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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괴물'이라고 불리는 이유

2014 NLDS 3차전 (2014.10.07)

by clayton

류현진이 '괴물'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등장부터 남달랐다. 2006년 혜성같이 KBO 무대에 등장한 류현진은 데뷔시즌에 18승을 거두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신인상과 정규시즌 MVP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데뷔시즌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KBO에서 2012시즌까지 7시즌을 소화하며 소속팀 한화 이글스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로 우뚝 섰다.


무대가 바뀌어도 류현진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너 미국 무대로 향했다. 선수생활의 제2막이 열린 것이다. 사실 류현진이 처음 미국에 진출할 때만 해도 우려하는 시각과 기대하는 시각이 공존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수많은 신인선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류현진은 괴물 같은 '적응력'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우려 섞인 시각을 잠재웠다.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이었던 2013시즌에 류현진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호세 페르난데스, 야시엘 푸이그 등 뛰어난 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탓에 신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시즌이었다면 신인상을 수상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었다.


2014 NLDS 3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 (c) clayton


적응력 외에도 류현진의 괴물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또 있다. 바로 괴물 같은 '회복력'이다. 지난 2019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의 위업을 달성하며 FA 대박을 맞이한 류현진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선수생활에 중대한 위기를 맞이했었다. 어깨 관절와순 수술로 2년 동안 한 차례 등판에 그치는 등 두 시즌(2015-2016)을 거의 통째로 날린 것. 같은 수술을 받은 선수들 중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 많지 않은 탓에 류현진의 재기 또한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결국 돌아왔고, 수술 이전보다 진화한 모습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우뚝 섰다.


그에 앞서 2014년에도 류현진은 괴물 같은 회복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 해 류현진은 정규시즌이 끝날 무렵이었던 9월 중순에 어깨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며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소속팀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부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투수의 경우 캐치볼-> 불펜 피칭-> 시뮬레이션 피칭(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하는 투구)-> 마이너리그 실전 경기 등판 순으로 재활 단계를 거친다. 류현진의 경우 포스트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부상을 당한 데다가 마이너리그 시즌도 이미 끝이 난 상황이라 몸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실전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당시 다저스 감독이었던 돈 매팅리는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에 이어 포스트시즌 3선발로 류현진을 낙점했다. 시즌 성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3주가량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한 투수를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바로 세운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류현진을 향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94개의 공을 뿌리며 6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잘 버텼다. 팀의 1:3 패배로 류현진의 역투는 뒤로 가려졌지만 3주간의 실전 공백이 있었던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다.


'적응력', '회복력' 외에도 류현진의 괴물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능력들은 수없이 많다. 습득 능력도 그중 하나다. 다른 투수들은 수년 동안 시간을 들여 겨우 해내는 구종 추가도 류현진은 단시간 안에 척척해낸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을 수반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다가오는 새 시즌인 2020시즌부터 류현진은 투수들에게 지옥이라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천재성과 피나는 노력을 겸비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라면 아무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라 한들 기대를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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