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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연속' MLB 첫 직관하던 날

뉴욕 메츠 v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09.08.16)

by clayton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에서 무수히도 많은 첫 순간을 경험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무뎌지고 디테일한 것들은 희미해지지만, '처음' 경험하는 순간에서 느꼈던 그 감정만큼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처음'이 주는 임팩트는 강렬하다. 그래서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보았던 MLB 경기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날 경기는 내 인생 첫 MLB 직관 경기였기 때문이다.


2009년 개장한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 필드. (c) clayton


역시나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TV로 '집관'했지만, 실제로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직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경기장의 경관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2009년은 시티 필드의 개장 원년이었다. 갓 개장한 구장인만큼 따끈따끈한 최신식 구장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본 야구장이라고는 잠실 야구장이 전부였던 내게 시티 필드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선 구장 사이즈에 압도되고 말았다. 최대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시티필드는 TV로 경험했던 것 이상의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시티 필드 내부 에스컬레이터. (c) clayton


사이즈뿐만이 아니었다. 시티 필드는 최신식 구장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펜웨이 파크, 시카고 컵스의 홈 리글리 필드 등 역사가 긴 야구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선수들에게는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마치 집에서 야구를 보듯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 가지 예로 구장 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층간 이동이 가능했다.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펜웨이 파크 하면 그린 몬스터, 리글리 필드 하면 담쟁이덩굴이 떠오르듯 메이저리그 구장은 저마다의 명물이 하나씩은 있다. 시티 필드는 뉴욕을 상징하는 '빅애플'이 담장 너머에서 시티 필드만의 특색을 더해주고 있었다. 셰이 스타디움에서 시티 필드로 홈구장은 이전했지만 빅애플은 그대로였다. 메츠 선수가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 빅애플도 수면 위로 자취를 드러내 홈런에 고무된 홈팬들을 맞이한다.


시티 필드의 명물이자 뉴욕을 상징하는 빅애플. (c) clayton


가장 놀라웠던 건 역시나 선수들의 경기력이었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답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기량들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선발 매치업부터 화려했다. 원정팀 자이언츠의 선발은 그 해 올스타 투수로 발돋움한 맷 케인이었고, 그에 맞서는 홈팀 선발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거머쥔 요한 산타나였다.


'눈이 즐거웠다'라는 말로 그 날 경기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평범한 정규시즌 경기였지만 두 팀은 바라보는 이의 눈이 정화되는 명승부를 펼쳤다. 원정팀 자이언츠가 4:1로 앞서 나가면서 승기를 잡는가 싶더니 메츠는 8회 말에만 3점을 득점하며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규 이닝에서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 한 두 팀은 연장 승부를 펼쳤고, 연장 10회 초에 터진 벤지 몰리나의 솔로 홈런이 결승점으로 굳어지며 원정팀 자이언츠가 승리를 거뒀다. 메츠는 다음 날 경기에서 다니엘 머피의 9회 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전날 경기에서의 아쉬운 패배를 설욕했다.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 필드. (c) clayton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두 경기였다. 첫 메이저리그 직관 경기가 동시에 내 '인생 경기'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어찌 이런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랴. 할 수만 있다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평생 미국에 살면서 야구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메이저리그와 함께한 모든 날, 모든 순간이 특별했지만 내 인생 첫 직관 경기에서 받았던 느낌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정말 특별했다. 어쩌면 그날 경기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들이 틈만 나면 나를 메이저리그 경기장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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