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따뜻하던 수능날에,
매년 추위에 떨던 시험날이었는데, 오늘은 하루가 종일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기대어 당신의 긴장이 더 빨리 녹기를 기도했다. 삶을 돌아보니 산다는 건 서사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슬프다. 내가 수능을 치르고 슬펐던 것은 시험을 망쳐서가 아니라, 시험을 망쳤는데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서였다. 나의 세상이 무너졌는데, 내일부터 망가진 세상을 이끌고 버텨야 하는 것이 힘들 걸 알아 슬펐던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반대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서사가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신은 무너지지 않아도 된다고.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더라도 내일부터 다시 쌓아나가면 더 예쁜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오늘의 따뜻하던 하늘은 하루 온종일, 당신이 시험장을 나서던 그 순간까지도 당신에게 그렇게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온 세상이 당신을 응원한다. 그러니 부디 오늘 하루로 당신의 전부를 슬퍼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