포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렇게 세상은 셧다운 되었다.     

재난 상황에 반응하는 교육환경 역시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것, 그래서 언제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 순간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그것이 바로 현장교육이다.

교육 안에는 지식과 정보의 공유뿐만 아니라 그 현장 안에 감도는 모든 기운과 열정의 온도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던 우리에게 일련의 재난 상황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가까운 내 주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딸의 새 교복은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작아져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반 친구를 알아갈 시간도, 함께 추억을 쌓을 시간도 허락받지 못했고 담임 선생님 역시 출석을 부를 때만 모니터를 통해 스치듯 만나는 게 전부였을 만큼  교육의 가치 있고 아름다운 현장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 중에도 학교는 문을 열었을 만큼 인류에게 교육이란 단 한순간도 멈추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가치라서 지금 모든 학교가 과거의 교육들을 고스란히 온라인 시스템에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눈빛을 교환하고 목소리와 표정으로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며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것이 여전히 교육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온기도 없는 모니터를 마주하는 순간이 무기력하고 쓸쓸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감정에 너무 깊게 빠져있을 필요는 없다. 

인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만나기 위한 소통의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과학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제도와 장치를 마련한 것이 마치 소통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 인간이 불을 피워 연기를 만들고 비둘기를 날려 보내 소식을 전했던 그때부터 이메일과 영상통화를 포함한 각종 톡 서비스가 넘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의 소통방식은 엄청난 진화를 거듭해왔다. 교육계에서도 이제는 온라인 강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단방향이긴 하지만 온라인 강의의 시초격인 교육방송이 우리나라에 생겨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으니 엄밀히 말해서 지금의 시도들이 완전히 낯선, 최초의 시도들은 아닌 셈이다.

몇 달 전 어쩔 수 없이 처음 화상회의를 했을 땐 쑥스럽고 어색해서 누가 먼저 말하나 눈치를 보고 중간중간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도 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서 회의 도중 파일을 공유하고 어느 정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니 불필요한 말과 시간을 줄이고 안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도 마찬가지다. '창의력으로 혁신하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나 조차도 처음엔 강의 현장에서 전달하던 그 섬세한 내용을, 게다가 철학과 뉘앙스로 범벅된 예술 인문학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옮겨갈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강의를 하는 나와 강의를 듣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시스템에 이미 익숙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각종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통해 크리에이터와의 소통방식을 일찌감치 경험해왔고 전화통화보다 문자채팅이 일상화되어있는 덕에 글과 이모티콘만으로도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 이상 물리적 거리나 스마트기기 같은 중간 장치를 소통의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다.     


on-air _ 사진.김아타


애써 기억해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바뀐 세상의 풍경들이 너무나 많다.

학교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일,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펼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 무거운 소포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던 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술 한 잔씩 따라놓고 각지에 흩어져있는 어릴 적 동창들과 줌(zoom)을 이용해 송년회를 하기도 하고 축의금과 부의금도 모바일 결제를 통해 간단히 송금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에 주문한 식재료를 몇 시간 뒤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는 건 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업은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면서 비대면에서 오는 차가움과 오해를 줄이고 직원 간 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전문 용어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을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에 연결시켰다. 이처럼 스마트워크의 도입은 과거의 업무방식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네트워크와 프로세스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할 수 없다는 말은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며 경쟁과 변화 없이 안락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또한 직접 봐야 안다거나 이건 절대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말도 시스템의 힘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단골 화법이다. 그러니 요즘처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이 절실한 때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현재 당신은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로 세상과 콘택트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이별장인(離別匠人)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