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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Mar 23. 2020

코로나로 미뤄진 야구 개막을 기다리며

최근 일련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무너져버린 일상이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팬들의 기다림도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시즌 개막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다. 야구팬들이라면 이맘때쯤 시즌 개막을 기대하며 설렘을 가득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기 마련이다. 시즌이 언제쯤 시작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야구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LA 다저스의 감독이었던 토미 라소다는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면 1년 중 야구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도 오랜 기다림 끝에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즌 개막전이 아닐까 싶다.


개막전은 승패를 떠나 야구를 야구 그 자체로서 가장 즐길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개막경기쯤 이기든 지든 사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고대하던 시즌 첫 경기에서 응원팀이 기분 좋게 승리하면 더없이 좋은 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진다 하더라도 MLB 기준으로 161경기라는 대장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패배의 아픔을 금방 잊을 수 있다. 패배의 아픔보다는 더 이상 야구가 없는 삶의 지루함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이 더 큰 것이다.


2019시즌 다저스 개막전 선발 류현진. 사진 = SportsNet LA 공식 SNS


시즌이 열릴지조차 미지수인 상황에서 다른 방도가 없다. 지난 개막전들을 복기하며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지난 2019시즌에서는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나서 다저스 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는 2001년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다저스 홈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영광을 안았다. 2001년 개막전에서 박찬호는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게리 셰필드의 결승 솔로홈런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됐었다.


2019년 개막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잭 그레인키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류현진도 깔끔한 투구로 팀에 개막전 승리를 선물했다. 6이닝 4피안타 1실점의 호투로 2001년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 타선은 역대 개막전 최다 기록인 8개의 축포를 쏘아 올리며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승리로 화답했다. 작 피더슨과 키케 에르난데스는 각각 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더할 나위 없는 시즌 출발을 자축했다.


2020시즌 개막전 선발로 내정된 클레이튼 커쇼. 사진 = SportsNet LA 공식 SNS


류현진이 떠난 2020년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은 클레이튼 커쇼의 차지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스프링 캠프 초반에 일찌감치 커쇼를 홈 개막전 선발투수로 공표하며 팀의 에이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게 됐다. 시즌이 언제 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만 된다면 첫 경기 선발은 커쇼가 될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 류현진에게 개막전 선발투수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투수 자리는 늘 커쇼의 차지였다. 커쇼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팀의 첫 경기를 책임졌다. 그 7경기에서 커쇼 5승을 챙겼고, 팀은 커쇼가 등판한 개막전 7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그중 최고의 경기는 2013년 '숙명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개막전이었다. 커쇼는 샌프란시스코 선발로 나선 맷 케인과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며 시즌 첫 경기부터 긴장감을 선사했다. 0의 균형은 8회 초까지 이어졌는데 그 균형을 깨뜨린 것은 다름 아닌 커쇼였다.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커쇼는 선두 타자로 나선 8회 말 타석에서 중견수 뒤를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으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커쇼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홈런이었다.


투타를 가리지 않는 에이스의 맹활약에 다저스 홈팬들은 열광했다. 4점의 리드 속에 9회 초에도 등판한 커쇼는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으며 완봉승을 거뒀다.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다저스 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2020년. 개막전 선발로 복귀한 클레이튼 커쇼를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촉발된 초유의 사태도 언젠가는 진정이 되고 분명 지나갈 것이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많은 사람들의 힘들었던 기억을 깨끗이 지워주는 2020시즌 개막전이 곧 펼쳐지기를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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