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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Aug 10. 2020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다리며

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강우 콜드나 연장전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승리를 위해서 27개보다 적거나 또는 더 많은 아웃카운트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기에서는 27개의 아웃카운트면 충분합니다. MLB 직관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도 어느새 26개가 쌓였습니다. 글 하나를 아웃카운트 하나에 매칭 해보면 승리까지 필요한 아웃카운트에 딱 하나 모자랍니다.  


직관했던 그 순간만큼이나 직관의 기록을 남기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처음 MLB 직관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글들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가슴속에 조각조각 나있던 단편들이 하나로 뭉쳐지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처음 직관한 것이 대학생 시절이던 2009년입니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MLB 직관기를 더 늦기 전에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MLB 직관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를 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서부만 하더라도 최소 10시간가량의 장시간 비행을 견뎌야만 직관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티켓값도 좌석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포스트시즌 같은 중요한 경기의 경우에는 표를 구하기 위한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MLB 직관이라는 것이 누구나 흔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은 분명 아닌 듯합니다.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제 집 드나들듯 할 수 없는 것이 MLB 직관이기 때문에 지난 직관의 추억들이 이제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향후 몇 년 동안은 MLB 직관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직관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시절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때와 달리 여러 가지 역할이 추가된 지금입니다. 회사에서는 과장으로, 가정에서는 남편으로 또 아이들의 아빠로서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내 시간과 돈만 투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었던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기대를 안고 간절하게 기다리는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야구 시즌 중 가장 마음이 복잡다단한 순간이 바로 우승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앞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의 시즌 전체가 주마등처럼 스쳐감과 동시에 내일부터는 당분간 야구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월드시리즈에 오른 팀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닐지라도 마음이 복잡한데, 그중 한 팀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라면 그 복잡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막상 마지막 남은 하나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꿈같은 순간이 현실이 된다면 다소 허무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우승까지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그 순간을 기대합니다. 긴장감과 아쉬움, 환희와 기대 등 여러 감정들이 응축되어 절정에 달한 그 순간을 말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순간에 기적 같이 야구장에서 직관을 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니 혹시 또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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