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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Nov 30. 2023

드디어 김밥패딩과 이별

숏 패딩의 시대가 왔다?

김밥 패딩의 때가 왔다!


우리나라에서 패션은 동질감을 드러내는 의식임이 분명하다. 대학교 꽈잠, 근무복, 교복 등 그룹별 특성이 드러난다. 그중 최고는 청소년 김밥 롱 패딩이 아닐까?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김밥 패딩을 장착한 학생들이 몰려다닌다. 제2의 교복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다 보니, 기어이 수십만 원 하는 고가 패딩은 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이 김밥 패딩만은 아니었다. 십여 년 전 학생들사이 유행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기울던 사세를 역전시키고 주식이 급등한 일이 있다. 수년간 전국 아이들이 교복처럼 구매했으니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2012년 CNN은 이 N사 아웃도어가 어떻게 한국 중고교생 교복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기사를 낼 정도로 독특한 일이었다.


최근 김밥패딩 유행 이후에도 수년간 패션업계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걸로 새로운 유행을 만들려고 '김밥은 그만~ 짮은 패딩 유행!'이라는 기사를 쏟아냈지만, 김밥 패딩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김밥 패딩'의 계절이다. 나도 이미 가지고 있던 김밥 패딩을 손질해서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이제 다시 짧은 패딩의 시간..


그런데, 며칠 전 고등학생 딸이 있는 직원에게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는 화이트 숏 패딩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딸의 손에 끌려 최신 유행상품들이 전시된 백화점에 다녀왔다 한다. 사람의 본능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 동료직원은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유행에 뒤처진 아이로 낙인 찍히거나 기가 죽을까봐 걱정이 되더란다.


그런데, 고른 옷이 얼핏 스키복 같아 다른 디자인을 추천해 보았지만, 한사코 그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결국 그날 저녁 남편에게 백화점에서 결재한 영수증 놓고, 아울렛에서 저렴하게 사주지 그랬냐는 한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최신 유행 스타일은 그곳에 없는데..


퇴근길에 고등학교에서 빠져나오는 학생들과 마주쳤다. 호기심에 둘러보니 정말 화이트 숏 패딩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여유가 있는 부모라도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까지 하는 고가의 패딩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부담일 것이다. 


그리고, 패딩의 색깔과 길이가 개개인 취향이 아닌 아이들간에 계급이 되지나 않을지 괜한 걱정이 된다. 또, 이번 겨울부터는 아이들의 김밥 패딩을 물려 받은 엄마, 아빠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국민이전계정 통계자료 발표


2023.11.28일 통계청에서 <2021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소비와 노동소득의 관계를 연령변화에 초점을 두고 1인당 생애주기별 경제적 자원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노동소득은 43세 정점 이후 감소하는데, 1인당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는 17세로 3,575만 원이다. 사교육이 주요한 이유이지만, 흰색 숏패딩처럼 자기들만의 유행패션으로 동질감을 느끼려는 문화성향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명하다는 학원을 다니고, 좋다는 학습지를 사고,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어야만 안심이 되는 사회라니!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내 아이가 피해를 보는 건 싫다는 모두의 이기심이 언제쯤이면 누그러질까? 


그야말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이다. 개별 부모들의 사랑표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이런 유행문화가 바람직할까? 


자라나는 아이들이 껍데기 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는 답 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야만 부모들이 초년기에 아낌없이 투자해 준 생애주기 적자가 다음세대 아이들의 노동소득으로 효과적으 로 이어지는 선순환 결과가 가능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우리나라 민족은 당췌 부화뇌동을 좋아해서, 남이 원하는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문제를 언급하셨다. 대세를 쫒아 몰려다니며 남탓만 하는 노예근성을 벗어나 자기생각을 갖고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 2021년 국민이전계정 통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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