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때쯤 근평 결과를 반영한 승진, 전보 등 인사발령이 진행된다. 그래서 지금이 성적표를 받아 든 순위권안 대상자들에게 가장 긴장감 넘치는 시기이다.
올해는 나에게 기회가 오겠지? 올해는 회사가 나를 인정해 주겠지?
승자독식 구조와 전쟁 같은 경쟁
공공조직은 '연공서열'에 따른 관료제가 특징이다. 강력한 부패행위 규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높은 수준의 충성도를 요구한다. 권위주의적 위계가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정보들을 취급하고, 권한행사를 해야 하기에 선택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권위주의적 인사제도의 문제점 혁신 필요성과 같은 거대담론에 앞서, 마주하는 현실은 '승자독식' 구조로 설명되는 인사제도이다. 피라미드의 계단은 한번 올라가기만 하면 내려올 일이 없는 그 작은 기회를 잡으려 오징어 게임이 시작된다.
운 좋게 계단을 오르면 보수와 지위, 교육, 업무선택권 등 수많은 혜택과 권한을 차별적으로 가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계단을 남보다 먼저 오르기 위해 경쟁하고 시기하고 견제하는 전쟁 같은 일들이 일상이다.
상급자의 근무평가 & 애정과 관심의 갈망
승진에서는 특히 상급자의 '평가'가 중요하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1) 우수한 실적을 인정받거나 2)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등 역량이 어필되어야 한다.
상급자의 관여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수시 보고와 면담 등을 통해 문제해결 과정을 어필하고,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관여도를 높이는 것은 '직장생활 잘하는 방법' 중 중요한 원칙이다.
최근 여유 있는 혼밥문화가 유행이지만, 상급자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은 사무실과 같은 각 잡힌 긴장감 없이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리자 승진을 앞둔 경우는 대체로 이 시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한다.
직속상사 B는 Why?
따라서, 관심과 칭찬을 위한 과도하거나 잘못된 행동도 일어나기 쉽다. "회식 때 여직원에게 상사 옆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한 것은 성희롱이다"는 2019년 판결이 있다.회식자리에서 A에게 직속상사 B가 기관장 C 옆에 가서 앉으라고 한 발언이 문제 된 것이다. 직급, 연령이 낮은 여성에게 고기를 굽는 등 시중을 강요하는 관습 자체에 대한 문제이다.
직속상사인 B가 부하 여직원을 기관장 옆에 앉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B는 부하직원 A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 것으로관행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이다. 근본적으로 기관장 C의 기분을 좋게 해서 인사상 혜택을 바라고 한 B의 잘못된행동인 것이다.
만약 C기관장이 A의 직속상사 B가 무리한 지시를 했을 때, 그 자리에서 거부하고 B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A를 배려했다면 B는 매우 민망함을 느낄 것이고, 금방 소문이 나서 이런 류의 사건은 재발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급자에게는 이런방식의 세심함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부조리한 관행을 막는 상급자의 '배려'
tvN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나는 노예가 되지 않기로 했다>는 강연이 생각난다. 인정욕구에 목마른 어른들에게 타인의 시선과 요구에 맞춰 생활하는 생활을 벗어나라는 내용이다. 그중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 있다. 배려는 힘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살피는 것이다. 이등병이 사단장의 불편을 살피거나, 사원이 대표의 기분이나 기호를 살피는 것이 '배려'가 아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중용을 실천 했던 임원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도 간부들이나 부서들이 상대적인 소외감이 들거나 각별한 애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본인행동을 조심했다.없는 자리에서 뒷담화 하는 일도 없다.
월요일마다 회의 후에는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부서별로 요일을 정해서 시간이 되는 직원들과는식사를 하자고 한다. 균등한 기회를 주되 선택의 자유도 존중해주는 소탈한 방식과 간단한 원칙이 반복 되니, 나머지 시간이 자유롭고 고민할 필요도없었다. 더 많은 면담 기회를 갖기 위해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게 되었다.
누군가와도 깊은 친밀도를 안 보이니, 인간미가 없다는 등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던 나는 불편함 없는 일상이 그저 좋았다.
의전을 위한 눈치와 아첨을 '배려'와 '예의'로 착각
그래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점점 듣기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내 기분을 미리 헤아려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편하고 입에 단 것이 싫은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진실이라고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싶어지는 것이 본성이다.
결과 수용도를 높이는 '일상의 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상급자로서 '배려'가 우선이다.
모든 사람들이 피라미드 계단을 오를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다. 그래서 더욱 그 과정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할수록,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억울함이 없다. 억울함은 기회조차주지 않고 배제될 때, 모욕감과 무력감에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