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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5. 2021

서양 호러영화 오리지널 고전의 재발견

<드라큘라> VS <프랑켄슈타인>


박빙. 오리지널 호러 몬스터 <드라큘라> VS <프랑켄슈타인> 


희대의 호러캐릭터 


원조 뱀파이어-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 

영미 SF호러무비의 효시- 제임스웨일스의 『프랑켄슈타인』 


한 철 더위가 물러가는 와중에도 극장들마다 공포물들이 내걸려 성업 중인 가운데 각 방송사들 또한 안방극장을 통해 각 채널이 마련한 공포영화시리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 바 공포영화 성수기다. 이들 공포영화의 춘추전국 마당에서 교육방송은 세계의 명화와 일요시네마 프로그램을 통해서 중구남방 식 편성이 아닌 특집성 기획이 진행하여 주목된다. 그 중에서도 드라큘라와 프랑케슈타인 두 괴물과 이들 원조 격 영화를 대차대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애보트와 카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Abbott and Costello Meet Frankenstein, 1948년 / 미국)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박쥐성의 무도회』(The Fearless Vampire Killers, 1967, 미국-영국)까지 EBS가 올 여름 납량특선 시리즈물로 편성한 것.

 각각 서양고전호러신화와 영화사 초기에 과학문명의 어두운 일면을 다룬 서양 SF 영화사의 엽기호러 캐릭터의 '원형'이자 원조라 할 만한 이들 두 몬스터 캐릭터 '드라큘라'와 '프랑케슈타인'. '불사(不死), '불온한 성적코드', '인간의 위선과 악마성'이라는 테마로 호러영화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온 서양공포캐릭터의 원조인 이들은 각각 서양의 인간의 어두운 본능의 일면이자 사생아라 하겠다. 그러한 서양문명의 검은 그림자들인 이들 희대의 공포캐릭터들은 후대 호러영화 붐 시기 수없이 양산된 많은 B급 호러영화 속 여러 상징구조 안에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캐릭터에 오마쥬를 바치려는 여러 감독들의 다채로운 취향과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어오기도 했다. 서양 호러의 원형- 클래식 몬스터들을 1930년대 흑백 필름 속에서 만나본다. 



뱀파이어 영화의 원조-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 

흑백실루엣에 드리운 기괴한 욕망-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드라큘라. 


영화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어온 바와 같이 '드라큘라와 인간과 교회와의 싸움‘, ’긴장감 넘치는 숨바꼭질‘, ’한 여인을 사이에 둔 귀족청년과 드라큘라의 사랑과 욕망'의 갈등을 기본테마로 삼고 있는 잔혹한 악몽의 전설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의 이성과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관이 드라큘라의 정치적, 성적 반골성과 대결하면서 힘을 겨룬다……. 이러한 드라마트루기의 골격에서 역시 우리가 이미 예견할 수 있는 수순으로 '건강한 가부장사회와 런던'을 사수하려는 귀족남성들과 욕망을 상징하는 드라큘라의 음울한 투쟁은 결국에는 이성의 표면적인 승리로 종결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진행은 궁극적으로 건전하고 이성적인 사회의 무조건적인 완승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 사디즘의 상징적 존재인 드라큘라는 가장 순결한 존재를 희생자로 고답적인 '여성의 구원자 이데올로기'를 소비한다. 하여 이로써 이 괴물은 안온한 일상을 회복한 대도시에 숨겨진 테스토스테론의 추동력과 타나토스의 음영을 대리인 자격으로 제시한 고발 자였다 할 수 있다. 이 '불량'한 존재 흡혈백작이 여인 미나의 목에 상처를 입혀 놓곤 떠나가는 것은 순수한 생명을 희생양으로 하는 왜곡된 욕망에 관하여 정면으로 전시해 놓은 격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기본 뼈대는 이 작품 이후에 발표되어온 지금까지의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들 기본서사에 모델 격이 되어서 오늘 날까지 이어진다. 드라큘라영화들의 원조가 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두려움으로 실신한 관객을 옮기기 위해 극장 앞으로 구급차가 대기하기도 하는 등 당시로서는 센세이션널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었다는 현재로서는 믿기 곤란한 소문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근래의 초감각적인 공포물의 수위에 비교하자면 시시하고 밋밋하기 그지없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세상에 선보인 감독 토드 브라우닝은 어떨까? 난장이와 온갖 기형의 외형을 지닌 서커스단 멤버들이 겪게 되는 처참한 모멸과 잔인한 복수에 관한 고딕 동화 같은 이야기 <프릭스>(1932) 등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컬트공포영화들을 제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 자신 또한 '문제적'이라 할 유니크한 인간형이었던 셈이다. 그는 1920년대 무성영화 <노스페라투> 이후에 뱀파이어 영화의 원조 격이 된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 전설에 함의된 인간의 악마성이라는 심리적 공포를 완벽하게 재현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연배우인 벨라 루고시의 아우라를 확인하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매우 중요한 관람 포인트라 하겠다. "벨라 루고시야 말로 드라큘라의 진정한 영화적 재림"이라는 평을 받으며 호러마니아의 뇌리에 드라큘라 이미지 상을 확고히 심어놓은 루고시의 존재감 또한 극의 중차대한 호러블 인자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라 루보시. 그에 대해서는 일생을 드라큘라 전문배우로 보내며 사망 당시 드라큘라 백작의 망토와 함께 매장되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애초에 ‘흡혈귀신화’란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였던 블라드 체페슈 엇다는 역사적 팩션의 기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일 터. 루마니아인 '체페슈'는 전쟁 포로나 국내범법자를 긴 꼬챙이를 이용한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했다고 해서 붙여진 꼬챙이라는 뜻의 악명이다.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영화적 상상을 입혀 흡혈귀 신화가 탄생했고, 여기에 영화의 기획성이 더해져 이 영화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 속 벨라 루고시의 아우라에 의해 '원조 인간 드라큘라'라는 '제 2의 현대적 신화'가 탄생된 셈이다. 


이처럼 엽기적인 실존인물을 처음으로 현세에 불러낸 것은 스토커라는 작가가 그의 생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으로 이는 흡혈귀 소설의 원조로 등재된다. 한편, 영화화된 작품들은 1931년(미국, 토드 브라우닝 감독, 벨라 루고시 주연), 1958년(영국, 테렌스 피셔 감독, 크리스토퍼 리 주연), 1967년(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각각 상영됨으로써 흡혈귀는 기획성과 브랜드 가치를 지닌 흥미로운 영화소재로 부활했다. 인간의 욕정과 현대의 계급층위 그로 인한 애증과 분노의 파멸이라는 소재를 주로 다뤄온 괴짜 국산 감독 박찬욱의 차기작 '박쥐' 또한 흡혈귀신화를 기본 모티브로 삼은 영화라는 소식도 들려와 흡혈귀와 폭력적 애증의 상호 호환관계를 다시금 환기하게 한다. 


'타인의 피를 빨아먹어야 살 수 있다'는 비극적 명제는 흡혈귀는, 곧 우리는 원죄적인 존재라는 경구의 또 다른 변주다. 그런가 하면 흡혈귀에게 피가 빨리면 자신도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야한다는 제로 섬 게임의 악순환은 현대사회, 타인의 생명력을 빨아먹는 노동계급과 지배계급의 관계, 그 외 모든 착취와 피학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부정성을 상징한다 독해해볼 수 있겠다. 십자가와 마늘이라는 금기사항을 토대로 생존해야 한다는 흡혈귀의 원죄적 생존양태는 원초적이고 전인적인 생명력을 얻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채 거북한 자세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부자연스런 실존의 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 또한 존재한다. 뱀파이어 이야기가 고전과 현대를 가로지르면서 오랜 시간 대중을 유혹하며 끊임없이 관심을 유발하는 불가항력한 자성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이처럼 흡혈귀신의 자력이란 대중의 즉 가학과 피학과 타나토스 욕망의 재현인 때문이리란  융 가라사대 식의, 나름의 원형상징에 관한 유추는 과히 흥미롭다할 혜안인  것이다. 




영미SF호러영화의 효시. 제임스웨일스의 『프랑켄슈타인』 

인간이기의 사생아, 희비극적 희생괴물- 


감정을 지닌 과학의 실패작인 '괴물 프랑켄슈타인' 야심에 가득 찬 젊은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곱추인 조수 ‘프리츠’와 함께 시체의 신체부위들을 절단하고 악인의 뇌를 이식해 괴물 인조인간을 만드는 실험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번개를 맞은 괴물은 생명을 얻게 되고 바로 시계탑 속에 감금되었다. 범죄자의 뇌가 이식된 괴물은 증오와 살인 욕구에 불타올라 조수인 프리츠를 살해한 후 마을을 찾아간다. 흉직한 외모를 보고 놀란 마을사람들은 결국엔 그에게 불을 내질러버렸다. 

아버지인 왜곡된 욕망의 과학자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괴물 몬스터. 위와 같은 드라마구조의 제임스 웨일스 감독의 영화 프랑케슈타인의 주인공인 무명 몬스터는 존재 자체로 원죄라 할 스스로와 창조주를 향한 증오심으로 뒤엉키고 좌절된 정체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공포와 연민의 이중적인 감정을 자아내는 분열적 매력을 지닌 괴물캐릭터라 하겠다. 이와 같은 이중성으로 제임스 웨일스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광기 어린 과학자의 뒤틀린 욕망에 의해 초인적인 힘을 지닌 추한 괴물이 탄생된다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이후에 제작된 디스토피아 SF공포물들에 기본모델이 되어왔다. 욕망에 기댄 과학발전의 위험성을 예고하는 이 영화는 이러한 상징적인 의의들로 미국호러영화사에 효시로 평가받으며 미국의 국립영화보존협회로 선정, 국가 보존영화가 되기도 한로  기념비적 작품이이다. 영화는 흥행 면에서도 성공을 거둬 1935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와 39년 『프랑켄슈타인의 아들』 라는 후속 작이 제작되어 총 삼부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영미 SF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적가치를 지닌 『프랑켄슈타인』은, 『투명인간』 등의 전작을 연출한 바 있는 SF마니아 제임스 웨일 감독이 18세기 획기적인 상상력의 소유자이자 계몽주의자였던 여류작가 메리셀리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어머니, 소설가 메리셀리는 남성적인 필명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이중성과 불완전성을 통찰하여 당시 귀족사회의 위선을 고발하는 글들을 발표했다. 그녀는 또 '과학'이라는 신문명의 영향력이 커져가던 18세기에 이미 미래의 '기계문명'이 인간의 이기에 의해 퇴폐할 것을 경고하는 작품들을 발표한 SF 소설의 선구적이고 미래적인 작가였다. 20세기 괴짜 영화감독이었던 제임스 웨일은 이러한 메리 셸리의 재기 넘치는 비전과 주제의식을 페이소스에 닿아있는 그만의 정서로 재현해내게 됐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악한 악마' 드라큘라 또한 이에 비견되는 모순된 성격으로서의 확장의 행로를 걷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큘라는 언술한 바처럼 여느 시점까지는 늘 변태스러운 이기적 존재로만 묘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1992년 프랜시스 F.코폴라 감독의 연출한 '드라큘라'는 탐미적인 문학적 상상이 가미된 순정적이고 동정적인 비극의 주인공으로 묘사되며 처음으로 모성애에 접근해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되었으며, 이는 또 그 후의 다양한 표정을 지닌 인간적인 드라큘라 캐릭터 양산에 시발점이 된 바 있었다.

하여, 이렇게 탄생된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프랑켄슈타인'. 이 영화에서 이 무명 몬스터 캐릭터는 당대 1930년대 공포영화계를 주도했던 엽기배우 보리스마를로프가 괴물로 등장해 충격을 선사하면서,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 속의 전설적인 흡혈귀 배우 벨라 루고시와 함께 영미 호러영화의 (배우)캐릭터 사로도 주요한 존재로 기억되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동시대 왕성한 활동들을 통해 당대의 공포영화계를 주도했던 쌍봉 천재 토드 브라우닝과 제임스 웨일스 감독. 이들이 1931년 같은 해 개봉된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두 작품 모두 과장된 그림자. 그로테스크한 세트, 극단적인 명암의 대조를 통해 <노스페라투> 류 독일 표현주의 영화 사조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빛과 어둠'에 의한 공포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연출한 유사한 색채의 두 작품들 속, 이 같은 영화 속 극단적으로 상충되는 음영은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욕망의 대립에 대한 통찰을 작품이 함의하고 있는 내적인 주제의식 외에, 작품이 구축하고 있는 구조화된 ‘형식미를 통해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 된다. 

이처럼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이 두 작품을 낳은 괴짜 감독들은, 각자 공포영화사 및 몬스터 캐릭터의 계보에 그 누구의 자웅이 더 육중하달 것 없이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불사(不死), '불온한 성적코드', '인간의 위선과 악마성'이라는 테마로 호러영화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온 서양공포캐릭터의 원조인 이들. 두 영화는 또 이처럼 결과적으로 '공포영화사' 테두리를 넘어 백십 년 영화사상 유래가 없을 박빙의 캐릭터이자 라이벌 작품, 라이벌 감독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시네티즌 (200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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