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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Nov 20. 2023

'위로'가 되는 순간

나의 쓸모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오지랖 넓게도 나의 위로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힘내!.. 그리고 "밥은 먹었니?"


나조차 나를 믿어주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나의 쓸모에 힘들었던 때, 걱정 가득한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졌던 순간들이 있다.  


습관처럼 내뱉는 "힘내!"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힘내서 살지 않고 있는 내 잘못을 꾸짖는 말 같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밥은 먹었니? 귀찮아도 나와! 보고 싶어서 왔어. 같이 가자~"와 같이 걱정하고 시간을 내어 곁을 지켜 주는 진심이 담긴 배려가 고맙더라.


'남' 말고 '나'랑 친해지기


작년 이맘때쯤 설현, 임시완 주연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드라마를 봤다. 힘든 일상에 지쳐 번아웃 된 주인공 '여름'이 사표를 내고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힐링 드라마였다.


마음근력이 좋을 때는 외부의 어지간한 비판과 평가는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면역 약한 환자가 되면.. 불안하니 사람들을 의식하게 된다. 눈치를 보게 되고, 조언의 말도 비난으로 들리니 작은 말과 행동에도 예민해져서 이유를 곱씹고 상처를 덧붙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기력의 늪으로 빠져들어 좀처럼 스스로 벗어 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행복>은 그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잘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과 누군가가 세워 놓은 완벽한 목표를 추구할수록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목표만을 바라보는 인생이 행복할 수 없는 이치이다.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남에게 맞추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 움직이기'라는 드라마 속 모범답안은 현실에서도 무너지는 나를 세우는 시작이다.


덕분이야. 고맙다.


타인에게 거절당하고 소외된다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뼛속 깊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외로움은 생존을 위협하는 고통이다. 가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 진다. 그런데, 누구 하나 나의 힘듦은 알아채지 못해 서러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나의 쓸모가 어떤 효용가치 때문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그 외로움이 올라온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출근길에 고향에 계신 엄마가 전화를 해서 "일 하느라 힘들지? 네 덕분에 나는 잘 지낸다. 고맙다 딸~"이라고 하신다. 칠순이 넘은 엄마는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씩 반찬을 보내주신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자식 걱정이 아이스박스 한가득 담겨서 온다. 


마음이 가득 담긴 반찬 택배를 열 때,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나더라. 나의 쓸모는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고, 그냥 나이기만 하면 된다는 충만한 행복감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정말 숨 쉬고 살고 싶다는 SOS 신호 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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