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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Jan 23. 2020

류현진 때문에 응원팀을 바꿀 거야?

LA 다저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2013.08.31)

최근에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류현진 때문에 응원팀을 바꿀 거야?"다. 지난 2019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제시한 4년간 8,000만 달러의 계약조건을 수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인들 사이에서 LA 다저스 광팬으로 유명한 내가 류현진의 이적으로 응원팀이 바뀌는 건 아닌지 궁금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 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결론부터 말하자면 류현진 때문에 응원팀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류현진이 다저스에 잔류했다면 최상의 결과였을 것이다. 다저스는 2019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의 위업을 달성한 투수 없이 다음 시즌 로테이션을 꾸려야 한다. 분명 큰 타격이다. 류현진의 소속팀이 바뀐 만큼 다저스 경기 중계도 예년처럼 편하게 보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유료결제로 현지 중계를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저스 팬의 입장으로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좋은 대우로 팀을 옮긴 류현진의 새 출발을 정말 축하하고, 또 응원한다.


다시 LA 다저스란 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류현진 때문이 맞다. 박찬호가 2001시즌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난 이후 다저스 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아마도 다저스의 팬이라기보다는 박찬호라는 선수의 팬에 더 가까웠던 탓이다. 당시에는 박찬호 선발 등판 경기가 아닌 다저스의 경기를 따로 챙겨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류현진 때문에 다시 다저스의 팬이 되었지만 류현진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마음은 2020년의 다저스로 향한다.


데뷔 시즌의 류현진. (C) clayton


2013년 LA를 생애 처음으로 방문했다. 첫 미국 서부여행이었다. 어릴 적 TV에서만 보던 다저스타디움을 실제로 보게 된 감격적인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주일간의 짧은 여행기간 동안 다저스 홈에서 열린 다섯 경기를 직관했다. 여행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한 건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였다.


2013년 8월 3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6.1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3승째를 거뒀다. 2회 말 타석에서는 좌측 담장 하단을 때리는 홈런성 2루타를 날리며 홈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4번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지원사격을 확실히 했다. 포수 AJ 엘리스까지 홈런포를 가동한 다저스는 7회에만 5점을 올리며 당시 신인이었던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겼다.


류현진은 그 해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이후 다저스에서 6년을 더 활약하며 다저스의 7년 연속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3시즌 류현진, 그리고 다저스 팀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이후 다저스의 시즌 전 경기를 챙겨보는 열혈팬이 되었다.


류현진이 떠난 이후에도 다저스를 응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클레이튼 커쇼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매년 가을 포스트시즌에서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다시 속을지라도 한번 더 커쇼를 믿어보고 싶다. 반드시 월드시리즈 정상에 우뚝 선 커쇼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내셔널리그 MVP로 성장한 코디 벨린져의 다음 시즌도 기대되고 개빈 럭스, 윌 스미스, 더스틴 메이 등 신인 선수들의 활약상도 보는 재미를 더 할 것이다.


사진 = 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바로 지구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팀이다. 90년대 말을 주름잡았던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2세들이 가장 눈에 띈다. 단테 비셋의 아들 보 비셋, 크렉 비지오의 아들 케반 비지오,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그 주인공이다. 평소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경기를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인기팀의 경기를 평소보다 자주 접할 수 있다.


류현진이 떠난 뒤에도 다저스의 팬으로 남게 됐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만약 정규시즌이나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 다저스가 맞붙는다면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다행히도 다가오는 2020시즌에는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이 없고, 당분간은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을 확률도 희박하다. 아마도 류현진이 무실점 호투로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경기 후반에 점수를 내서 다저스가 이기는 그림을 그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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