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산책
지금까지 우리의 삶에 예술이란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갖고 싶던 물건을 사고 연봉이 올라도 뭔가 심심하고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의 정신적인 욕망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그 어떤 육체의 편안함과 물질적인 보상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당신은 세상이 정한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예술의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당신이, 당신의 삶에 예술을 들여놓으려면 그 이전의
삶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새 소파를 들이기 위해 집안의 가구 배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집 밖에 나갈 수 없고 당신의 방안에서만 평생 머물러야 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아무리 아늑하고 익숙한 공간이라 해도 그곳에서 평생 먹고 자는 정도의 기본적인 욕구만 허용되는 삶을 지속해야 한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모두가 그와 유사한 체험을 하긴 했지만 혼자서 동네를 걷거나 가까운 친구 한 명 정도는 만날 수 있었으니 당신이 지금 상상해야 하는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외롭고 무기력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에게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더 큰 세상으로 눈 돌릴 수 있는 산책이 허락된다면 어떨까?
아마 그 산책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값비싼 물건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의미가 될 것이다.
예술은 당신이 평생 해왔던 춥고 척박한 생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공허한 상상에 빠져있는 당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집 밖으로 내던지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게 비좁고 답답했던 당신의 머릿속 생각을 꺼내 더 넓은 세상 밖으로 산책 보내는 일.
매일 반복하던 방식과 경로를 벗어나 새로운 영감을 찾을 수 있도록 당신을 낯선 골목으로 인도해주는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또한 예술은 우리의 생각을 부드럽지만 결코 무뎌지지 않게 해주는 가장 안정적이고 검증된 장치이자 어떤 고난과 고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돌파할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인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평생을 예술 없이 산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고전적인 의미로 예술을 이해해 장식적이거나 표현주의적인 것을 생각했다면 그건 예술을 인식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이다. 만일 지금이라도 당신의 삶 가까이에 예술을 두고 싶다면 사는 동안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자기 안의 예술들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들로 물들여진 저녁노을을 본 순간에, 처음 먹어보는 음식의 환상적인 맛을 음미하던 순간에 우리가 나지막이 읊조리던 말.
“예술이다”
예술은 이미 당신 인생의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삶의 목표를 돈에, 큰 집에, 멋진 자동차에, 행복한 가정에 둘 수는 있지만 그 목표를 따라가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예술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삶의 형태는 아주 작은 과정들이 오랜 시간 모이고 뭉쳐져 덩어리를 이루게 되는데 그 삶을 채우는 시간과 생각의 조각들을 무시하고 덩어리만 좇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인생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반복하는 이유는 당신의 감각을 얇고 민감하게 만들어 세상이 쏘아대는 모든 신호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많은 신호를 감지한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목록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 나열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세상과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아주 작은 현상과 감정 변화도 소중하게 여기고 기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곁에 예술을 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유명 예술대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예술대 안에 경영대학원을 만들어 경영의 문제점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예술적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디자이너들의 다각도의 접근방식과 생각하는 방식들을 현업에 적용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다.
기업교육에서 이미 흔해진 ‘Design Thinking’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기법이다.
지금 당장 겉 옷을 걸치고 생각의 산책을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