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글쓰기 모임 2
과거, 글쓰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에 참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부분 모임 홍보 게시글엔 주소 하나가 링크되어 있다. 클릭해 보면 구글 폼으로 만들어진 신청서로 이어진다. 신청서에 내 이름 또는 앞으로 모임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기재한다. 필요에 따라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기입하며 월 회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는다. 기타 질문은 모임에 따라 다르다.
-이 모임을 어떤 플랫폼으로 접하고 오셨나요?
-이 모임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은가요?
-모임의 운영자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이 있기도 하고 질문 없이 바로 계좌번호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료 모임은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런 곳에서는 확실히 나의 참여도가 저조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구석에 ‘에이, 돈도 내지 않았는데 뭐’하는 마음이 깔려 있는 모양이다. 그런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에 글쓰기 모임도 유료 운영으로 결정했다. 유료 모임은 빈도와 성격에 따라 월회비가 5천 원부터 시작해 최고 16 만원으로 꽤 높은 곳도 있었다. 16만 원의 글쓰기 모임은 내가 직접 참여해 보기도 했다. 예상대로 눈에 불을 켜고 마감일 안에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여러분, 유료 모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먼저 홍보 게시글을 작성하고, 두 번째로 디지털 신청서 양식을 만들어야 했다. 메인인 블로그에 게시할 예정이었지만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하고 싶었다. 오로지 글로만 작성하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산뜻하고 함축적인 이미지를 먼저 올리기로 했다. 무료 이미지 제작 사이트에서 내 모임과 어울리는 느낌의 이미지와 글씨체를 고르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렸다. 재미로 할 때는 그렇게 쉽던 일이 내 이름을 걸고, 타인의 돈을 받아서 하는 일이 되니 지나치게 신중해졌다. 어찌나 깊이 고민했는지 '이건 반장 선거 포스터인가'싶은 결과물만 자꾸 만들어 냈다. 물론 나 혼자만의 눈으론 단점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동생에게 수 차례 피드백을 받아 가며 완성했다.
신청서 양식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내 계좌번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모임의 취지나 목적을 간단히 전하는 한편, 신청서를 ‘받는’ 앞으로의 내가 헷갈리지 않도록 질문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물론 처음 만들어 본 양식이라 볼품없고 엉성했으며... 나중에 받고 본 뒤 정리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구글 폼을 이용한다. 하지만 일단 내 손에 익은 네이버 폼 양식을 이용해 만들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서비스이기에 빨리 구글로 갈아타야 한다!)
메인 홍보 플랫폼인 블로그에 이미지와 게시글, 그리고 신청서 양식을 모두 업로드했다. 설렘과 떨림, 그리고 두려움이 함께 느껴졌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잘 이끌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었다. 사살 시작해 봐야 알 수 있었다. 첫 달 실행해 보고 대차게 망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망하면 망하는 거지. 가볍게 생각해. 머리로는 쿨하게, 두 다리는 덜덜 떨며 기다리는 수밖에.
글이 업로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띠롱’ 신청서가 접수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반갑고 기쁘기보다 아까의 두려움이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아아... 시작되어 버렸어! 신청자가 존재하다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잖아!
신청 기간은 일주일로 한정했다. 모임 중간에 받는 것은 미리 신청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나 역시 운영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로드일이 월요일이니까... 일요일 밤이면 신청은 마감이 된다. 그 안에 과연 몇 분이나 신청하실까? ‘띠롱’... ‘띠로롱’. 신청자는 수요일까지 천천히 이어졌다.
그렇게 일요일 자정까지, 총 21명이 신청해 주셨다. 21명! 세 명 모이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스무 명을 넘어서다니, 감격에 젖기보다 초조해졌다. 당장 내일인 월요일이 모임의 시작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수의 회원들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운영할 수 있을까. 분명 첫 달이니까 얼렁뚱땅 우당탕일텐데 사람들이 이해해 줄까.
입금이 확인된 회원들에게 간단한 환영 인사와 오픈 채팅방 링크를 문자로 전송해 드렸다. 미리 만들어 놓은 채팅방에 한 분, 두 분씩 입장하셨고, 나를 포함해 총 22명의 나이쓰 1기의 회원들이 온라인상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대면으로 모였다면 나는 입술까지 창백해진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두 다리를 덜덜 떨며 온라인에서는 글을 업로드할 카페의 주소도 안내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이 카페로 우수수 들어오셨다. 비공개 카페이기에 정성껏 한 분씩 가입 수락 버튼을 클릭했다. 이쯤이면 모두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신청서에 '신청자의 이름-닉네임-입금자명'을 하나로 통일시키지 못한 내 잘못으로 인해 나는 새벽까지 회원분들의 개인정보를 일일이 대조해 가며 명부를 작성해야만 했다. 하... 다음 달 신청서 양식은 착하지만 지능이 조금 부족한 나를 위해 손을 봐야겠어.
월요일 오전 10시, 오픈 채팅방에 첫 주 글쓰기 주제를 안내해 드릴 예정이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 4주 내내 접근하기 쉬운 ‘나’에 대한 주제를 미리 잡아두었다. 첫 주 주제는 이러했다.
-나를 소개합니다 :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세 가지 물건
보통은 내가 가진 직업과 나이, 성별과 출신으로 나를 소개한다. 진부한 기존의 방식보다 새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세 가지 물건’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 될 수도,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각자의 기억이 서려 있는 물건들에 대한 글을 읽게 되기를 고대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새벽녘, 얼굴도 모르는 글쓰기 모임의 회원들에게 돌아가며 총 스물한 대의 싸대기를 맞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모임을 운영해 나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