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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Oct 30. 2023

'배움'이 주는 감동

Keep learning

올해도 11월 셋째 주 목요일, 16일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대략 40만 명의 아이들이 시험을 본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12년 학창 시절을 평가받는 시험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배움의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도 대학에 들어가면 지긋지긋한 입시공부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자유로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다는 건 '못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이 늘어가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포기해 가는 과정'이지 않았나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학생시절이야 말로 사회와 가정의 보호 속에서 '배움'이라는 과정과 기회를 통해 온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멋진 시간이라는 것을 지나 보아야 알게 된다.


지난 주말에는 충주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약속시간이 제법 남아 있어, 탄금대 일대를 산책하다가 무술공원을 지나는데 '평생학습축제'가 한창이다. 


손뜨개, 민화, 사진 등 수십 개의 지역동호회가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였는데, 메인무대를 중심으로 설치된 부스를 따라 구경하다 보니 주차장 한편으로 만학도 할머니들의 시 40여 편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뿌듯한 얼굴로 본인들의 작품을 찾고 계시는 할머니들과 섞여서 나도 구경을 했다. 일흔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러 시골에서 차를 갈아타며 1시간 반 거리를 즐겁게 오가신다고 한다. 꼭꼭 눌러가며 정성 들여 쓴 글씨를 보니 '귀여우시다' 싶기도 하고, 꾸밈없이 묻어나는 기쁜 그 마음이 전해져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한편 한편 읽어 나갈수록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들에게 <배움>은 스스로를 지키는 든든한 무기였고, 무너진 자존감과 부러움을 채우는 햇살이었으며, 멋진 세상과 만나는 문과 같은 것이었다.


모순적 이게도... 배우는 과정은 고통이지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당연하게 배움의 기회를 얻은 사람은 그 과정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회조차 얻지 못해 본 사람들은 그 축복(배움)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통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십 년 후쯤 직장을 졸업하고 노년 홀로서기를 준비할 나이가 되어가니, 행복한 노년을 위한 '배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20년쯤 후 일흔이 된 나는 '배움의 기쁨'을 어떻게 이야기하게 될까?


남기옥 할머니의 시 (2023.10.28. 무술공원 전시작품)
77세 오옥례 할머니의 시 (2023.10.28. 무술공원 전시작품)
72세 이금순 할머니의 시 (2023.10.28. 무술공원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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