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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2. 2023

꽃이 지는 날

월요일입니다. 비가 정말 그쳤죠. 그럼 이젠 정말이지, 

홍조 붉어질 대로 붉어진 장미들이 만발할 차례인데요.     

연이어 내린 빗물에도 스러지지 않곤 줄기에 꼭 매달려 햇살 기다렸다가 오늘 더 이쁘게 고개 내민 싱싱한 장미들. 보셨나요. 근방에 작은 공원이 있거든요. 거기 나가보니까 한껏 치장한 장미놈들 만발해 있는데 고것 참, 그 때깔 한번 잘 빠져 참말이지 곱더라고요.      

발랑 까진 소녀가 새빨갛게 매니큐어를 칠했다는 듯 나도 모르겠다 왠지 설렌 가슴 그대로 얼굴 붉게 물 들여버린 열 일곱 처녀 마음 인 듯이요. 두 말 할 것 없이 그 장미들의 향이란 또 정말로 향기롭고 짙었지요.      

그런데 이런 말 있죠. '사람이 5월의 이 붉디붉은 장미 혹은 그 어떤 수려한 꽃들보다도 더 아름답다' 뭐 그런 말 말예요. 당신은 그 어떤 꽃송이보다 매력적이며 귀하디 귀하십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귀하신 당신. 그런 당신이 지금 혹여나 상처받고 피곤함에 지쳐계신 건 아니신지요. 

혹시 그러하다면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꽃 중의 꽃 장미들로, 이 저녁의 화창함으로, 추억을 깨우는 이 음악들의 감미로움으로, 위로받고 치유될 수 있는 그런 휴식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람해 봅니다.      

맑은 날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다가 또 며칠 남아있지 않은 봄이니까 말예요.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봄 장미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는 사연 보내주신 청취자 분들 많으셨는데요.... 근데 참, 어쩌나요. 그 고은 마지막 장미들. 이 비에 다 져버리겠네요...     

비 내리던 어제 밤에요. 문득 추락하는 빗줄기의 무게를 견디거나 혹은 끝내는 후드득 흩어지고 있을 붉은 꽃잎이랑 또 작은 몸뚱이 하나 숨길 줄을 모를 어린 새들이 떠올라서 좀 심란했었답니다.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라는 싯구절 생각나시나요. 이젠 고인이 되신 조지훈 시인이 <낙화>에서 읊으신 그 감성을 설핏 이해해 볼 듯도 싶어 사뭇 애틋한 기분이 되더랬죠.     

여러분들의 가슴엔 어떤 파문이 이셨나요. 맘 졸인 애수.... 그리움. 안타까움. 미련. 비애. 간절함... 비가 흔들어 깨우는 이런 단어들로 지금 몇몇 분들은 제 자리로 귀소하는 방향 아니라 어딘가 서성이고 계신 건 아닐는지 모르겠네요.     

유독 비가 많은 이 5월 이 빗물은 어쩌면 절정이던 장미 향내가 녹아들어 달콤하고 시큼한 향을 담고 있을 듯도 싶은데요. 그런 진한 '꽃비' 가 추적추적, 내려오는 이 시간.      

비 내리는 풍경 내다보며 음악듣기 좋은 그런 저녁이네요.

이런 날은 빗물처럼 흐르는 음악의 향을 깊게 음미하고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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