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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arest Blue Dec 30. 2019

"OKAY LAH~" 뭐라는거야 도대체

익숙해 지기 어려운 싱글리쉬의 세계

싱가포르로 취업을 하기 전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당연 어학수준 향상이었다.

어릴때 부터 좋아라 했던 영어는 원어민 수준은 아니지만 상경계열 출신으로 대기업 대졸 공채 지원에서 

공인어학 점수로 탈락하지 않을 정도이니 스피킹을 늘리고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은 심산이었다.

영어와 중국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니 싱가포르는 당연 매력적인 국가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계통 사람들도 많고 바하사는 배우기도 쉽다고 하니 

3개 국어를 마스터 할 수 있을것만 같은 부푼 꿈에 가득차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자주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여기가 정말 영어권 국가가 맞을까?'였다.

그 이유는 바로 싱글리쉬 때문이었다.

콩글리쉬는 많이 들어 봤지만 싱글리쉬라니?

싱글리쉬는 싱가포르에서 사용하는 영어 방언으로 독특한 악센트와 문법이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영어 외에도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다 보니

이 언어들이 믹스 된 싱글리쉬라는 것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싱가포르는 결국 영어도 중국어도 모두 방언인 셈이었다.

우리가 제주도에 여행을 가면 혼저옵소예와 같은 표현을 들으면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섬나라인 싱가포르도 자기들만의 새로운 영어리그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비즈니스언어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싱글리쉬를 구사했고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언어적 장벽이었다.

룸메이트 동생은 싱글리쉬에 익숙해지겠노라고 유튜브로 몇시간씩 싱글리쉬 영상을 보곤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친했던 친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싱가포르에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본인의 영어가 너무 싱글리쉬화 되어서 다시 미국식 영어 발음을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오는 택배가 있어서 종일 기다리다가 택배 회사 직원의 문자를 받고 1층의 로비로 내려갔었다.

그날 내가 받은 문자의 내용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I now down stair."

나 지금 아래층이야.

와우. 이거 영어 맞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해도 뜻이 다 통하긴 하는데 

그동안 머릿 속에서 단어적으로,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영어로 입을 떼기 어려워 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표현력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도 싱글리쉬는 어김없이 등장 했다.

"Okay lah~ No lah~"와 같은 표현이나 "No need!"는 정말 수도 없이 들었다.

(No need의 경우엔 처음 싱가포르에 정착할때 굉장히 무례하게 들렸지만 

그냥 짧게 말하는것을 좋아하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었다.)

단어 뒤에 lah를 붙이는건 일본어에서의 애교섞인 표현과 비슷하다나 뭐라나.

그리고 "~ Can?" 이런식의 표현도 종종 듣게 된다.

사실 이정도면 정말 약과다.

"I already send you."이런식으로 문법을 파괴하는 문장을 마주할때면

이건 뭐 지금 보내겠다는건지 옛날에 보냈다는건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Be 동사는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의사소통은 된다.


사실 이런 싱글리쉬를 구사하는건 일반 국민들이다.

이것도 역시 싱가포르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는 싱가포르에 정착한지 꽤 되셨던 한국인분이 있으셨는데

그분께 여기서 언어 실력 늘리기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싱글리쉬 사용이 전면금지되어 있고

영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 그리고 중국어까지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배우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소위 엘리트 계층이라고 불릴만한 분들의 강연에 참여하면 

중국계 특유의 억양은 남아 있지만 문법적으로도 표현적으로도 

clear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싱가포르에서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들이 속한 계층을 뚜렷하게 보여주는것이다.


초등학교때 치는 PSLE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아 학업을 계속하는 경우엔

영어와 중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싱글리쉬를 사용하는 보통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엔 이런 부분을 그저 추측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구글링을 해보니 이러한 경험적 추론이 완전히 틀린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교육의 비효율성’은 이중 언어 교육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수 학생들만이 이중 언어 능력을 습득하는 비효율적 구조를 지적하는 내 용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자 중 71%만이 초등학교 졸업 시험(PSLE; the Primary School Leavers Examination)을 통과하고, 36%만이 ‘O레벨’ 시험2)을 통과하며, 14%만이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단지 9%만이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해당 하는 ‘A 레벨’ 시험에 합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그동안 추진되 었던 이중 언어 교육 정책에도 불구하고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청년 중 영어와 중국어 신문 둘 다를 해독할 수 있는 비율이 13%에 그친다는 사 실을 언급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전체 학생 중 약 10%만이 영어와 모어에 완벽하다는 보고도 존재한다(Lim et al. 2010:9). 
- 싱가포르 이중 언어 현실과 교육 정책 ‒ 역사적 형성 과정과 사회적 함의를 중심으로1) 김지훈 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 조교수 김성희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다문화교육과 석사과정 인천한누리학교 교사


싱가포르로 취업을 결정하기 전 싱글리쉬의 장벽에 대해서 한번쯤 꼭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에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오히려 영어가 퇴행한것을 경험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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