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들이 녹음을 와삭와삭 베어 먹는
나무 밑에, 햇살을 비 맞듯 서다.
옷 젖도록 서다.
이대로 서서 뼈가 보이도록 투명해지고 싶다.
초여름 풍경-.
신현정 시인의 <어느 여름>이라는 시입니다.
6월 첫날입니다.
'자 이제 들어갑니다' 하고 일찌감치 노크하던 여름
오늘부터는 한층 열감이 찬 하늘 중으로 여름이 한 발자욱 성큼 들어선 것 같아요.
감미롭던 햇살은 강렬해지고 연두빛 배경은 사방이 짙은 진초록으로 익겠죠.
우리 발딛고 선 지구별 이 땅이 이글대는 저 태양 가차이로
공전의 축이 야금야금 기울고 있다는 거죠.
그건, 열정의 에너지 두둑히 충전해두려는 지구가
매혹적인 태양의 인력에 이끌리기 때문일까요.
내리쬐는 햇살을 얼굴 찌푸리지 않고 그대로 맞으면서
'이대로 서서 뼈가 비추도록 투명해지고 싶다'고 생각을 해보는 시인.
무더운 여름을 청정한 감각으로 맞이하는
강인하면서도 낭만적인 시인의 감성.
오늘은 프리즘에 산란된 듯 무지개 빛 오색햇살이 일렁이던
뜨겁고 강렬한 '화'기의 화요일이었지요.
그러잖아도 한 낮에 쏟아지는 햇살 받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몸과 마음에 쌓인 삿된 불결함이 멸균소독이라도 될 듯
반짝반짝 지글지글 몽롱한데다 쏴아한 것이 감전이라도 된 듯 짜릿했답니다.
왜 있지요. 집시 여인 카르멘이랑 에스메랄다... 그녀들의 검은 머리칼과 붉은 치마랑
자유롭고 정열적인 혼이 고스란히 담긴 춤사위와 집시 멜로디도 떠오르고 말이죠.
왜 이런 표현 있죠. '푸르른 녹음', '녹음방초'의 계절.
등신불 지핀 녹음방초-.
그렇게 디오니소스의 시공인듯 뜨뜻하고 짙푸르게
그리, 기감 충천해지는 절기가 바로 이 여름인 것 같아요
꼭지점에 오른 절정의 계절. 이 비등점에서 여러분 마음 속 소망과 열정의 불씨를
한껏 물오른 햇볕으로 연료 때워 희망 불지피는 나날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