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애플 공식 사이트를 들르곤 한다. 평소에도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아 자주 방문하긴 했지만, 얼마 전 새로운 아이폰 모델인 아이폰12가 출시된 이후 방문 빈도는 더욱 잦아졌다. 그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아이폰이 나를 유혹하지만 이내 창을 닫고 참기 어려운 유혹으로부터 빠져나온다.
2016년에 출시되어 곧 출시된 지 햇수로 6년째를 맞이하는 아이폰7을 아직도 쓰고 있다. 쓰고 있는 아이폰에 특별한 추억이나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다. 요즘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 모델에는 사라진 홈버튼이 있어서도 아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폐기물을 줄이고자 하는 거창한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아이폰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특정 통신사를 통해서 국내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을 쓰고 싶어서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통신사를 아쉬움 없이 바꾸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2년마다 새롭게 출시된 아이폰으로 꼬박꼬박 갈아타며 아이폰 10주년 모델인 아이폰X까지 아이폰 사용을 이어왔다.
충성심 높은 아이폰 유저의 아이폰 사용 족보를 꼬이게 만든 건 LG에서 출시한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었다. 멀티 태스킹과 스마트 페이 서비스에 목말라있던 아이폰 유저의 좁디좁은 틈을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 파고들었고 듀얼 스크린 기능의 신선함에 끌려 처음으로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는 데 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몇 개월 후 신선함과 신기함이라는 감정이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눈물을 머금고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을 구매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할부금액이 잔뜩 남아 있는 탓에 당시 아이폰 모델 중 가장 저렴했던 아이폰7을 구매하였고, 그 아이폰7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바꾸려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쓰고 있는 아이폰7을 중고로 팔아 남은 할부 값을 메꾸고 새로운 아이폰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이폰12가 출시되면서 그러한 내적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얄팍한 자존심으로 비칠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면에서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 죄 없는 아이폰7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할부가 깔끔하게 끝나는 내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